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크 1
하야시다 큐 지음, 서현아 옮김 / 시공사(만화)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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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7 하야시다 큐.

도로헤도로는 현재까지 내 넘버원 인생만화이다. 도마뱀 대가리의 카이만이 만두 가게 주인 니카이도랑 홀에 오는 마법사를 막 죽인다. 죽이기 전 카이만의 입 속에 마법사의 대가리(...)를 집어넣으면 입 속의 남자가 말한다.
‘너는 아니다’
그럼 죽임...
카이만은 자기 머리가 파충류인 게 마법사의 소행이라 여기고 범인을 찾는다. 마법을 건 마법사가 죽으면 마법이 풀리니까 싹 다 죽여야지.
카이만이 니카이도와 만두를 먹고 마법피해자병동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세계는 홀. 인간이라는 말은 안 나오는 거 같은데 하여간에 우리 사는 인간 세상에 제일 가깝다. 홀로 마법사들이 수시로 문을 따고 침범해 인간들을 마법 연습 대상으로 삼는다. 마법피해자들은 온갖 고통을 겪으며 죽거나 불편하게 생존한다. 마법사의 세상은 또 그 나름대로 고충이 있어서, 고급 마법을 구사하는 최상위 마법사부터 찌질한 마법 쓰는 하급 마법사, 마법사이지만 마법을 쓸 줄 몰라 천민 취급 받다 빡쳐서 눈에 십자를 새기고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십자눈 조직까지... 전형적인 계급 사회의 불평등을 드러낸다. 마법사들은 악마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선물을 바치거나 마스크 제작을 의뢰하고, 일정 기간 혹독한 수련을 거치면 마법사에서 악마로 변신할 수도 있다. 악마들은 마법사나 홀의 주민들의 고통에는 무감하고 초연하게, 자신만의 목적과 재미를 위해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며 마법사와 홀 주민들을 장난감처럼 다룬다.
얼마나 혹독한 세상인지. 오랜 세월 쌓이고 쌓인 죽은 홀 주민의 원념은 결국 어마어마한 괴물을 만들고 그야말로 진흙구정물 속 아수라장이 되어버린다. 그런 세상을 구하는 것은...(당연히 카이만이겠지...)

2000년부터 연재된 이 만화의 완결을 보는 건 꽤나 벅찬 일이었다. 끝까지 좋았다. 그리고...
신작이 나왔다!!! 이번에는 우주다!!!!! 우주선도 다 조지고 블랙홀도 조지고...
전작에서 카이만과 니카이도라는 다정한 친구(아 신과 노이도 있지...)들이 나왔다면 이번에는 자하 산코(그의 뼈를 가지면 우주의 지배자가 되고 소원을 이룬다!), 어둠의 등짐 아바키안(등짐이다!), 죽음을 먹는 시마다 데스, 그리고 아직 1권에는 안 나온 놈이지만 하지메 다메마루가 나올 예정이다. 자꾸 자하 산코의 뼈를 발라가려는 녀석들이 덤비는데 자하 산코가 다 역으로 홀랑홀랑 다 벗겨버린다. 그리고 줄줄이 뼈를 모아...사골국을 끓이나...

아직은 인물의 등장과 배경 소개 정도로 시작만 간을 살짝 봤다. 우주라 그런가 조금 여유롭다. 그래도 첫 권부터 많이도 죽었다...타고 터지고 뼈와 살을 발라...
이십 대의 작가가 사십 대가 되도록 그린 전작, 이번 만화는 이제 시작하면 노년까지 그리는 건 아닌지...기대도 되고 걱정도 된다. 작가님 부디 건강히 꾸준히 연재 잘 하시길...나는 내 소원을 이룰 수 있다고 해도 누구 뼈까지 막 발라내고 그러고 싶지는 않구나...애 좀 내버려둬라...그럼 만화가 진행이 안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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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20-11-07 23: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애 좀 내버려둬라... 저도 그런 거 보면 참 부지런하다.. 이런 생각하는 사람 ㅋㅋㅋ 이제 쇼님이 오셔서 도로헤도로 얘기하실 거예요. 나만 못봤나 봐.. 뭐하고 살았대?

반유행열반인 2020-11-07 21:25   좋아요 1 | URL
아닐 걸요 안 봤을 걸 ㅋㅋㅋ내 주변엔 내 딸 말고는 도로헤도로 본 사람 못 봤어 ㅋㅋㅋ

syo 2020-11-08 11:38   좋아요 2 | URL
하나님의 전지전능함에 놀랍니다. 이 댓글이 달릴 시점쯤 해서 도로헤도로를 찾아보고 다니던 syo....

