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의 50가지 그림자
F. L. 파울러 지음, 이지연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20241125 파울러(가명임저자는 지도 쪽팔렸는지 베일에 쌓여 있다고 퉁치고 정체를  드러냄).
 
 
 책의 존재를 알고는 이런 저런 책들이랑 같이 섞어서 마련해 뒀다. 책 상태가…만듦새가...총천연색 올칼라 조리 과정 사진 포함에다 양장본에다가 책갈피로 쓰는 줄도 달리고…  이렇게 성의 있어...쓸데없이 고퀄ㅋㅋㅋ
  번에  보기엔 조금 물린다조금 나눠읽기에도 사실 매번 비슷하게식재료인 닭을 보며 하악대는 또라이 아저씨랑거기에 장단 맞춰 내면의 의식이 벌렁대는 영계(진짜 영계임가금류 식재료 ) 이런저런 요런조런 플레이로 요리를 하고 뒤에 짜잔 하면서 이런 요리가  있구나 싶은 다양한 치킨 요리 레서피를 덧붙여 준다. 내가 음식과 요리에 일말의 애정이 남아있는 시절이었으면 한두개쯤 만들어보고 싶다...했겠지만 저는 이제 냉동치킨을 에어후라이어에 튀겨 대충 때우는 식사에도 감지덕지인걸요ㅋㅋㅋ주식은 거의 일년째 귀리랑 견과류랑 단백질음료입니다…(아침엔 요거트에 비벼먹고 저녁에는 밥대신 쪄먹고...오늘  이야기 들은 시어머니는 절레절레  맛없는  어떻게 내내 먹어…하심…ㅋㅋㅋㅋㅋ)
 
 수능 끝나고 이제 열흘쯤 됐는데나새끼 소설시에세이과학책만화책요리책 종횡무진 달렸다… 사실 문제 풀던 시간에 문제  푸니까  할지 모르겠어...요새 사람이 아니라 유튜브나 드라마 이런 것도   보겠고...영화도  보고 그래야지 했는데 큰어린이랑 오티티로 헤어질 결심 하나 보고 진격의 거인 조금 보고   보겠다그냥 가까이 꽂힌 것들 쟁여둔 책들 닥치는대로 보다보니 ㅋㅋㅋ오늘은 치킨 요리책을 통으로 다 보고 앉았네…
 
 곁의 사람이 회사에서 호구노릇 잘했다고 우수사원상을 타서  부상으로 호텔뷔페 식사권을 받았다금액도 어마어마하고 다들 소식좌라 그냥 팔자 한끼에 그돈씨...하다가 양가 엄마들한테 효도나 하자, 하고 어린이들 학교랑 유치원 보내고 미안이러고 엄마들 모시고 식사하러 다녀왔다...그런 곳 처음 가보는데 아직 오픈 시간도 아닌데 이미 길게 늘어선 줄에 일차로 충격… 월요일 오전부터 인당 20만원짜리 식사들을 이렇게 하러 오시는구나… 체험 양극화의 현장…음식은  맛있고 재료질도 좋았지만 나는 한 접시 가득 퍼다 겨우 비우고 이제   먹음 하는 만행을…ㅋㅋㅋ 그냥    내고  접시 먹었으 됐다… 어르신들 호사 한  누리시게 했으니 됐다...했다

 그러고 나왔더니 말레이시아 총리가 왔다고 로비는 한국사람 동남아사람 검은 양복입고 떡대 좋은 경호 인력이 바글바글 난리고경찰도 난리고호텔 출입구는 인도도   되어 있고 다들 포르쉐 마이바흐 이런 차 타고 오는데 우리만 지하철 타고 종종 걸어들어왔다 종종 나가고 ㅋㅋㅋ 그러다가 갑자기 사거리 교통 통제하고 경찰들 소리지르고 엄근진 하는 사이  검은 밴이랑 세단이랑 말레이시아 국기 매단 차들이 슝슝 하고 우리랑 교차해서 호텔로 들어갔다재밌는 구경이었다. 겨우  접시 먹고도 소식좌는 배가 찢어질  같아서 으른들 먼저 들어가시라고 하고 걷기 싫은 곁의 사람 이끌고 남산자락 둘레 돌아 걸어서 이태원까지 가서 거기서 버스타고 집 왔다버스탈 자리가 2 전에 젊은이들 비극 겪 자리 바로 앞이라 기념비랑 골목상태 원활-하는 신호등 설치된  보고 숙연… 그렇게 집와서도 아직도 배부른 상태에서 요리책 보니까 진짜 무념무상이었다오늘 저녁  먹음…
 
 +밑줄 긋기
 
“당신은 늘 여기까지라고 선을 긋는데, 그 선을 넘으면 어떨지 궁금하지 않아?”
 그가 묻는다.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스테레오 리모컨 버튼을 누른다. 아, 젠장, 뭐야, 이제 또 뭘 어떡하려고 그러지?
 안 보이게 설치돼 있는 스피커들에서 현악기 소리가 폭풍처럼 휘몰아쳐 올 때, 칼잡이 씨는 살짝살짝 내 살결을 꼬집는다. 처음에는 약간 간지러울 뿐이지만 음악이 점점 전개됨에 따라 그의 손동작도 도를 더해 간다. 느닷없이 홱 하고, 그는 내 북채에서 거무스름한 다리살 한 줄기를 뜯어낸다.
 “꼬꼬댁!”
 내가 부르짖는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놀랐다. 하지만 그 느낌에 어쩐지 혹한다. 간질간질 감질이 난다. 그가 다시 뜯는다. 더 세게.
 음악이 고조되어 갈수록 그의 손가락이 내 살에 더욱 깊숙이 파고들며, 음악에 완벽하게 박차를 맞추어 한 오라기 또 한 오라기 나를 벗겨 간다. 그가 능수능란한 손가락으로 나를 허물어뜨림에 따라 나는 기막힌 흥분에, 현악기와 관악기가 빚어내는 천상의 화음에 휩싸여 내 가장 은밀한 욕망 속으로 침몰해 간다.
 음악이 잠시 멈추고 그도 멈춘다. 그러더니 두 번째 음악의 선율이 피어오른다. 첫 곡처럼 마구 휘몰아치지는 않는다…..., 마음속으로 나는 시골길을 건너는 암탉의 몸짓을 떠올린다. 무엇인가 위험하고도 저항할 수 없이 매력적인 것이 암탉을 길 건너편으로 이끈다. 낮게 지저귀는 새소리 같은 오보에 독주가 쟁쟁 점잔 빼는 현악기 소리를 깔고 흘러나온다. 칼잡이 씨는 우미한 나를 능숙하게 유린하고…..., 뜯어내고 또 뜯어내고…...하지만 음악이, 나를 다른 세상으로 데려가고…...그의 손가락들이 나를 완전히 무너뜨리고…...그래, 이거야. 나는 어두운 육욕의 세계로 항해해 들어온 거야. 마침내 음악이 절정에 이르자 나도 절정에 이른다. 나는 블렌더에 확 갈린 액체처럼 뒤죽박죽 혼란스러우면서 산산이 날아오른다. 아아, 대단해.
 “음악 뭐였어요?”
 겨우 정신을 수습하고 얼이 나간 상태에서 내가 신음한다.
 “요제프 하이든의 ‘암탉’ 교향곡 83번 G단조 중 알레그로.” 그가 나를 두 개의 부드러운 번 사이에 끼워 넣는다. “모종의 이유로 난 늘 그 곡에 맞춰 요리하고 싶었지.”
 시골 암탉의 모습이 다시금 내 마음에 자리 잡는다. 무척이나 희한한 일이다. 하지만 나는 그 닭이 왜 길을 건넜는지 알 것만 같다. (73-74. 청각, 촉각, 시각 어우러져 이 정도면 감각적이군 하는 장도 있긴 했다...ㅋㅋㅋㅋ)
 
