미국의 목가 2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8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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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26 필립 로스.

예전엔 나를 죽이거나 다치게 할 사건을 아슬아슬하게 넘길 때마다 생각했습니다. 조상신이 돌보고 계시다고. 제사를 곡진하게 지내고, 묘를 살뜰히 돌보고, 필요하면 풍수지리 맞춰 증조부모의 이장에 합장까지 감행하는 할아버지 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 제사상의 밥, 국, 전, 포, 과일, 알뜰히 차린 건 우리 할머니인데, 왜 불쌍한 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 맞아 죽어야 했을까요? 할아버지는 왜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그렇게 쉬쉬 묘 하나를 더 만들고, 묘 곁에서 눈물 지으며, 난 정말 니들 엄마 사랑했다, 가증스러운 말을 지껄일 수 있었나요? 조상숭배고 제사고 유교고 뭐고 다 꺼지라구요. 영혼이 있다면 다들 쫄쫄 굶고 괴롭고 외로운 영원을 보내시길. 묘지기 할배의 남은 생애도 그렇게 영원 같은 나날 되시길. 다들 지옥에서 만나요.
폭력적인 아버지를 무서워하고 싫어하면서도, 그 아버지 반찬 떨어질까 절절매며 자기가 자기 아버지한테 할 효도를 마누라 괴롭혀가며 대리 수행하던 나의 아버지. 이혼 당할게 무서우면 술도 끊고 폭언 폭력도 안 했어야 할 건데. 머리 커진 자식이 자기 마누라를 데리고 도망칠까 봐 늘 두려웠겠지요. 그래서 돈도 다 빼앗고 학교 다니고 취업 준비중인 자식을 몇 푼 용돈 주는 걸로 쥐락펴락 하려고 애썼지요. 뜻대로 안 되서, 걱정하던 대로 되서 유감입니다. 당신 장례식에서도 만나지 말아요. 지옥이 있다면 꼭 거기로 가세요. 지금 이 순간도 산 지옥이길 바라요.
그 우울과 슬픔에 나도 젖어서, 내가 구해내고 나를 먹여 살린 만큼 나도 갚으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자기 기분에 나를 휘말리게 만들고, 자기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내 앞에서 남을 깎아내리고 무시하고, 내 죄책감 버튼을 눌러대면서 모든 걸 희생한 사람처럼 구는 걸 저는 더는 견딜 수가 없습니다.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당신이 만드는 대부분의 한국 음식들, 냄새나는 청국장, 기름에 푹 젖은 부침, 주방을 시뻘겋게 물들이는 김치국물이 역겹습니다. 외로움을 덜기 위해 내게 기대지 말길 바랍니다.

