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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서동주의 합격 공부법 - 영어 한마디 못하던 열세 살 소녀는 어떻게 미국 변호사가 되었을까
서동주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1년 4월
평점 :
-20210914 서동주.
학교 다니는 동안 공부에 관한 책을 읽은 적이 없다. 아마도 한 번도. 흙오브흙 출신의 내게 공부는 유일한 생존법이자 도피처였다. 차가운 방구석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산처럼 쌓인 교과서, 프린트물, 학습지를 읽고, 풀고, 던지고, 하던 중학생 내 모습이 떠오른다. 나는 나를 볼 수 없었을 텐데도 희한하게 지켜봐진다. 골목에 나와 놀자고 00아-놀자- 하는 아이들에게 이따가- 하고는 아이템풀 풀던 유치원생 시절도. 실컷 문제를 풀고 나가보니 집앞이 텅 비어 있어 쓸쓸했던 기억도 난다. 고3 때 친구들이 쉬는 시간 교실에서 단체 사진 찍는 뒷배경에 내가 혼자 턱을 괴고 책 보는 모습이 찍혀 있다. 반복해서 읽고, 풀고, 왜 틀렸는지 알아내고, 다시, 그리고 시험장에서 마인드콘트롤하며 최대한 실수하지 않기, 검토하기. 대부분 큰 시험을 앞두고는 재앙이 벌어지곤 했다. 아빠는 수능 나흘 전부터 삼일 내내 술을 먹고 난동을 부려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짐을 쌓다 풀었다 하며 가출할 궁리만 하다 시험장에 갔다. 취업 관련 시험을 6개월 앞두고는 또 술 먹고 난동을 부려 경찰이 오고 구급차가 오고 그틈에 엄마랑 영영 집을 나왔다. 그런 극한 상황일수록 운이 좋은 건지 덕분에 초인적인 집중력이 발휘된 것인지 그럭저럭 결과가 잘 풀려 좋은 교육을 받고 지금 이 자리에서 밥벌이를 한다.
이후로 시험이 없었던가, 돌아보면 또 안 그랬다. 대학원 가려고 텝스도 보고, 대학원 시험도 보고, 논자시도 보고. 온갖 교육 받으면서 시험 보고 성적 좋다고 장관상(그냥 이벤트처럼 퍼 주는 거) 탄 적도 있고. 괜히 가만히 있으면 심심했던지 직장 다니는 중에도 시험볼 일을 만들곤 했다. 엑셀을 잘 다루고 싶어서 정보처리기능사 2급 자격증도 따고.(엑셀은 정말 업무의 꽃) 쓸데도 없는데 공부해보고 싶어서 한국사검정능력시험 처음 응시했다가 굴욕의 점수를 맛본 뒤 몇 년 후 기어이 한 번 더 응시해서 1급 합격을 하기도 했다.(이제 유효기간 다 지나서 쓸데 없는데 더 쓸데 없어짐 ㅋㅋㅋ)
그러다가 내가 밟아보지 못한 고교 이과과정 수학 과학 공부를 해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며칠 전부터 고1 수학부터 다시 풀고 있다. 오 생각보다 옛날 공부하던 가락이 살아난다… 그런데 처음엔 교육과정을 잘못 확인해서 신설된 아주 기본적인 수준의 수학을 풀고 있는 걸 알고 잠시 주눅들다가…다시 일반적인 고1 수학 교과서를 찾아 풀어보니 별로 다른 게 없었다. 오늘은 나머지정리와 인수분해를 풀었다! 과연 수학을 마치고 수학1, 2를 거쳐 선택과목인 미적분과 기하까지 무탈하게 밟아갈 수 있을지… 그러고나서 과학으로도 제대로 응용하면서 넘어갈 수 있을지 올해가 가기 전에 집어치울지는 지켜봐야겠다. ㅋㅋㅋ
