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Handke의 『관객모독』에 대하여

『관객모독』의 연극 목표는 연극관람자로서 아무 의식없이 연극을 관람하는 관객들에게 자신들이 누구이고  무엇때문에 이곳에 있는지를 인식시키며,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인식의 과정을 확장시켜 아무 자극없고 변화없는 관객들의 일상속에서 자신들의 위치와 존재를 올바로 인식하게 하여 지금까지 의식하지 못했던 현실의 가능성을 보게 하거나 인식하게 하는 것이다.
한트케에게 있어 연극은 관객의 내적 유희공간을 창조하는 수단으로, 관객의 의식을 넓히고 심화시키는 수단으로 의미가 있다. 한트케는 자신의 연극을 서극이라고 한다. 연극을 보고 나서 관객은 각자의 '본극'에서 스스로가 서극에서 연극을 통해 느낀 것을 통해 좀 더 의식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여기서 한트케가 작품속에서 관객을 의식시키기 위해 어떠한 방법을 사용하는지 살펴보자.
한트케는 이 극에서 관객을 이야기꾼들의 '상대역'으로 만든다. 이 극의 이야기꾼들은 무대위의 자기 동료를 향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관객을 향해서만 이야기한다. 이러한 이야기꾼들의 태도를 통해 관객들은 수용자로서의 전통적인 자신의 역할에 대해 낯설게 느끼게 되며, 이 낯설음을 통해 자신의 상황을 진지하게 다시 생각하게 된다. 즉 관객은 이 극에서 더 이상 전통적인 의미의 수용자가 아니라 공동제작자이다. 만일 관객이 이 극에서 무엇인가를 하거나 혹은 곰곰히 생각하도록 요구받지 않는다면 상연시 매우 지루하게 느낄 것이다. 왜냐하면 이 극은 어떤 특별한 줄거리나 흥미거리를 서술하지 않았고 또한 연기자와 연기자 사이의 어떤 갈등이나 대립을 묘사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야기꾼들은 관객에게 이 극의 촛점이 되어 줄 것을 요구한다.
한트케는 이 극에서 관객을 의식시키기 위해 '욕설'이라는 자극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관객을 모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관객을 직접 연극 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이다. 욕설은 관객을 자기자신과 대면하게 한다. 관객들이 일상속에서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한 욕설을 인용함으로써 관객들은 자기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욕설은 관객을 자기자신과 마주치게 하여 자의식에 이르게 하는 수단인 것이다. 이야기꾼들이 관객에게 직접 이야기하고, 심지어 욕설까지 하는 것은 관객을 자의식에 이르게 하기 위해서이다. 이 말은 한트케가 작품을 통한 관객의 변화를 믿고 있다는 것이다.
한트케의 『관객모독』의 서술동기는 그 시대의 연극에 반대하기 위한, 그 시대 연극의 모순을 드러내주기 위한 연극이다. 역할을 파괴하기 위하여 역할을 구성하거나, 연극을 파괴하기 위해 연극을 상연한다면 그 구성과 파괴의 관계는 단지 유희이외에는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 유희인 『관객모독』속에 현실이 상연된다. 자기의 시간의 흐름을 떠나 무대위의 시간속으로 이주하고자 했던 관객들은 무대위에서 현실과 마주침으로 인해 무대위에서 자신의 제 현실문제와 대면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현실의 제 문제에 대해 무대는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관객의 주의만을 환기시킨다. 이 연극에는 사람들이 어떻게 극장에 가며, 그 곳에서 무엇을 기대하며 또한 그들이 극장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상세히 서술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극은 전통적인 연극의 모든 것을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이미 하나의 '의식 Ritual'이 되어버린 극장에 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관객에게 분명히 알리려 노력한다. 즉 우리를 규정화하는 모든 것들을 깨뜨리는 것이다. 이러한 규정의 틀을 파괴함으로 관객은 자신의 올바른 형상화를 위해 자유로워지며, 그 토대 위에 자신의 내적 자유와 동질성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참조: 전영록,'개방희곡으로서의 Peter Hnadke『관객모독』연구', 『독일어문학』제4-2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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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 2004-05-20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들려요.
관객모독 보았었는데 느낌이 독특하기는 했지만 크게 공감은 못했어요. 대사와 상황이 어긋나기도 하고, 대사의 톤에 따라 대사의 내용이 다르게 전달되는 것은 재미있었어요. 극 중에서 "현실이 어쩌고"하는 대사가 있는데 기주봉인가 하는 배우가 "현실이"만 강조해서 부르니까 꼭 사람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았어요. 끝나기 전 10분 동안은 관객들에게 욕설을 퍼붓는데 당황스럽기 보다는 재미있기도 헀어요.
관객이 배우들에게 관찰당하는 느낌도 들고, 관객의 자리가 좀 불편해지기도 하는 연극이었는데, 사람들의 마음을 배반하는 전개가 매력인 것 같아요.

메시지 2004-05-20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희곡을 먼저 접했어요. 거기서 번역에대한 불만이 무척 많았지요. 심한 번역투가 오히려 내용을 이해하는데 방해가 되었죠. 언어극이라고도 하는데 작가가 전하고자하는 언어에대한 생각이 잘 표현되지 못하는 것 같았죠. 독일어가 꽝이라 원서를 볼 능력은 없고, 불만으로만 남아있죠. 연출의 해석과 작업이 희곡을 무대 위에서 새로운 의미와 상황으로 거듭나게 한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비로그인 2004-05-22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나도 씨원하게 물베락 함 맞아봤음 좋겠어요. 왠지 그럴 듯 해 보여요. 모욕을 당하는 곳에서 자유를 찾을 수 있다니. 캬~

메시지 2004-05-22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물뿌리고 욕합니다. 아주 징허게~~

푸른별 2004-05-24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한트케의 희곡은 아직 읽어보지 못하고 민음사에서 나온 그의 산문집 "소망 없는 불행"을 읽어보았는데 희곡도 한번 찾아서 읽어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