핵물리학자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경찰이나 군인이 되지 않았습니다. 위험 화학물질을 다루는 직군으로 나아가지도 않았습니다. 아직 한 명도 죽게 만들지 않아 다행입니다. 모두들 다행인 줄 아세요. 나는 누군가를 해치거나 다치게 할까 봐 늘 두려워서 불안에 떨고 내가 착해질 수 있도록 약물을 섭취합니다. 나를 만든 세 사람이 빨리 죽기를 기대합니다. 그러면 더는 나를 비난하고 평가하는, 자기 속에서 나왔으니 자기 마음대로 굴러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로부터 영원히 자유로워 질 수 있겠지요. 그렇지만 그 점점이 떨어진 사람들이 한날 죽길 바라느니 내가 사라지는 게 더 빠른 해결책일지도 모릅니다. 결국 파괴는 나를 향합니다. 그렇지만 아직은 파괴당하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메리처럼 핑계댈 베트남 전쟁도 없어요. 폭탄을 만들 줄 몰라요. 말을 더듬지도 않아요. 내 말은 글씨로나마 유창합니다. 이게 뭔가를 부수고 무너뜨리고 죽일 힘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세계 어느 곳에도 가족과 친족이 있고, 비극과 소극과 역할극이 펼쳐지지만 정작 각자 배우 노릇을 하느라 제대로 된 관객을 갖지 못합니다. 햄릿도 아니면서, 우유부단하고, 그래서 괴로움에 미쳐가는 시모어와, 파고들면 완전 결백할 수도 없는 시모어와, 미스 뭐시기로 자신을 규정하지 말라면서도 그걸로 발끈하고 정색하는 것 때문에 더욱 미스 뭐시기가 되어가는 돈과, 바뀐 시대 못 따라잡는 할매 할배들과, 평범한 속물이거나 평범한 술주정뱅이이거나 평범한 꼰대비평가들이 모여서 저녁 식사를 하는 장면을 지켜보는 것은 내내 괴로웠습니다. 위험한 거리의 위험한 방에, 물을 써서 씻지도 못하는데 자기 아빠의 토사물을 뒤집어 쓴 채 홀로 된 메리를 그대로 내버려둔 채 소설이 끝나는 것도, 메리의 입 안에 시모어가 손을 넣어 벌리는 장면을 저녁 식사 모임의 사람들이 왈가왈부 하던 ‘딥 스로트’의 오마주마냥 그려둔 것도, 작가에게 영 못마땅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미 죽어서 먼지가 된 사람에게 따질 수도 없습니다. 종일 결말을 보겠다고 참고 읽어댄 내 탓을 해야겠습니다. 읽고 써서 만드는 폭탄은 늘 내 마음 속에서만 터지고 아직 죽지는 않았지만 쓸데 없는 흠집만 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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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정말 놀라는 것은 사람들이 그들 자신의 존재가 바닥난 것처럼 보일 때였다. 그들을 그들로 만들어주는 재료가 바닥나 그들 자신이 다 빠져나가버리는 바람에 옛날 같으면 그들이 동정했을 법한 사람으로 변할 때였다. 그들은 삶이 풍요롭고 충만할 때는 은근히 그들 자신이 지겨운 것 같았다. 그래서 온전한 정신과 건강과 균형 감각을 몽땅 처분해버리고 어서 다른 자아로, 진정한 자아로, 완전히 착각에 빠져 좆같이 망가져버린 자아로 내려가고 싶어 안달인 것처럼 보였다. 삶과 조율되어 있는 상태는 가끔 운좋은 젊은 사람들에게나 생기는 우연한 일일 뿐, 대부분의 경우 인간들이 사실 별로 가까이 다가가고 싶지 않은 상태인지도 몰랐다.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괴로움에 시달리지 않는 정상적인 사람들, 그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 가운데 하나가 되는 축복을 받았다고 생각하던 그가 사실은 비정상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든든하게 뿌리를 내렸기 때문에 외려 현실 생활과는 동떨어진 사람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그 자신이 얼마나 이상해 보이던지. (147-148)

-그의 딸은 뉴어크의 방바닥에 숨어 있는 미치광이 살인자였다. 그의 아내는 그들 가족의 부엌 개수대에서 옷을 입은 채로 그 짓을 하는 애인을 두었다. 그의 전 정부는 뻔히 알면서 그의 집에 참사를 안겨주었다. 그리고 그는 한편으로는 이렇고 한편으로는 저렇고 해가며 아버지의 비위를 맞추려 노력하고 있었다. (191-192, 스위드에게 너무나 가혹한 작가… 바닥 위 뭔가를 덮은 성조기를 들어 올리면, 그 아래 붕붕 파리 끓는 오염물이 잔뜩 나타난다. 그러니 부탁인데, 당신 앞의 그 천쪼가리를 들어 올리지 마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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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목가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7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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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25 필립 로스.

초성의 운이 살아 있는 번역 제목 ‘미국의 목가’는 읽기 전부터 지독하게 역설의 제목이겠지, 기대하게 했다. 미군이 맛간 이야기 같은, 헤비 메탈이든 랩 메탈이든 분노의 사운드를 떠올렸다. 이쯤 때려 맞추면 이제 필립 로스 깨나 읽은 놈이라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아직 읽지 않고 모셔둔 필립 로스의 작품이 이거 말고도 다섯 종은 더 남아 있다. 아껴 읽겠다고 연간 한 가지만 읽자, 했는데 적당히 (자동으로) 잘 지키고 있다.

이민자 유대인 조상 세대를 넘어 미국의 가치, 생활 양식을 체화하고 심지어 그 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미국인의 본보기가 된 듯한 스위드, 시모어 레보브는 어린 주커먼의 우상이었다. 우연히 마주친 스위드는 스킵(주커먼)에게 만남을 제안한다. 주커먼은 함께 식사를 나누며 가족 타령만하는, 겉으로는 너무 평범하게 보이는 과거 영웅 스위드에게 실망하고, 나중에 동창회에서 만난 스위드의 동생 제리로부터 스위드가 겪은 고통의 사건을 알게 된다.