-“지금부터 내가 하려는 행위는 무척 격한 거야. 당신이 분별 있게 날 유도해 주리라고 믿어. 안전 신호가 뭐라고 했지, 영계 아가씨?”
 “노릇노릇.” 내가 중얼거린다. “내가 거의 익어 간다 싶으면 노릇노릇이라고 하는 거죠.”
 “그리고?”
 그가 눈빛을 차갑게 하여 추궁한다.
 “까맣게. 만약에 내 물기가 말라 버릴 것 같으면요.”
 “좋았어.”
 그는 울프를 점화하고는 소금과 후추로 내 가슴살을 문지르기 시작한다. 그의 손이 나의 흉골을 따라 내려가 아래쪽 그곳까지 더듬어 가며 내 살갗을 깨운다. 두 개의 능란한 손가락을 내 안에 묻고, 고문처럼 느릿느릿 원을 그린다. 그가 무엇인가 매끈하고 울룩불룩한 것을 밀어넣는 바람에 나는 흠칫 몸을 움츠린다. 어마, 어떡해.
 “마늘이야. 그리고 허브하고. 당신의 끝맛을 한결 강력하게 만들어 줄 거야.”
 그는 나를 구이용 랙에 앞으로 얹어 내 가장 무방비한 부위가 그대로 노출된 채 욱신욱신 고동치게 내버려 둔다. 그러고는 나를 울프 레인지의 거센 열기 속으로 밀어넣어 버린다. 열기가 내게 작용해 빠르고 호되게 나를 익히고 아슬아슬한 상태까지 몰아붙인다. 내 안쪽은 고동치며 바짝 죄어들지만, 내게서 나온 즙이 제어할 수 없이 주르륵 흘러내릴 그때에 때를 맞추어 그가 열기를 누그러뜨린다. 맙소사, 나를 감질나게 놀리고 있네.
 그가 나를 꺼내고 알루미늄 포일 뜯는 소리가 들린다. 내 몸을 아무렇게나 홱 뒤집어 눕히는데 나는 온몸의 뼈마디가 왈그락거리고 모든 부위가 부르르 부르르 떨린다. 그러더니 포일 한 장으로 나를 덮고는 등을 돌린다. 얼마나 오래 기다리게 할 셈일까?
 마침내 그가 돌아온다. 입술에 비죽이 미미한 미소를 띠고, 숨은 거칠게 몰아쉬고 있다.
 “당신이 얼마나 맛있는지 알아?” 그가 헐떡인다.
 “날 해치워 줘요.”
 낮고도 열 오른 목소리로 나는 간신히 그 말만 뱉는다.
 그는 나를 구이용 랙에 밀어붙이곤 도로 고온의 오븐에 확 넣어 버린다. 내 뱃속 깊숙이에서 마늘 쪽들이 쿡쿡 아려오고 나는 본의 아니게 꽉 움켜쥐듯 그것들을 감싸고 오므라든다. 뜨거운 육즙이 내 몸을 타고 넘쳐흐를 듯 맥박치는 동안 내 껍질은 바삭바삭 구워진다.
 “노릇노릇!” 내가 부르짖는다. “노릇노릇, 노릇노릇!”
(178-179, 하..미친 ㅋㅋㅋ노릇노릇!!!)
 


미친…ㅋㅋ이건 직립구이팬이라는 물건입니다…음란한 무엇이 아니라…그런데 사진을 왜 이따위로 찍었어 개변태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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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4-11-25 2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가 20개나 있던데 구매자 리뷰가 왜 나 하나라 부끄럽고 고독하구나….

syo 2024-11-28 09:30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부끄럽고 고독하구나 빵터졌다

반유행열반인 2024-11-28 09:36   좋아요 0 | URL
기왕 터진 빵 너한쪽 나한쪽 노나 먹읍시다 우물우물

건수하 2024-11-25 23: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인간은 왜 그럴까요…..

반유행열반인 2024-11-26 08:10   좋아요 0 | URL
나도 인간이라서....왜 그럴까요...

Falstaff 2024-11-26 06: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 책 있길래 읽어보렸더니.... 별3. 새해 첫 독후감을 3별짜리로야 할 수 없습지요.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4-11-26 08:11   좋아요 1 | URL
조용히 읽고 독후감은 내년 크리스마스에 올리시면 되죠 ㅋㅋㅋㅋ아 꼭 읽어주세요 외롭습니다 제 리뷰 ㅋㅋㅋㅋ
 
우리 동네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6
이문구 지음 / 민음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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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4 이문구.