수학공부는 대학 때 과외하느라 문제집 조금 풀던 걸 마지막으로 거의 이십년을 놓아버렸고, 그러다가 도서관에서 공부법 소개하는 책이 있길래 나도 공부를 오래 안 했으니 남들은 어떻게 하나 보자, 하고 이 책을 빌렸다. 좀 되긴 했는데 유유출판사에서 나온 공부법 책 아주 오래된 걸 보고 아…뭐 이리 하나마나 한 소리로 정신교육만 하고 있어…했는데 이 책은 일단 호기심이 생겼다. 우리 엄마 아빠도 싸우고 이혼했지만 워낙에 유명한 부모가 싸우고 때리고 그게 동네방네 소문나고 매스컴 탄 자녀가 스스로 순탄하게 살기 위해 고군분투한 사연이 궁금하기도 했다. 나이대도 나랑 비스무레한데 비교적 나이 들어서 로스쿨 공부랑 변호사 시험 공부도 한 사람이니 뭐 특별한 이야기가 있을까 싶어서…
핵심 노트 정리법, 공부 시기별로 3단계 계획표 짜는 법, 7번 통독 스킬, 시간 분배 방법, 시험 일주일 전 루틴 같은 건 정리를 잘해놓아서 퍼놓았다. 그런데 사실…내가 했던 거랑 크게 다른 건 없었다. 다만 그걸 남에게 알려주기 위해 정리하고 책으로 묶은 건 좋아 보였다. 공부 어떻게 하면 잘하냐고 묻는 사람이 없어서 대답해 본 적도 없지만, 누군가 공부법을 물어보면 그냥, 존나 빡시고 진득허니 하는 거지, 하다보면 요령도 생기고, 할 거 같은데 그 요령을 전달해야 하는 거 아니냐… 솔직히 학교 다닐 때 공부만 하고 다닌 건 아니고 밴드도 하고 피씨통신 빠져가지고 맨날 채팅도 겁나 하고 독서실도 엄청 빼먹고 방황도 많이 했지만 맘잡고 열심히 고3 생활 보낸 덕에 마무리가 좋았다. 취업 준비할 때도 취업 재수하는 주제에 정신 못차리고 김성모 만화책이나 엄청 보고 심즈3인가 4인가 미친듯이 하다가 도망나와서 과외 알바 하는 짬짬이 반 년 빠짝 공부한 게 합격했고…그걸 보면 큰 시험 앞두고 짧게 반 년에서 길게 일 년만 다른 거 다 제쳐두고 미친 듯이 하면 성과가 나오긴 하는 것 같다.
이제 십대가 된 큰꼬맹이는 수영 말고는 학원 안 보내고 혼자 공부하는 습관을 초등학교 들어가자마자 빡세게 들여놔서 집에서 문제집 풀고 피아노 연습도 혼자하고 주말에만 어려운 부분 봐주는 식으로 대부분의 배움을 해결하고 있다. 아무책이나 하루에 조금씩 보는 것도 약속 삼았고… 나 편하자고 들여놓은 습관이라 아직까지는 혼자 잘하고 있는 것 같긴 한데(솔직히 내 책 본다고 잘 확인도 안 함…) 학교급이 높아질수록 어떻게 도움을 줄지 모르겠다. 그래서 일단 엄마가 먼저 고등학교 공부해볼게…하는 거 대충 보고 너도 알아서 갈 길을 가렴… 공부 아니다 싶으면 기술 배워…코딩 배우든가… 코딩 공부도 내가 먼저 해보려고 했는데 파이썬 책 사 놓고 조금 보다가 일단 쉬는 중이다 ㅋㅋㅋ 뭘 끝까지 진득하게 하는 게 잘 없어…
아, 어려서 수학 풀 때는 디딤돌수학 문제집 이런 거 사가지고 지우개로 빡빡 지워가며 풀었는데, 요즘에는 아이패드에 pdf로 교과서 파일 받아가지고 짭플펜슬로 슥슥 풀고 슥슥 지우고 일하다가 열받으면 쉬는 시간에 잠시 아이패드 꺼내서 슥슥 문제 하나 풀고 마인드콘트롤 하고, 산책하다가 벤치 앉아서 슥슥 풀고 완전 짱이다. 그러니까 공부 안 하는 핑계댈 수가 없는 편리한 세상… 문제 풀다가 지겨우면 전자책 꺼내서 책 슥슥 보다가 질리면 또 문제 슥슥 풀고…아놔 이 우등생 마인드… (겨우 경우의 수, 다항식, 방정식 풀고서 혼자 자뻑에 취한 나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