번역기 대참사라고 에스엔에스 짤로 보게 된 음식, 베트남 샌드위치 반미는 대기업 구내 식당에 anti-american 샌드위치가 되어 있었다. 반미를 현지에서 먹어 봤는데, 자꾸 중국인들에게 새치기 당해서 울 뻔했지만 끈기있게 기다려서 주문했다. 저렴한 가격에 정말 맛있는 빵이었다. 한국 전쟁에 군대를 파견해준 미국이 우리에게 베트남전 파병을 요청했을 때, 외화 벌이도 해야하고 미국 눈치도 살펴야 하는 한국은 청년들을 말도 통하지 않는 동남아시아 더운 나라로 배를 태워 보냈다. 친족 중에 파월 해병이 있으니 우리 할아버지들이 적지 않게 갔다 왔겠다. 이라크 전쟁 파병을 앞뒀을 때, 과 선배들에게 이끌려 반전 반미 부시 아웃, 이런 구호를 외치며 가두 행진하던 때도 기억난다. 그보다 몇 년 후에는 쇠고기 수입 반대한다고 촛불 들고 가족들과 엠비 아웃, 하면서 거리에 나가기도 했지만...지금은 미국산 쇠고기 세일하면 잘 먹는다.

뉴어크의 학교 스포츠 스타였던 스위드는 2차 대전 종전 직전 해병대에 입대했다가 전쟁이 곧 끝나 무사히 살아왔고, 아버지의 장갑 사업을 물려 받아 회사를 경영을 하는 자본가가 되었다. 스위드가 리타 코언에게 공장의 제조 공정을 소개하며 여성용 장갑을 만들어주는 장면에서, 나는 못 참고 백화점의 재고 양가죽장갑 하나를 온라인 주문해 버렸다. 그만큼 가죽 장갑 땡기는 장면이 있었다. (이제 하다하다 소설 핑계를 대고 뭘 산다…그래도 이만원 안 되게 싸게 샀다구) 이후 리타가 스위드에게 하는 짓은 진짜 역겹고 치졸했다. 반전 반미 반자본 반제국주의 외치며 테러범이 되어 버린 딸 메리를 되찾으려, 왜 이 지경이 되었는지 이해라도 해보려 하는 스위드의 발버둥은 처절했다. 주커먼은 그걸 스위드가 죽도록 못 알아차리고는, 스위드에게 실망했던 걸 좀 만회해보려고 했는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아마도 책의 중후반부는 그렇게 주커먼이 픽션으로 그려낸 서사인 듯하다. 왜 짐작만 하냐면 아직 2권을 안 읽었기 때문에…

맵고 아려도 자꾸 찾아 먹게 되는 먹거리 처럼, 필립 로스의 소설은 이렇게 혀에 휘감기게 잘 읽히고, 읽는 중간중간 뒤통수나 어깨도 툭툭 퍽퍽 쳐준다. 어쩔 수 없음 앞에 왜, 왜? 왜 날 뷁? 하는 가련한 인간을 잠자리 다리 날개 머리 분해하듯 보여주는 걸 함께 지켜보며 인간, 너무 환멸을 느끼지도 미워하지도 말아야 겠네, 싶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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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나는 계속 그가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이런 뻔한 것 이상의 뭔가를 보여주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하나의 거죽이 사라지면 또다른 거죽이 올라올 뿐이었다. 이 사람은 존재 대신 무개성을 갖고 있구나,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런 무개성이 광채를 발하는구나. 그는 자신을 위해 익명성을 고안했는데, 그 익명성이 그 자신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식사 도중에 몇 번이나, 그가 계속 이렇게 가족을 찬양하고 또 찬양한다면 나는 끝까지 가지 못할 것 같다는, 디저트까지 가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마침내 이 사람이 익명의 존재가 아니라 미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가 이 사람 위에 올라타 정지를 명령한 것이다. 뭔가가 이 사람을 진부함의 표본으로 바꾸어버린 것이다. 뭔가가 이 사람에게 경고를 한 것이다-너는 어떤 것도 거스르면 안 돼. (43-44, 어린 천재를 노년 이후 만나서 야 너 왜 이리 후져졌어, 하면 조금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하-하지만 아빠는 나를 미-미-미-미치게 만든다고요.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이런 분별력 있는 부모 노릇 때문에요! 나는 이해받고 싶지 않아요. 자-자-자-자유롭고 싶다고요!” “그럼 내가 너를 이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분별력 없는 부모인 게 더 좋겠니?” “더 좋죠! 더 좋을 거 같아요! 젠장, 어디 한번 그-그-그렇게 해보는 게 어때요. 젠장, 어디 한번 어떻게 되나 보게!”(171)