1학년, 국민학교 첫 여름방학이었다. 할머니는 어디 친척집에 며칠 다니러 가셔서 엄마가 우릴 데리고 할머니댁에 머물며 할아버지 밥을 해주고 지냈다. 더위에 허술하게 보호장비를 했던지, 농약이 너무 독했던지, 정한 희석 농도보다 높았던지 알 수 없지만, 논인지 밭인지 분무기에다가 약 주고 돌아온 할아버지가 우물가에 쓰러져 누웠다. 아이고, 아이고, 하면서 경련을 일으켰다. 엄마는 할아버지 팔다리를 주무르다, 아마도 구급차인지 삼촌인지 누군가에게 연락했고, 할아버지는 병원으로 실려갔다. 할아버지는 며칠 입원했고, 친척집에서 돌아온 할머니가 병원에서 병바라지 하는 동안 엄마랑 나랑 동생은 예정보다 더 오래 할머니댁을 지키고 있어야 했다. 책도 못 가져오고 학교 숙제인 탐구생활 한 권, 그림일기 하나 들고온 터라 무척 지루한 날들이었다. 그무렵 찍은 사진들이 남아있다. 밀집모자를 쓰고, 머리에 꽃도 달고, 익살스럽게 찍어뒀지만 농약중독사고를 직접 목격한 충격은 삼십년 지난 아직도 기억에 남았다.
그 후로도 할머니댁은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금부터 20년전까지 농사를 지었다. 할아버지는 본업은 건설현장 노동자로(노가다 십장) 중동이랑 북아프리카랑 해외로 오래 떠돌았다. 벼농사랑 고추, 가지, 오이, 토마토 이런 저런 채소 밭농사랑 짓는데 한국의 농업이란 무척 노동집약적이고, 도시나 읍내에서 직장 다니거나 회사 다니는 할아버지의 아들들은 농번기에는 휴일마다 수시로 불려 가서 모를 심고, 자꾸 고장나는 경운기를 고치고, 고추모를 심고, 이거저거 다 했다. 며느리들은 밭농사를 돕거나 밥을 해날랐다. 나는 어린 사촌동생들이랑 논둑 근처 솔밭 아래 돗자리 깔고 애들이랑 놀아주다가 뱀이 나타나서 어린애들을 껴안고 뱀!!! 뱀이다!!!! 하고 비명을 질렀더니 뱀이 이리 기어오다 놀라 달아났다. 동생들은 뱀이 나오면 언니처럼 뱀!!!하고 소리지르면 된다고 잘못 배웠다.

도농복합시 읍내 살다 군이 시되는 걸 보고 자라서, 술먹고 엄마 두드려패는 아빠 피해 가출해서 서울 와서 이제 거의 이십년 가까이 되었다. 그때도 이미 꿈도 희망도 없는 농촌이었지만, 그런 농촌에 자본주의 들어오고 소비와 욕망만 늘고 상품 수익성은 택도 없어 죽어라 일해야 빚만 늘고 그냥 서서히 망해가는 농촌 이야기 적어둔 소설 보며 나는 농업 종사는 커녕 들일 밭일 거들어 본 적도 없이 구경만 했는데도 그냥 내내 쓸쓸했다. 이전 읽은 ‘내 몸은 너무 오래 서 있거나 걸어왔다’는 이문구 선생 말년에, 이번 읽은 ‘우리 동네’보다도 좀 더 지나 거의 다 죽은 농촌의 서글픔, 거기 약간의 체념과 작가 생명 숙어지던 질병 앓던 시절이라 그런가 더 처절하게 잘 쓴 것 같았다. 그보다 아마 조금 젊던 시절 쓴 ‘우리 동네’는 그래도 아직 안 죽었다고, 중년의 농촌 쯤 되는 시절을 그린 느낌의 연작 소설이었다. 나는 수능 전 이문구 소설집은 다 읽고 간다, 했는데 하나 밖에 못 읽고 이건 너무 두꺼워서 이제야 다 봤다. 보고 나니, 이건 수능에 못 나와… 너무 야해… 정씨는 귀숙어매랑 동네서 몰래 어쩌고 저쩌고 하다가 틀어져 경찰서까지 가서 드잡이 하고, 아재들은 수매가격 그지같이 곡식을 넘기고 신경림 시의 ‘농무’에 나오는 농악대처럼 울분 토하다가 유흥업소 가서 술 퍼마시고 단체로 성매매하러 가… 핍진하긴 한데 역시나 개빻아가지고, 하긴 인생 막장 개털인데 저러고 막가는게 인간이지 싶고 가엾으면서도 예쁘게 볼 수 없는 모습들, ‘드러-’ 하는 추임새처럼 진짜 드럽게 놀며 현실 도피할 수 밖에 없는 인생을 내가 안 살아봤으니 막 욕할 수도 없고 그랬다…

그래도 나름 재밌고 호감간다 싶은 아재도 하나씩은 나왔다. 안 좋은 꿈 꿨다 싶어 그것 때문에 손탈까 가족 걱정하며 일찌감치 들에 나와 안절부절 못하는 김씨 아저씨가 그랬다. 새에게 모이 주고 새잡이 총질하는 도시 사람과 싸우는 최씨가 또 그랬다. 연작 소설집의 시작과 말미를 김씨의 활약으로 열고 닫는다. 첫 소설부터 양수기 빌려다 물대다가 싸움나고, 그러다가 민방위 오라니까 다들 샥 몰려가서 관에다가 바른 말 하는 김씨와 그걸 거드는 주변 사람들이 절창이다. 너무 재미났다. 막판에 농민들의 사자후라 해야 하나, 농민 등처먹는 아이콘인 황씨한테 망신 주고 대거리하다가 도시 것들, 높은 사람 들으라는 듯 마지막 울분을 뿜어내는데, 이게 이미 망해버린 농촌의 뒤늦은 유언 30년 후에 듣는 것 같아서 서글퍼졌다.