반유행열반인 2020-11-08 12:37   좋아요 1 | URL
전지전능 인정2222222
 
대다크 1
하야시다 큐 지음, 서현아 옮김 / 시공사(만화)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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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엉어어어엉어어어어어어 하야시다 큐 신작!,!!!!!!,!!! 어여 사ㅇ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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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7 0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07 0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yo 2020-11-07 19: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거 한번 육성 들어보고 싶긴 하네요. 끄엉어어어엉어어어어 저거.

반유행열반인 2020-11-07 19:59   좋아요 0 | URL
끄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엉어어어어엌ㅋㅋㅋ
 
[전자책]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문학동네 시인선 135
이원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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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6 이원하.

서울에 여럿이 살고 약은 끊었어요

수도권을 떠나 살아본 적이 없어요. 경기도에서 나고 자라 서울에서 어른이 되었어요.
그래서 다른 지역에서 자랐거나 서울을 떠난 사람들이 가끔은 부러워요. 굳이 제주도가 아니어도 어디라도 사람 사는 곳이라는 게 신기해요. 이런 말 하면 내가 예의 없는 사람이래요. 맞는 말이에요. 서울 안 개구리라서 자주 창피해요.
시집 제목부터 내내 -해요, 하는 말끝으로 가득했어요. 이게 마냥 적응이 안 됐어요. 바다가, 꽃이, 자연이 가득한데 나에겐 너무 어려웠어요. 나도 -해요, 하고 말해보면 조금은 가닿을까 싶어서 따라하는데 안 되겠어요. 간지러워 뒤지겠어요. 안 하던 짓을 하면 사람은 곧 죽는대요.
시를 읽기 전에 시인 얼굴을 먼저 봤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유튜브에서 갑자기 툭 튀어나왔어요. 장성규가 미워요. 시인은 화면 안에서 귀여운 척 보였어요. 시를 읽으니 척이 아니라 실제로 귀여운 시를 쓰는 사람이었어요. 내가 삭이기에는 아직 멀었어요.
결이 맞는 시가 있고 아닐 때가 있어요. 서정과 전원과 소위 여성형의 부드러움이 나에게는 어려워요. 이런 말들이 나를 울리고 떨리게 하는 날이 언젠가는 올까요. 아직은 으드득 씹어먹고 찢어 발기는 말들을 더 좋아해요. 내 마음을 사포로 갈아주세요. 문지르는 일은 나 밖에 할 사람이 없네요. 멀지 않은 때 제주에 가고 싶어요. 바람일 뿐 제주 바람은 아득히 멀어요. 안 하던 짓 하려니 미치겠어서 그만 써야겠어요.

+밑줄 긋기
-눈 쌓인 섬도
살결이 푸른 바다도
전부 사람의 마음을 흔들지만
내겐 아무 소용이 없어요

당신과 함께 보면 좋을 일들이 전부
사느라
아무 소용이 없어요
(‘참고 있느라 물도 들지 못하고 웃고만 있다’ 중)

-섬을 떠나는 일이
뭐가 그리 어려울까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건 너에게만 그런 일이다
(‘바다를 통해 말을 전하면 거품만 전해지겠지’중)

-봄을 꽃이나 감동이라 부르지 않고
그냥 봄이라 부르는 것처럼
바다도 서쪽과 동쪽으로 구분하지 않고
파랗다거나 칠흑이라 표현하지 않고

그냥
물이라고 부르면 될 텐데
번거롭게도 바다 앞에선 생각이 많아져요
(‘귤의 이름은 귤, 바다의 이름은 물’중)

-추억하는 일은 지쳐요
미련은 오늘도 내 곁에 있어요

내가 표정을 괜찮게 지으면
남에게만 좋은 일이 생겨요

복잡한 감정을 닦아내기엔
내 손짓이 부족해요

용서는 혼자서 할 수 없죠
하는 수 없이
새벽 늦게 잠이 들죠

이번 문제 때문에
단 몇 초 만에 터널이 막혔어요
괜찮은 척 애써도 어떻게든
터널은 뚫리지 않았어요

영영 마주치지 않게 해달라고
빌었던 적 없으니 만나야 했어요

속은 한번 상하면 돌이킬 수 없어서
아껴야 하는데, 이미 돌이킬 수 없어서
목요일은 잔뜩 풀이 죽어야 했어요

당신은 왜 일을 이렇게 만들었습니까?