-그 일을 벌인 승려는 칠십대로, 바싹 말랐으며 머리는 빡빡 밀고, 샛노란 가사를 입고 있었다. 승려는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책상다리를 한 채 남베트남 어느 도시의 텅 빈 거리에 우아하게 앉아 있었고, 그의 앞에는 그 사건을 보려는 승려 한 무리가 마치 종교 제의를 치르러 나온 양 앉아 있었다. 늙은 승려는 커다란 플라스틱 통을 들어 가솔린인지 등유인지를 자기 몸 위에 쏟았다. 주위의 아스팔트도 흠뻑 젖었다. 그는 바로 성냥불을 켰다. 그와 동시에 거친 불길이 후광처럼 그에게서 넘실거렸다. (235, 이 이미지는 1992년 발매된 랩메탈 밴드 RATM의 앨범 아트에 사용된다.)
Rage Against The Machine-Killing In The Name
https://youtu.be/bWXazVhlyxQ

-“사-사-사람들이 저-정신을 차리게 하려면 불속에서 스스로 노-노-녹아야 하나요? 저러면 누가 관심을 가질까요? 양심이 있는 사람이 있나요? 이 세-세상 누구한테 양심이 남아 있을까요?” ‘양심‘이라는 말이 입에 오를 때마다 아이는 울기 시작했다. (237)

-건물이 있어도 외롭고, 건물이 없어도 외롭단다. 외로움에 대해서는 어떤 저항도 할 수 없어. 역사상 어떤 폭파 운동도 거기에는 흠 하나 내지 못했지. 인간이 만든 폭약 가운데 가장 치명적인 것도 그것을 건드리지는 못한단다. 내 멍청한 아이야, 공산주의에 경외감을 품지 말고, 보통의, 일상적인 외로움에 경외감을 품어라. 노동절이 오면 밖으로 나가 네 친구들과 함께 외로움의 더 큰 영광을 향해, 슈퍼파워 가운데서도 슈퍼파워를 향해, 모든 것을 압도하는 힘을 향해 행진해라. 거기에 돈을 놓고, 내기를 하고, 그것을 숭배해라. 말을 더듬는 아이, 분노에 찬 아이, 멍청한 아이야, 카를 마르크스에게, 호찌민과 마오쩌둥에게 복종하여 고개를 숙이지 말고, 위대한 신 외로움에게 고개를 숙여라! (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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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밀화로 그린 보리 어린이 나무 도감 (양장) - 우리 땅에서 뿌리 박고 사는 나무 이야기 세밀화로 그린 보리 어린이 4
이제호.손경희 그림, 임경빈 감수 / 보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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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24 보리 출판사.

나무노래-백창우 곡
https://youtu.be/NhJUyjz846I

공룡이나 자동차 이름 같은 건 괜찮지만, 나무와 꽃과 새의 이름은 잘 모르면 왠지 부끄럽다. 그냥 나무, 꽃, 새, 하고 퉁쳐버리기엔 다 다르고 다르게 예쁜 것들이다. 잘 알고 싶고 제대로 이름 부르고 싶다.

책꽂이는 그런 바람의 목록이다. 도감류를 제법 사 놨고, 특히 나무도감, 나무사전, 2천년 식물 탐구의 역사, 꽃도감 이런 걸 쟁여만 놓고 오래 안 봤다. 그런데 반려동물 키우기를 안 좋아하듯 반려식물 키우는 식집사 노릇은 싫다. 김금희의 책 중 유일하게 에세이 ‘식물적 낙관’을 읽다 중도하차했다. 프로개의 드루이드 어쩌구도 궁금해 하다가 키우는 이야기는 사진 구경만, 하고 책은 단념했다. 손이 가는 건 싫은데 알아서 크는 건 누리려는 게으른 욕심쟁이다.

개중 그나마 얇고 사 둔지 가장 오래된 ‘나무도감’을 처음부터 끝까지 주욱 훑기로 했다. 나무 이름만 봐도 정겹다. 세밀화로 그려둔 그림일 뿐인데 오히려 그림이라서 개별 나무의 특징을 골똘히 들여다볼 기회가 되었다.
도감 한 권 봐도 당장 공원에 심긴 나무 명찰로 만나는 이름 모두를 담지 못하고, 그림으로 배운 나무를 한길가나 숲길에서 모르는 체 지나칠 수도 있겠다. 그래도 나중에 ‘나무사전’ 같은 책으로 복습하면 이름 댈 나무가 몇 종 더 늘기를 기대한다.