+밑줄 긋기

-부면장은 무슨 말이 나오는 것을 참는지 한참 동안 입술만 들먹거리더니 겨우 말머리를 찾은 것 같았다.
“도대체 당신 워디 사는 누구여? 뭣 허는 사람여?”
그러자 누군가 뒤에서 큰 소리로 대답했다.
“그 사람두 높어유.”
그 말이 떨어지기 전에 또 다른 목소리가 곁들여졌다.
”놀미부락 개발위원이구, 마을문고 후원회원이구…...“
그러자 여기저기서 우르르 하고 아무나 한마디씩 뒵들이를 했다.
”부랄 조심(가족계획) 추진위원이구…...“
”부녀회 회원 남편이여.“
”연료림 조성 대책위원이유.“
”야산 개발 추진위원이구.“
”단위조합 회원이여.“
”이장허구 친구여.“
”죄용해 줘유. 앉어줘유. 그만해 둬유. 입 다물어줘유.“
하고 부면장은 다시 마이크에 대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약간 수그러들자 부면장은 언성을 낮추어 말했다.
”일 헥타는 삼천 평입니다. 앞으루는 이백 평이니 말가웃지기니 허구 전근대적인 단위는 삼가주셔야 되겄다-이겝니다.“
말허리를 끊으며 김이 말했다.
”이 바닥에 헥타르를 기본단위로 말할 만치 땅 너른 사람이 멫이나 되느냐 이게유.“
부면장은 들은 척도 않고 하던 말을 계속했다.
”에, 날두 더운디, 지루허시드래두 자리 흐트리지 마시구 담배나 피시며 쉬서유. 저 놀미 사는 높은 양반두 승질 구만 부리시구 편히 쉬서유. 미안헙니다.“
그러자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김은 그 박수의 임자가 자기라고 믿으며 속으로 웃었다.
(‘우리 동네 김씨’ 중, 34-35)

-”세상이 아무리 뭣같이 되었더래두 헐 말은 허구 살아야겄더라구.“
이장은 계속했다.
”촌늠은 나이가 명함이지만 나두 막말을 안 헐 수 웂어 허는디, 당신이 계장님 만나러 예까장 온 속심을 우리가 모르지 않어. 물간 새우젓, 곯은 황새기젓 좀 농민들헌티 멕여보까 허구 시방 지켜앉어 있는디, 아스슈, 아스라구. 나두 작년 같잖여. 나두 정신채렸다구. 작년만 해두 동네서 쥑일 늠 소리를 들었고, 또 그래야 쌌어. 허지만 나두 싫어. 왜냐. 나두 당신 말마따나 젊어. 넘으 잔치에 설거지해 주다 내 배 곯구, 동네서 소릴 들어가며 살구 싶지는 않더라 이게여. 그러구 이건 내 개인문제가 아녀. 그럼 뭐냐. 하늘과 땅과, 비바람두 눈보라두 우리를 보호해 줘. 심지어 개돼지두 우리를 위해 살어. 그러나 사람은 틀리더라 이게여. 그러니 이저는 세상웂이 거시기헌 늠이 무슨 소리를 해두 못 믿것더라 이게여.“
이장은 말허리를 끊고 좌중을 한차례 둘러본 다음 나머지를 이었다.
”그러니께 결과적으루 우리 스스로 우리를 보호허지 아니허면 아니되겄더라-이게 결론여. 내 맘만 같으면 당신이구 오도바이구 죄 남댑문표 빤쓰에 싸서 둠벙 속에 처늫겄어. 또 그래야 옳어. 그러나 워쨌든 간에 당신은 우리게 사람여. 우리는 아직두 이웃을 보살피구 동네 사람들 애끼구 싶다 이게여. 그리구 당신 빤쓰 아니더래두 수재민들이 홑바지는 안 입는답디다. 부디 니열 새벽 빤쓰버텀 걷어가슈. 당신 손으루. 동트기 전에.“
“…...”
황은 응수하지 않았다. 틈을 여투어 김이 말했다. (중략)
“내가 헐라는 말은 저기여. 벨것이 아니라, 하늘을 쳐다보구 땅만 믿구 사는 우리찌리는 여전히 경우가 있구, 이웃두 있구, 우정두 있구, 이런 것 저런 것 다 분별이 있는디, 직업이 사람을 상대루 허는 직업은 우리가 마소나 들풀이나 돌멩이 같은 다른 저기들과 다름웂이 뵈는 모양여. 우리가 있음으루 해서 각기 직업두 생긴 겐디, 그 직업을 한번 붙잡었다 허면 우선 인심부터 내버리구 저기허더란 말여. 직업을 권세루 알기루 말헐 것 같으면 하늘을 입구 흙을 먹는 우리네 위로 올러슬 것이 웂을 텐디두…...그러나 우리를 업신여긴 것치구 오래 안 가데. 나는 배움이 웂어서 지난 역사를 저기헐 수는 웂지만 아마 사람 위에 올러스려구 버둥댄 것치구 저기헌 적이 웂을겨. 그랬으니께 오늘날에 우리가 있는 게구, 우리는 또 자식들이 사는 걸 저기하면서 저기허는 게구…...”
김은 하던 말을 남기고 일어설 채비를 했다.
(‘우리 동네 황씨’ 중, 393-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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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4-11-25 05: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구..... 스토리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네요. 다시 읽어봐야 겠군요. 흠...

반유행열반인 2024-11-25 09:27   좋아요 1 | URL
낫기는 나무 시리즈가 나은데 이것도 말맛이 솔찮어유 ㅎㅎ충청도 연고 없는데도 사투리 문학에 오금 못펴는 갱기 촌것이라ㅎㅎ

syo 2024-11-28 0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읽고 이번에 페이퍼에 쓴 어떤 책읽은 책에서 이 작품에 대한 언급이 짧게 있었습니다.
˝잊혀가는 충청도 사투리가 가득하다˝ 라고 적혀 있었는데, 이 정도면 독자에게 ˝나는 이 책 읽었다˝라는 걸 알리는 것 이외의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 거나 진배없군요.

반유행열반인 2024-11-28 09:35   좋아요 0 | URL
그거 그 선생님이 쓴 책일 것 같다는 킹리적 갓심 ㅋㅋㅋㅋㅋ
 
잠시 작게 고백하는 사람 - 황인찬의 7월 시의적절 7
황인찬 지음 / 난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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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4 황인찬.

 

 작년 이맘쯤 찾았던 시흥시를 다시 찾았다. 연고도 뭐도 없던 동네인데, 황인찬 시인이 시니어 도서관에서 강연인지 북콘서트인지 한다고 해서 서해선 열차 타고 갔다. 노인들 틈바구니에 앉아 미래에서 스파이처럼 노인인 조용히 시인의 목소리를 들었다. 글쓰는 사람에 관한 환상은 없다. 쓰인 것을 좋아하는 것과 사람을 좋아하는 것의 구분은 비교적 확실해서. 오히려 가장 아름다운 남긴 사람들일수록 주변 사람들은 또라이새끼 때문에 많이 불운, 불행했다, 하는 일화를 많이 보았기에 글은 흠모해도 사람은 흠모하려고 애쓰진 않는다. 흠모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뭐가 맞냐.