외치고 싶을 때마다
나는 제법 멀리에 서서
되도록 비좁은 자리에 서서
가능한 한 당신이 없는 길에 서서
겉보기에만 괜찮은 표정으로
남 좋은 일 시켜줍니다
(‘서운한 감정은 잠시라도 졸거나 쉬지 않네요’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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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0-11-06 22: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제껏 읽었던 반님 리뷰 중에 가장 귀여운 리뷰ㅋㅋㅋ
시 진짜 귀엽네요ㅎㅎ 저는 수도권에 살아본 적이 없어서 서울말씨 쓰시는 분들 보면 신기해요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11-06 22:22   좋아요 2 | URL
-해요, 체만 따라했는데 저랑 너무 어울리지 않네요. 치트키는 오늘까지만 쓰려고 해요 ㅋㅋㅋ

하나 2020-11-06 2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문체 혁명이네요 귀엽네요

반유행열반인 2020-11-06 22:41   좋아요 1 | URL
이 정도면 문체반역 ㅋㅋㅋㅋ

2020-11-07 1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07 1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별이랑 2020-11-08 07: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적응 인되는 ‘ 해요 ‘ 덕분에 저도 아침부터 웃어 봅니다. ㅎㅎㅎ 동시 끝맺음 같아요.

반유행열반인 2020-11-08 07:27   좋아요 1 | URL
온통 해요로 가득한 시집인데 역시, 귀여운 시인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봅니다. ㅎㅎㅎ
 
[전자책] 인포그래픽, 데이비드 보위 인포그래픽 5
리즈 플래벌 지음, 신영경 옮김 / 넥서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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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중지


-20201105 리즈 플래벌.

David Bowie – Space Oddity
https://youtu.be/iYYRH4apXDo

David Bowie – Life On Mars?
https://youtu.be/AZKcl4-tcuo

벨벳언더그라운드도 좋아했고, 영화 벨벳 골드마인도 신나게 봤는데 이상하게 데이빗 보위는 엄청 늦게 들었다. 아니 심지어 결혼식 신랑 입장 곡으로(내 맘대로) ‘Under pressure’를 골라놓고도 그 노래를 퀸 노래라고 생각했다.
처음 들은 앨범은 그의 마지막 앨범인 ‘Black star’였는데, 발매 소식 듣고 왠지 이제는 듣고 싶어, 하고 음원을 다 받아 듣고 있었는데 며칠 되지 않아 그가 죽었다고 했다. 팬은 아니었어서 SNS의 애도 물결을 별 생각 없이 흘려보냈다.
그러다가 어느 날엔가 갑자기 그냥 그러고 싶은 기분이 들어서 유튜브를 열고 데이빗 보위를 검색해서 수십년 된 뮤직비디오와 라이브영상을 잔뜩 보았다. 진작 들었으면 딱 내 취향이었을 퀴어한 글램록커가 우주를 노래하고 있었는데 이미 중2병이 다 나은 중년배...로 접어든 뒤라 입덕에 실패했다. 독특하고 폭발적인 개성이 있던 사람이로구나, 하고 벽돌책 펀딩할 때도 그런 걸 하는 구나, 인기 좋구나, 하고 넘겼다.
그래도 어디가서 하나도 모르는 티 내면 왠지 부끄럽잖아 하고 이 책이 보여서 읽었다. 영국애들은 어스본 어린이책 시리즈도 그렇고 인포그래픽이나 플랩북 같은 거 기가 막히다. 시각 디자인으로 정보를 압축적으로 제공하는 건 꽤 간편하고 재미있는 것 같다. 이 책 시리즈에 반고호니 프리다칼로니 화가도 있고 셜록홈즈 같은 작가도 있던데 깊이는 없어도 짧은 시간에 대충 훑어보기는 재미있겠다. 깊이는 그러고나서 파든가 말든가…

보위가 어느 인터뷰에서 나열한 단어 42개를 보면 이걸로 나중에 뭔가를 해 봐도 재미있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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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0-11-06 06: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Under pressure’라니! 완벽한 선곡이잖아욥!! 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0-11-06 07:37   좋아요 1 | URL
맨 앞에 당당당 다다 다당- 여기에 맞춰 들어가면 되게 셀럽 같을 것 같았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나 2020-11-06 1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중2병 낫는 거구나... 나 아직도 우주 많이 좋은데 ㅋㅋㅋㅋㅋ 차도가 없네요. 가엾은 내 중2병 우주에 갇혔네..

반유행열반인 2020-11-06 13:26   좋아요 1 | URL
빈집보다 넓은 데 갇혀서 괜찮아 ㅋㅋㅋㅋ중2병이지만 괜찮아 ㅋㅋㅋㅌㅋㅋ
 

왜 뭔가를 잃어버리면 마음이 아파? 왜 마음이라는 것이 있어서 이렇게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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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5 1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05 1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05 1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yo 2020-11-05 19: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도 이거 그었죠. 피할 수 없는 문장이지.

반유행열반인 2020-11-05 19:56   좋아요 1 | URL
아팠던 사람은 그냥 지나칠 수 없지요 ㅎㅎ지금은 하나도 안 아파! 이벤트 때문에 그은 거여!!!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