시고르자브종 출신이라 책에서 마주한 고욤, 으름, 칡, 산딸기 같은 걸 나 저거 먹어봤어, 할 수 있는 건 어디 쓸데 없는 메리트지만, 밤과 도토리를 주우며 도파민 반짝이던 날들은(누구는 삐라를 주우며 그랬다지만) 동전으로 뽑기 캡슐 뽑는 가챠 못지 않게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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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휴면하는 겨울눈은 어떻게 매서운 추위에 얼지 않고 봄에 새싹이 돋아날까. 그것은 날씨가 추워지면 겨울눈의 세포 속에 있는 물이 밖으로 빠져 나오기 때문이다. 만약 온도가 섭씨 0도 이하일 때 세포 속에 물이 들어 있으면 그것이 세포 속에서 얼게 된다. 그러면 물보다 얼음의 부피가 크기 때문에 세포가 눌려 죽게 된다. 이렇게 물이 빠져 나오는 현상은 겨울눈뿐만 아니라 줄기나 가지에서도 일어난다.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들면 나무의 세포들은 물을 밖으로 내보내고 물에 녹는 당분도 많이 만들어 놓는다. 그러면 세포 속에서 물이 얼지 않는다. 봄이 되어 날씨가 따뜻해지면 물이 세포 속으로 다시 들어가서 새싹이 돋아난다. (28-30)

-보리수를 손에 가득 따서 한꺼번에 입 안에 털어 넣고 입이 터지도록 씹으면 더욱 맛이 좋다. 그러나 한꺼번에 너무 많이 따 먹으면 똥이 잘 안 나온다. 씨앗이 소화되지 않고 똥구멍을 막기 때문이다. (168, ‘보리수나무’ 설명 중. 나무도감의 설명이 적절한 듯 엉뚱한 게 많아서 가끔 재미있었다.)

-플라타너스는 길가에 많이 심는다. 나무 껍질이 살갗에 버즘이 핀 것처럼 얼룩덜룩 벗겨지기 때문에 버즘나무라고도 한다. 열매가 방울처럼 생겼다고 방울나무라고도 한다. 플라타너스는 열매가 하나만 달리는 것도 있고 서너 개가 달리는 것도 있다. (282, 공원의 나무를 보고 이건 플라타너스? 하고 명찰을 보니 양버즘나무라고 써 있어서 어, 했다. 한 나무 다른 이름)

-잎에는 생김새가 많이 변해서 잎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것이 있다. 장미의 줄기에 붙는 가시는 잎이 변한 것이다. 아까시나무 줄기에 붙는 가시는 턱잎이 변한 것이다. 담쟁이덩굴 잎은 빨판으로 변해서 벽이나 바위에 찰싹 붙는다. 머루는 잎이 덩굴손으로 변하여 다른 물체를 감는다. (308, 오, 트랜스포머 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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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홀릭 2026-01-24 15: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https://youtu.be/OBaN4do78LM?si=CYepPCNtiQ-brQWG

전 아이들과 국악방송의 이 노래로 흥얼거렸더랬는데 백창우님의 간략버전이네요
엄청 많네요
제 문제는 막상 실제로 보면 구분이 안간다는거 ㅋ

반유행열반인 2026-01-24 16:05   좋아요 1 | URL
뱃속아기와 나누고 싶은 음악태담 이란 도서와 시디에서 알게 된 노래여요. 백창우 선생의 동요들이 흔하지 않고 독특해서 거의 15년 전에 아기랑 들었었네요 ㅎㅎ 나무 구분 정말 쉽지 않아요 ㅠㅠ막 다 바늘잎 같은데 뭔 두 개 뭔 다섯 개 뭔 한 개 이렇게 구별이 세세하게 되더라고요

Falstaff 2026-01-24 16: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도 그렇더구먼요. 나무, 나물, 풀, 꽃, 새 이름 모르면 은근히 쪽팔리는 거. 쑥부쟁이하고 구절초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는데 말입죠.

반유행열반인 2026-01-24 17:11   좋아요 1 | URL
아악 그거 제가 제일 어려워하는 구분이에요. 데이지 계란꽃 죄다 하얗고 노래서 ㅎㅎㅎ
 
햇빛의 과학 - 우리의 몸과 마음을 빚어내는 빛의 비밀
린다 게디스 지음, 이한음 옮김 / 해리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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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23 린다 게디스.