 덕분인지 이번 산문집 읽을 때는 시인 목소리 그대로 음성지원이 되어 재미있었다. 산에는 지네/ 꽃이 지네 하는 산유화를 다루는 시에 대해 이야기하는 수많은 자리에서 닳고 닳도록 했을 같지만, 그래서 책에도 나오지만 듣던 다시 읽는 다른 느낌이 든다.

 

 시흥시는 이름만 들으면 시가 흥할 같은 동네인데, 시인도 여기랑은 아무 관계가 없고, 그냥 행사 섭외되어 잠시 들렀다 곳이고, 나도 그냥 찾아간 곳인데, 어쩌다가 물기 없는 바다 흔적을 따라 돈가스도 먹고, 갈매기도 보고, 오리도 보고, 드넓게 아무것도 없는 진창에 갈대만, 갈대 말고 이름 모르는 짠물 견디는 풀들만, 그리고 나무랑 바람만, 약간의 갯내만 날아다니는 벌판을 오래도록 걸었다. 그게 좋았다. 가을이 무르익은 날이었는데, 한해만에 찾은 그곳은 작년보다 20 정도 늦춰 찾아갔더니 이미 채도가 단계 바래 가을보다는 겨울에 가까운 시절이었다. 날은 흐리고 잠시 비가 지나가기도 했다. 그래도 제법 푹한 날이었고, 이번에는 작년에는 가지 않았던 자전거 모양 다리를 건너고, 갯벌의 건너편엔 그렇게 평행선처럼 거울처럼 비슷한 외줄기 길이 뻗은 알게 되었다. 새로 길에는 새를 탐조할 있는 헛간 같은 있어서, 진창의 오리들을 망원경으로, 맨눈으로 실컷 있었다. 뽀또 속살 크림처럼 노란 치즈색 오리를 처음 보았는데, 이름은 직관적으로 황오리라고 했다. 이쪽으로 엉덩이를 두고 진흙에 빠지는 발을 힘겹게 옮기며 뒤뚱뒤뚱 걸어나가는 오리 마리가 너무 귀여웠다. 물속에 고개를 처박고 하늘로 엉덩이를 솟구쳐서 물고기를 잡는 놈들, 저들끼리 쫓고 쫓아가고 그렇게 평화로운 사실은 치열한 체험 삶의 현장에서 저들만의 먹고사니즘하고 있는 오리들을 나는 한가로이 구경하였다. 오리를 구경하고 오리에 관한 시도 제법 썼다는 산문 구절은 그때는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2010년의 두리반, 연인과 걷거나 머물던 보라매공원, 그런 공간들을 글로 마주하면 직접 겹쳐지지는 않았지만 살짝 어긋난 시간이든 실제가 아닌 글이든 어쨌거나 사람들의 삶은 자기들도 모르는 사이 교차하고 흘러가는 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7월의 일기를 11월에 읽는 적절한 걸까, 이런 식의 잠깐의 궁금증이 때마다 영리/영악한 시인은 물으실 알고 이미 대답해 놓았습니다 프하하하 하듯이 미래의 독자와 티키타카를 잘했다.

 

+밑줄 긋기

-(반바지 타령이 허송세월 이어진다) 그러면 나는 그때도 반바지를 입은 또래의 사람들을 보며 반바지를 입느냐 마느냐 하염없이 고민을 하겠지. 혹시 제가 벌써 지겨우신가요. 하지만 짧은 책은 앞으로도 이럴 예정입니다. (26. 이런 불쑥불쑥이 앞으로도 이러면서 그게 책의 재미이고 매력입니다.)

 

-아무튼 군대란 남자고등학교 같은 곳이었는데, 거기에는 입시라는 부담스러운 관문이 없었다. 지루한 시간을 버티고 나면 전역이라는 해방만 있는 셈이니, 시간이 느리게 흘러 생기는 초조함은 있을지언정 미래의 성취에 대한 불안은 느끼지 않아도 좋았다. 그런 의미에서 누군가에게는 복무 시절이 제법 마음 편한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친구가 그런 사람이었는지도. 그렇다고 해서 나에게 군대가 마음 편한 시절이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폐쇄적인 분위기와 억압적인 문화를 차치하고라도 당시 나에게는 흘러가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미칠 것만 같았으니까.

 하지만 확실히 시간을 되돌린 것만 같다는 감각이 주는 이상한 기분이 있었다. 젊은이들 사이에 있으니 몸도 마음도 젊어진 같다…... 까지는 말할 없겠지만(매일 운동을 억지로 하는 바람에 몸이 조금 건강해지긴 했음), 스무살 남짓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감정을 교류하는 동안에는 분명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감정을 느끼게 되는 때가 많았다. 살쯤 어린 친구들과 어울리는 동안 십대 후반, 아니면 이십대 초반에 느꼈던 불안이나 슬픔, 미움과 같은 감정들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친구는 시간을 돌이키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시절 친구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형은 좋겠어요. 저는 스물둘이라 시속 이십이 킬로미터로 가고 있는데 형은 삼십몇 킬로미터로 가고 있잖아. 군대 빨리 끝나겠다.” 세상에 별말을 듣는구나 싶었지만, 돌이켜 보면 정말로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 것만 같다. 시간이란 야속하고도 웃기는 것이군요.

 

 또다른 오랜 친구는 이백 살까지는 살고 싶다고 했다. 삶이 너무나 지겹고 버겁다는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는데, 말을 듣고 나는 너무 놀라 되물었다. 삼십몇년 사는 것도 이렇게나 힘든데 살아온 세월의 배나 되는 시간을 어떻게 견딜 수가 있겠느냐고. 친구는 세상에는 아직 즐기지 못한 것이 너무나 많고, 앞으로는 재미있는 것이 생겨날테니 그걸 최대한 즐겨야 한다고 답했다. 친구의 답변을 듣고 정말 크게 놀랐다. 삶에 대한 이런 낙관이라니. 그것은 단지 세상에 대한 순진한 기대는 아니었으리라 나는 짐작했다. 삶이란 이토록 지루하고 괴로운 것이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재미있는 것을 찾아 움직여야 하리라는 일종의 대항 의식(?)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의료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으니 인간의 수명이 이백 살까지는 족히 늘어나리라는 것이 친구의 이어진 설명이었는데, 또한 아득하게 들렸다. 이야기는 어쩐지 SF소설에서 소재로 자주 삼는 냉동 수면 이야기를 연상시킨다. 기술을 통해 우리의 육체가 시공 속에서 소모되는 것을 견디게 함으로써 우리를 미래로 옮긴다는 점에서 분명 냉동 수면과 의료 기술을 통한 수명 연장에는 닮은 구석이 있는 것이다. 아득한 이야기를 나는 차마 감당하지 못하고, 먼저 세상 뜨겠노라 농담을 던졌는데, 친구는 어쩐지 조금 쓸쓸하게 웃었다.