간밤에는 잠을 설쳤다. 새벽 세시쯤 깼다 자고, 또 대여섯시 사이에 깨서 알람이 울리는 일곱시 반까지 잠들지 못했다. 출근하는 평소에는 열시반 께 잠들어서 여섯시 사십분 쯤 일어난다. 이십오분 정도 걸어서 출퇴근할 수 있는 거리이다. 출퇴근시간 지하철에 낑겨 다닐 일이 있으면 걸어서 직장에 간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새삼 느낀다.
수면의 질을 위해 암막커튼을 쳐서 꼼꼼히 빛을 막고, 혹시 몰라 수면안대도 사 놨고(여행을 가거나 집이 아닌 곳에서 잘 일이 드물어 사용은 못해봤다), 층간소음과 코골이 소리 같은 걸 막으려고 매일밤 귀마개를 하고 잔다. 그래도 수면 상태가 안 좋아졌던 게 일 년 전 쯤이다. 복직을 앞두고 불안하고 막막해서 잠도 잘 못 들고 자다가도 자꾸 깨서는 닥치지도 않은 일을 걱정했다. 의사 선생님은 불안을 가라앉히는 약, 우울을 다스리는 약, 잠드는 걸 돕는 약, 도파민과 세로토닌 균형을 맞춰주는 약을 처방해주셨다. 약물은 비교적 잘 맞았고, 매일 아침과 오후 해를 보며(출근은 동쪽, 퇴근은 서쪽 정방향으로 걷는다 여름엔 선글라스 필수) 걷고, 적당한 운동을 하고, 먹는 것도 적당히 먹고, 주중에는 카페인 안 마셨더니, 일 년을 그럭저럭 잘 보냈다. 그렇지만 뭐 지난밤처럼 가끔 수면이 틀어지는 날이 오기도 한다. 그 전날 너무 피곤하고 두통이 와서 좀 많이 일찍 잤는데 그게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겠다.

수면에 대한 이야기를 길게 하는 건, 이번에 읽은 책이 태양빛과 인체, 특히 하루 주기나 수면에 햇빛이 미치는 영향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제목이 ‘햇빛의 과학’이어서 태양에 관해 두루 다루는 교양서일 줄 알았는데, 굳이 내용에 맞추자면 ‘햇빛과 인체’, ‘햇빛과 건강’, ‘햇빛과 몸의 시간’ 뭐 이런 게 더 적합한 제목이지 싶었다. 큰아이를 처음 낳아 키울 때는 새벽까지 아이가 못 자고 자꾸 불을 다시 켜달라고 하면서 울면 하얀빛 스탠드를 켜고 책을 읽어주고 했는데, ‘느림보 수면교육’이라는 책을 읽고 조명이 수면에 미치는 영향을 뒤늦게 알았다. 그래서 작은어린이를 낳기 전후로는 저녁 8시가 되면 집안 모든 조명을 전구색 주황불로 바꿔 켜고, 책을 읽으며 밤시간을 보내는 안방은 주황색 스텝 디밍 전구로 시간마다 불빛을 한 단계씩 낮추다가 잘 시간이 되면 불을 끄고 암막 커튼을 친다. 그 덕분인지, 성향이 달라서 그런지, 작은어린이는 아기 때부터 비교적 잘 잠들었다. 어제도 자자, 하니까 읽던 책과 독서용 테이블을 착착 정리하고, 이불을 원하는 모양으로 꼭꼭 접어 잘 자리를 만들고, 불을 끈 뒤 누워서 (늘 하던 버릇으로) 껌껌해, 껌껌해, 중얼중얼하다가 하품을 후와아-하고는 곧 잠이 들었다. 먼저 누웠던 나도 곧 잠들었다.

정남쪽을 바라보는 15층 높이에 살게 된 지 이제 6년째다. 반지하에서 저층을 거쳐 발코니에서 볕을 쬐고 관악산 위로 비행기 날아가는 걸 건물 사이로나마 볼 수 있게 된 건 운이 좋았다. 햇빛은 기분에도, 수면에도, 비타민 디 합성과 뼈 건강에도 영향을 준다. 책의 내용은 아주 새롭진 않았지만 한 번 더 햇빛과 건강의 연관성을 되새겨볼 만은 했다. 모든 주거가 볕이 잘 들지는 않는다. 모든 이가 볕을 쬘 여유가 있는 일터나 삶터에 살지는 않는다. 요즈음처럼 체감 영하 십도 언저리인 날 잠시라도 산책을 나가라고 하기에는 코가 얼어 붙을 것 같다. (그렇지만 오늘도 난 9천 걸음 걸어서 얼어붙은 공원 연못을 보고 왔다.) 또 어떤 일들은 더운 여름에도 지나친 볕 아래에서 이루어진다. 부족한 것도 과한 것도 다 못 할 일인데, 많은 사람들이 필요한 만큼 원하는 만큼 빛을 쬐며 살면 좋겠다. 휴가인데도 어린이 덕에 방과후학교 데려다주고 데려오며 바깥 공기 쐬고, 바깥 볕 쬐는 걸 감사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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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거의 없는 조부모 가설이라고 부르죠.“ 과거에 연구자들은 사람이 생식 가능 연력이 지나고 나서도 꽤 오래 더 사는 이유가 조부모가 양육을 거들면서 집단의 생존에 이점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제 여기에 이점을 하나 더 추가해야 할 것 같다. 조부모는 망까지 봐 준다고. (60, 늙은 부모의 쓸모.)

-처음에는 겨울이라서 바깥이 춥고 괴로울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웠지만, 한 스웨덴 친구가 늘 하던 말이 떠올랐다. “나쁜 날씨 같은 건 없어. 옷을 제대로 안 입은 게 문제지.” 그리고 곧 나는 야외가 겉보기만큼 나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바깥으로 더 나갈수록, 겨울에 외출하는 것을 점점 더 귀찮은 일이 아니라 큰 기쁨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90, 그래도 저자가 영국인인 걸 잊지 말자. 마음은 햇볕 가득한 바깥을 거닐고 있지만, 이 부분 읽는 현재 오후 3시 기온 -4.3도, 체감 -8.3도라고 하니 나야 실내에서 꾸벅꾸벅 졸더라도 한파에는 참자. 언제부턴가 집순이에서 역마살로 제대로 바뀐 내 인생)

-때로는 점점 커지는 빛이 치명적일 수도 있다. 자살률이 혹독한 한겨울에, 특히 고위도 지역에서 낮의 길이가 가장 짧은 날에 가장 높을 것이라고 가정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자살 고민 상담을 요청하는 전화가 크리스마스 무렵에 가장 많아지긴 하지만, 자살, 특히 목을 매거나 총으로 쏘거나 뛰어내리는 식의 과격한 자살은 북반구에서는 5월과 6월, 남반구에서는 11월에 가장 많이 일어난다. 이 계절적 양상은 핀란드에서 일본, 호주에 이르기까지 여러 나라에서 많은 연구를 통해 드러났다. 일반적으로, 위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자살률이 높으며, 자살률의 계절별 차이도 더 크다.
(…) 항우울제도 투약을 시작할 때 처음 몇 주 동안은 자살 위험에 더 증가한다. 보통 투약 후 기분이 좋아지는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3-4주가 걸린다. 그사이에 일부 사람들은 신체적으로 더 활발해지고 흥분한 상태가 되고, 그 결과 자살이나 다른 어떤 공격적인 생각을 실행할 가능성이 더 커지는 듯하다.
또 쨍쨍한 긴 여름날은 심리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에게 흥분, 줄달음치는 생각, 황홀경이 특징인 조증을 촉발할 수 있으며, 짜증, 분노, 편집증, 망상도 자극할 수 있다. (202-203, 이부분 읽은 날은 체감 영하 16도의 정말 추운 날이어서, 이 겨울의 제일 강한 추위는 왠지 생의 의지를 더 불태우고 어우 얼어죽겠네, 얼른 따뜻한 곳으로- 하게 만드는 것 같다.)

-우리의 생물학은 태양에 연동되지만, 사회가 시간을 준수하기 위해 쓰는 시계는 정치적 및 역사적 요인들이 뒤얽혀서 만들어 낸 그물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261)

-크로노타입-매일 정상적으로 일어나고 잠자는 시간(261, 이 말 한참 쓰다가 여기에서야 부연 설명 붙는 게 이상했다. 미리 주를 달아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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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6-01-23 22: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배꼽시계만큼이나 햇빛시계가 특히 나같은 노인에겐 정말 필요합니다.

반유행열반인 2026-01-24 09:53   좋아요 0 | URL
어르신들은 정말 일찍 일어나시더라구요. 나이에 따라 시계도 달라진다고 책에 나왔어요.
 
퀴어 펭귄클래식 59
윌리엄 S. 버로스 지음, 조동섭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20260122 윌리엄 버로스.


간밤에 꿈을 꾸었다. 연보라-연두 배색의 새 나이키 운동화 한 짝이 다리가 달린 듯 움직여 다가왔다. 신발을 등에 진 커다란 바퀴벌레였다. 징그러워서 신발로 바퀴를 때려 죽이니 주황색 진액 같은 게 나왔고, 이걸 행궈내면 이제 이 신은 내 거다, 한 짝 뿐이지만, 조금 기뻤다. 그런데 그렇게 커다란 바퀴가 하나둘 더 눈에 띄기 시작했다. 한 마리 정도 더 잡았는데 이걸 다 잡으려니 당황스러웠다.
이런 꿈을 AI에게 읊어주고 해몽해보랬다. 바퀴벌레들은 내 산재한 불안, 신발은 그걸 제거/해결하면 얻을 성취, 더 늘어나는 바퀴들은 그러나 끝나지 않을 다른 문제들, 어쩌구 풀이를 해 주었다. 그래, 나같은 걱정형 인간은 아마 평생 박멸하지 못할 바퀴들에 둘러싸여 덜덜 떨며, 내 눈 앞에 가능한 안 나타나길 바라며, 나타나면 또 한숨 쉬고 때려잡으며 계속 살 지 모르겠다.