 

 누군가는 과거로 돌아가기를 바라고 누군가는 미래를 그린다. 그것은 조금도 특이한 일이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돌이킬 없는 시간과 가닿을 없는 시간에 대해 상상하곤 하니까. 마음이라는 것은 언제나 현재와 조금 어긋난 곳에 위치해 있고, 그렇기에 우리는 자꾸 다른 시간을 그리게 된다.

 

 문득 친구를 나란히 떠올리게 것은 내가 과거나 미래 어느 쪽으로도 딱히 가닿고 싶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또한 가끔 상상하기는 한다. 내가 만약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간다면, 혹은 세기 후의 미래까지 있다면, 따위의 생각들을. 하지만 나는 어떤 시간대도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쪽이다. 어쩌면 내가 시를 쓰는 것도 그런 까닭일지 모르겠다. 시는 현실로부터 조금 비스듬한 자리에 있는 것이고, 자리에 서서 자꾸 지금은 아니라고, 이곳은 아니라고 말하는 일이다. 지금과 여기를 벗어나 돌이킬 없는 과거와 닿을 없는 미래를 그리는 , 마음의 작용이 결국 시인 것이다.

(207-210. 친구의 일화와 시간, 그걸 시에 이어 붙이는 부분이 책에서 제일 마음에 들어 통으로 들어다 옮겨 적었다. 사실 저건 시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시를 전부 소설이라고 바꿔 말해도 틀리진 않다. 나는 이래서 시인의 산문이 소설가의 산문보다 좋다. 소설가들은 소설 산문에서는 문장을 아낀다. 아껴도 너무 아껴 구두쇠들… 그런데 시인의 산문을 보면 이런 수다쟁이들이 어떻게 말들을 참고 손바닥만한 시어들을 아껴가며 꾹꾹 눌러 담았을까... 쓰는 극기일지도… 못한다 못해 나는 군더더기형 부사형 인간이다 이러고 새삼 신기해하게 된다….)

 

-이제 너에게 비밀을 말해줄게

  책에는 너의 미래가 적혀 있고

 

  일은 모두 일어날 거야

 

 언젠가 네가 바닷가에 갔을

 너는 혼자가 아닐 거야

 

 그때는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있을 거야

 수면은 빛을 받아 눈부시게 산란하고 있을 거야

 

  사람은 바다를 보며 이상한 농담을 던지지

 

 그떄 나눈 농담은

  번의 계절이 지나고도 계속 되풀이되며

  사람을 웃음 짓게 거야

 

 아침이 오면 식탁 위에 올려둔 꽃의 향기를 맡으며 새로운 아침을 맞을 거고 밤이 오면 포근한 어둠 속에서 동안의 일을 이야기할 거야

 

 그러다 깜빡 잠들어버리겠지

 

 서로의 머리를 맞댄 채로

  호흡을 교환하며

 

 부드러운 꿈속에 빠져드는 거야

 그건 아주 평화로운 밤일 거야

 

 가끔 슬픔이 찾아올 때도 있지

 하지만 그때는 결코 혼자가 아닐 거야

 

  구운 빵을 나누며 순간 서로가 같은 온기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겠지 이렇게 작고 사소한 것이 삶의 위로가 된다는 당연한 사실에 놀라며 잠시 서로를 끌어안을 거야

 

 그거면 거야

  괜찮아지는 거야

 

 너에게는 많은 기쁨이 있을 거야 딸기밭에 딸기가 매달린 것을 보며 웃을 거고 강아지가 나비를 쫓아 뛰어다니는 것을 보며 웃을 거야

 

 물론 아무 일이 없어도 웃을 있지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있다면 말이야

 

 이제 너에게 진실을 말해줄게

 

 지금 마주잡은 손이 권의 책이 되는 거야

 거기 적힌 일은 앞으로 모두 일어날 거고

 

  책의 가장 첫줄에는 사랑이라고 적혀 있지

 그다음에 적히는 무슨 일이든 좋을 거야 시시한 일도 괜찮고, 놀라운 일도 좋겠지

 

 다만 가지는 확실해

 

  책에는 기쁨이 가득할 거고

 마지막에는 사람은 오래도록 행복했다고 커다랗게 아주 커다랗게 적혀 있을 거야

 

(232-235, ‘미래의 책’ 전문. 이전 산문집에도 친구들을 위한 축시가 나오는데, 이번 책에 실린 시는 읽는 순간 나한테 선물한 아니지만 어쨌거나 나한테 읽으라고 실어둔 거니 내가 내맘대로 선물처럼 받는데 세상 기쁘고 좋았다. 책을 산문집이라 했는데 다시 생각하니 이책은 날짜를 붙여 일기 형식이지만 에세이랑 시랑 섞여 있고 서간문도 있어서-사실 남의 편지 읽을 별로다 나한테 부친 것도 아니고 수신인 분명한데 사람한테 흠모의 잔뜩 늘어놓은 보면 괜히 샘남 그렇게 존경할 있는 사람 갖는 거조차 샘날 일이 아닐까 싶어서- 그냥 산문집은 아니고 하이브리드 짬뽕 좋아할지 몰라서 준비해 봤어요 느낌인데 그게 읽기 괜찮았다. 산문 질릴 이렇게 강약중강약 있는 책이라서)

 

 , 새로운 마니아 되면 북플이 알림메시지를 앱에 띄우는데 궁금해서 둘러보니 나는 이제 syo님을 제치고 황인찬의 1번째 마니아가 되었다. 우하하하 시의 요정 시요가 수능 국어 수능 수학 1등급을 만드는 사이 나는 황인찬 전작을(아직 구관조 씻기기는 남겨둠… 젊은 풋풋한 시에 실망할까 조금 겁남. 그래도 그림책까지 독자 여기 있다) 하고 마니아 1등급을 쌓고 있었던 거였군… 마니아 탈환하려면 따라 읽어라 2인자...훗훗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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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넨세보 불가 내추럴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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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알라딘 원두 사봤다. 난세보 시다모 이 동네 커피들은 다 좋았어서... 커핑 노트 보면 매번 뻥 치지 마 자몽? 홍차? 아카시아꾸울? 했는데 방금 못 참고 내리는 동안 진짜다, 왜 자몽향이 나! 상큼한 향 대비 맛 자체는 산미가 세지 않고 진짜 홍차랑 꿀 느낌도 난다...까불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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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의 만능일꾼, 글루탐산 - MGS를 훌쩍 뛰어넘는 아미노산, 단백질, 생명현상 이야기
최낙언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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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3 최낙언.