버로스의 책을 세 권쯤 모았는데 그 중 제일 짧은 ‘퀴어’를 먼저 읽었다. 조금 나이들고 외로운 남자 리가 나와서 마음을 사고 싶지만 몸만 잠시 기댈 수 있는 앨러턴에게 사랑 받지 못해 꺼이꺼이 거리는 이야기였다. 그런 사이에도 둘은 중남미 이곳저곳을 함께 헤매며 야헤라는 텔레파시 쓸 수 있는 이상한 약초를 찾으러 다닌다. 그 여행 자체가 그냥 이상한 꿈 같았다. 술 마시고 약 먹고 남자 꼬시고 헛소리를 중얼대고 그러다가 3인칭이던 소설이 1인칭으로 바뀌고 앨러턴은 가버렸네 영영, 이러고 끝난다.

잭 케루악의 ‘길 위에서’를 아직 1권 밖에 읽지 못했는데 ‘퀴어’는 그 책이랑 묘하게 느낌이 비슷했다. 그리고 그 책보다 미덕인 건 분량이 짧다는 것이었다. 재미대가리 없이 지루한 여행길을 길게도 써 놓은 ‘길 위에서’에 열광하던 세대가 있다는 것, 그 세대는 이제 꼬부랑 할배 할매가 되었겠고, ‘퀴어’의 멕시코보다는 루시아 벌린의 멕시코가 조금 더 와 닿았다. 왜냐하면 여긴 술집이랑 식당만 나오고 지저분한 아저씨들끼리 안부나 플러팅만 오가기 때문이다. 이렇게 서툴고 뭔 화장실 변기 물탱크 위에 놓인 누가 읽다가 찢고 코딱지 묻혀 놓고 담배냄새도 밴 것 같은 잡지를 주워 읽는 거마냥 소설이 쿰쿰하고 심지어 재미도 없었다. 책 뒷표지에 펭퀸클래식 슬로건인지 The best books ever written이라고 써 있는데 동의할 수가 없었다. 더 모스트 보링 북 에버. 뿡뿡.

아직 퀴어가 정체성이나 정치적 색깔을 입기 전의 말인 건지 그냥 프릭이나 동급으로 대충 휘갈겨 써 놨네 싶었다. 사랑이 고픈 애늙은이 찌질이를 보는 건 안타깝기도 하지만 예쁘지도 공감가지도 밉지도 않고 그냥 구질구질해서 시간이 아까웠다. 그런데도 뭐 하나라도 건질까 기대하고 끝까지 읽은 나는 꿈 속 바퀴벌레가 가져온 새 운동화 한 짝, 쓸모도 없는 걸 기대하고 있었구나… AI가 그려준 터진 바퀴벌레의 주황 육즙은 마치 아기바퀴들이 잠들어 있는 알 같이 탱글하고 징그러웠다. 거기 비하면 책이 덜 징그러워서 조금 실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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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는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지 못하게 막는 어리석고 평범하며 불만투성이인 사람들에게 죽이고 싶을 만큼 증오를 느꼈다. 리는 혼잣말을 했다. “언젠가 내가 바라는 대로 할 테야. 나에게 조금이라도 격하게 반대하는 도덕적인 개자식이 있으면, 그놈 시체를 강에서 건지게 될 거야.”(122, 애기 같은 놈이다)

-리는 옷을 벗었다. 앨러턴 옆에 누웠다. 그리고 아기 말투로 말했다. “우디 두디 가치 아주 엄청나게 마구 엉망으로 놀면 디게 쪼치 않을까?” 그리고 덧붙였다. “내가 너무 끔찍하게 굴고 있나?”
“정말 그래요.” (125, 방금 애기 같은 놈이랬더니 바로 반응해주는 애놈의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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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6-01-23 1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버로스 책 저도 3권 모았다가 저하고 맞지 않아 전부 처분했더랬습니다..ㅎㅎ

반유행열반인 2026-01-23 15:03   좋아요 0 | URL
앗 저도 왠지 그런 느낌적 느낌이라 이걸 매몰비용 처리할지 미련하게 꾸역꾸역 읽게 될지 판단이 안 서고 있습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