 

 문돌이인 나에게 과학 공부를 많이 시켜준 , 재미있게도 수능 과학 과목이 아니라 수능 국어의 독서(옛날에 비문학이라 하던) 과목이었다. 한바닥짜리 쪽글은 초식동물의 반추위에서 일어나는 대사 과정, 식물 광합성의 명반응과 암반응, 반도체의 작동 원리, PCR검사의 원리, 미토콘드리아와 고세균의 공생과 공생 아닌 것의 구분, 이부프로펜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용매와 용질과 촉매와 어쩌구… 열거하지 못할 만큼 이런저런 지식들이 쏟아져내렸다. 당연히 남들 학기 걸려 대학교재 권으로 배울 것을 10여분 안에 이해할수도 없고, 이해하기를 바라지도 않는게 독해 문제이다. 최대한 빨리 읽어내려가며 구조 파악하고, 적당한 인덱싱으로 나중에 문제 풀다 돌아가서 짝맞추기 잘하도록 끝없는 훈련, 훈련.

 

 과학 공부는 오히려 산수 공부 내지 멘사 두뇌 퍼즐, 이런 이름이 적합한 퍼즐 맞추기에 가까웠다. 근육이 수축하면 부분은 줄고, 여긴 늘고, 여기에 자극이 가해지면 순차적으로 마이크로 단위로 부분은 전위가 발생해 찌르르 흐르고 그게 마이크로세크당 센티미터까지 이동하고 전위 발생 정도가 탈분극인지 재분극인지 맞춰 하는… 나는 대소비교와 비례식, 단순 덧셈뺄셈 나눗셈에 매우 취약한 사람인 3 공부하면서 알았다. 풀이의 논리도 중요하지만 계산기와 같은 빠르고 정확한 계산은 입시 수학 과학에서 너무나 중요해. 어려서 구몬수학 같은 번도 안하고 덧셈 뺄셈은 두자리 부터는 세로셈으로 적지 않으면 하지도 못하던 나새끼가 분초를 다투는 고등 수학 과학에 다시 도전한 건…원래도 셈이 느리고 자릿수도 만의 자리 천의 자리 0개수 구분 어렵던 나새기가 노화마저 비가역적으로 진행되어 더딘 모르고 너무 무모한 도전이었구나… 그랬다.

 

 어느 달인가 알라딘에서 독후감에 적립금 상을 줘가지고, 고민하다가 최낙언 선생의 전자책이 보여서 낼름 사버렸다. 글루탐산, 그거 -글루타민산나트륨에 붙어 있는 뭔가가 아닌가? 엠에스지 이야기냐… 그래도 펼쳐보면 단순히 맛과 음식 이야기가 아니라 유익한 공부를 시켜주는 선생님의 책이기 때문에 홀린듯 놓고 다운로드도 받고 잊고 있다가… 수능이 끝나자마자 홀린 전자책 놓은 있냐...하다가 먼저 펼쳤다.

 

 아니 그런데 책에, 내가 수능 생명과학에서 공부하던 나와 있었다. 수능 국어 지문에 나오던 이런 저런 화학 반응 관련된 거도 나오고… 그냥 수능 과학 공부 하고 책을 먼저 봤으면 재밌고 고생한 아닐까 싶게… 단백질과 중에서도 핵심이라 만한 아미노산인 글루타민, 글루탐산 다루면서 선생은 생명의 온갖 작동 원리들- 근수축, 막전위 변화, 광합성, 호흡, 질소순환, 20여가지 아미노산이 분자 분자 붙고 떨어지고 하면서 이루어지는 분자구조식까지 깨알같이 담아 두셨다. 생명과학이랑 화학 공부하는 중고생들이 읽으면 통섭적인 이해에 도움이 되겠다 싶었다. 문제 풀이 시키기 위한 수능 과학은 진짜 과학 공부하는 본질은 잃고 순발력과 지구력 테스트를 위한 퍼즐 맞추기 문제로 변질되어 있어서 우리가 이걸 공부하고 나중에 대학가서 어떤 응용 과학에서 이걸 이용하게 될지, 혹은 우리에 대해 무엇을 설명하고 이해하기 위해 이걸 공부하는지 완전히 망각시키고 있다. 이미 공부 조금이나마 하고 와서 이게 재밌는건지, 진짜 궁금했던 이야기들을 그래도 최대한 일반인들이 이해할 있게 텍스트랑 그림으로 풀어줘서 그런지 책은 제법 흥미로웠다. 물론 이해하지는 못하고 한참 성분명 분자명 나열하는 부분에서는 이런 것까지...하는 사람도 있을수는 있지만 말이다… 식품공학이나 화학 공부하는 사람들은 그래도 두고두고 읽을만 보였다.

 

 어려서부터 아토피성 피부염을 평생 앓고 있다. 학교도 들어간 , 동네 약국 약사 아줌마가 자기가 낫게 해준다고 엄마한테 엄청 확신에 차서 꼬시는 바람에 엄마는 거의 돈백을 약국에 꼴아박고 나는 생약인지 정체 불명의 갈색 과립(약간 인스턴트 커피 알갱이 같은 제형)약을 일년 꼬박 먹었다. 먹지 말아야 것들의 목록도 길게 챙겨 줬는데, 거기엔 돼지고기, 닭고기, 우유, 계란, 밀가루 등등... 성장기 필수 영양소 담긴 음식 거의 대부분이 있어서, 유치원에서 간식시간에 우유 담긴 컵을 무심히 내민 선생님 앞에서 우유 마시면 된대요 하고 울어버린 일도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서른 중반 되어서 병원 종합검진 패키지에 딸린 알레르기 검사를 보니… 나는 가장 흔한 식품, 식물, 집먼지알레르기 등등 70여종 항원 어느 것에도 알레르기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 7 수많은 알레르기 가능성 있는 음식을 제한한 그저 가장 자라는 시절에 영양 부족으로 성장 지연만 시키고 ( 키는 그래서 157에서 자랐고…) 그렇게 헛짓거리로 남은 것이었다. 거의 일년 비슷한 식습관 (오트밀에 요거트랑 견과류 비벼먹고 단백질 음료에 시리얼바 처묵처묵 정도만 일반식사) 하면서 몸무게를 10킬로 줄이고 체지방 줄이고 근육량은 늘린 같은데, (자세한 다음 건강검진 인바디와 각종 검사로 건강 상태 확인 예정), 내내 건강하게 지내다 식습관이나 운동 습관 그대로 갔는데도 연말 환절기 되니 아토피성 피부염이 7 만에 올라와 버렸다. 수능 앞두고 2 전이었다. 결국 자가면역에 가까운 만성 질환들은 대부분 자체가 병의 시작이다. 부신 피질에서 뿜뿜하는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 반짝거리는 피부 보고 오늘이 왠지 올해 들어 가장 예쁜 같아… 이제 이럴 같아… 하는 생각이 들자마자 며칠 바로 얼굴과 목과 발목과 거의 전신에 염증성 피부염이 벌겋게 돋아나 나는 가려움과 감염 위험과 줄다리기하면서 보습하고, 약한 스테로이드도 발라보고, 그렇게 자신이랑 싸우는 날들이다…

 

 잡설이 길지만 결국 우리는 집어서 무슨 물질이 나쁘고, 무슨 음식은 어디에 좋고 그렇게 착각을 하는데, 모든 물질은 자체로는 중립에 가깝고 전반적인 환경과 적재적소에 정량이 갖춰지느냐 아니냐에 따라 건강과 생명과 질환과 죽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구나 하는 확인하는 독서였다. 그게 과학적인 지식과 전반적인 통찰에 의한 결론이면 좋은데, 대부분 사람들은 유튜브에서 이건 좋다더라, 나쁘다더라 이러고 아니 어디선 커피가 당뇨에 좋다더니 얘는 공복 커피가 혈당 올린다고 어쩌라고! 하면서 버럭질을 하는 댓글을 다는 것이다. 커피는 그냥 맛있고 기분 좋자고 먹는 거지 건강 따질 거면 그냥 맹물을 열심히 드시라구요…

 

  레인의산소’와미토콘드리아’를 예전에 갖추고 이걸 수능 끝나면 볼까, 했는데 책에서도 거기 나올 법한 이야기들이 제법 인용되었다. 역시나 나중에 나가는 읽으니 저자 선생님께서도 책들에서 많은 영감을 얻으셨다 하고 참고문헌에도 적혀 있어서 결국 알아서 필요한 읽고 그러다보면 책들끼리 줄줄이 이어지는 구나...하는 즐거움도 있었다. 맨날 이제 최선생님 그만 봐야지...하면서도 하는 이야기의 핵심은 유사한데 (문제는 물질 자체는 죄가 없다 암은 랜덤…) 그래도 보다보면 조금이라도 배우는 있고 재미있어서 자꾸 보게 된다. 쟁여둔 커피 공부 책만 보고 진짜로 하산하겠습니다…


주요 아미노산을 한 바닥에 깔끔하게 정리한 그림… 이 책에는 이런 아름다운 도표와 분자구조식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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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4-11-23 1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토피성 체질인데 고 3때 1년 내내 고생했고 만성이었던 중이염도 그때 최대로 심했거든요
제 인생의 앞길을 막은 건 이 두 가지였다고 생각해요 이것만 아니었다면 좀 더 잘 풀릴 수 있었을텐데요 ㅎㅎ
아토피는 가을부터 봄까지 계절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것 같아요.
보습제를 발라도 그때 뿐이고 스테로이드 연고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가 없어요.
여름이 덥고 땀은 나지만 아토피는 훨씬 덜 하더라고요.
저도 알러지 검사에서 음식에 대한 반응이 없었는데
그래도 우유, 달걀, 요거트 등 유제품이 확실히 안 좋아요.
단백질 섭취를 위해 먹어야 하는데
정말 고민입니다 ㅠㅠ
커피를 좋아해서 맹물을 죽어라고 안 마시기게 돼요 ㅎㅎ

반유행열반인 2024-11-23 12:51   좋아요 1 | URL
페넬로페님 고생 많으시군요. 정말이지 여름은 공기 중에 습기가 많아서 피부 상태가 썩 괜찮아요. 동남아시아 놀러가면 로션 안 발라도 안 꺼칠은 피부가 며칠 지속되서 진지하게 (피부염 때문에) 여기 살고 싶다...근데 여기서 뭐해먹고 사냐.. 그러고 포기한 기억도 있네요 ㅎㅎㅎ 커피는 맛있잖아요... 물에 콩가루 태운 거 녹인 주제에 왜 향기로워서 사람을 홀리냐... 물 마실 배 좀 남겨다오... ㅋㅋㅋ

hnine 2024-11-23 14: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일 재미없게 쓴 생물책은 고등학교 생물 교과서가 아닐까요.
있던 흥미도 떨어뜨리지 않으면 다행일 정도로 너무 많은 내용을 담는데 치중하다보니 충분한 설명 없는 도표와 구조식이 더 어렵게만 만들고요.
이 책 흥미로운데요. 책표지 구조식에 산소 자리에 미원 상표 그려넣은 것도 재미있고요.

반유행열반인 2024-11-23 14:09   좋아요 0 | URL
이 책도 분자구조식? 구조도? 는 쫌 많은데 저는 열 권 넘게 본 저자라 그냥 익숙해진 대로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ㅎㅎ전자책을 보다보니 표지 깨알 미원 마크는 미처 못 봤는데 덕분에 ㅎㅎㅎ 요즘 교과서는 올칼라에 저희(?라떼??) 때 보다는 낫게 나온다 싶지만 교육과정 자체가 딱 뭔가를 관통하는 방향성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는 게 (제 전공인 사회도 사실 좀 그래요...) 짧은 공부로 얻은 느낌이었고 그건 거의 (의치한약수 더하기 명문대 거름망) 고시처럼 변질된 선발 목적의 입시교육의 한계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