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사람들 시작시인선 16
김신용 지음 / 천년의시작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리뷰를 올리면서 내 스스로 별하나의 만족도 만큼은 비워두기로 했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내가 쓴 리뷰의 상품만족도는 늘 별 4개가 최고였다. 저자의 견해를 무조건 수용하는 자세나 주관없이 책에 빠져드는 것을 경계하고 싶은 욕심때문이었다.  그러나 김신용 님의 시집  '버려진 사람들'에게는 별 다섯을 주고도 부끄럽다. 비워두기로 했던 별 하나까지 채워 별 다섯을  이 시집에 주는 것은 이 시집에 대한 나의 애착과 다시 재판되어 나오게된 것에 대한 기쁨과 감사의 표현이다.

내가 가진 김신용 님의 '버려진 사람들'은 1988년 11월 5일 초판발행된 고려원시인선13권이다. 친구에게 빌려읽고 돌려줄 수밖에 없었던 이 시집을 몇 년의 세월이 지나고 인천의 한 서점에서 발견했다. 발행일로 부터 8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 시집의 초판본을 만난 것이다. 초판본을 갖는다는 것은 내 이름으로 불려지는 별을 갖는 일처럼 행복한 일이다.

이 시를 처음 접한 것은 대학시절. 한참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에 심취했던 때이다. 대학 시절 친구의 추천으로 우연히 접한 이 시집은 나에게 박노해 만큼이나 충격적인 시집이었다. 아름다운 언어로 아름다운 정신 세계와 아름다운 자연을 읊는 것이 시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삶의 진정성과 그 고달픔이 주는 전혀 다른 아름다움(고통을 가진 자의 절규에서 느껴지는 비참한 아름다움)에 대하여 고민하게 만들었다. 문학을 향한 첫번째 껍질깨기가 이 시집을 통해 이루어졌던 것이다.

이 시집에 대한 나의 애착은 상당히 주관적이고 감상적일 수 있다. 그러나 14세 때 부터 부랑 생활, 지게꾼 등 온갖 밑바닥 직업을 전전하며 몸으로 쓰여진 시라는 것은 분명히 그 어떤 화려한 언어의 표현보다 더욱 진실된 삶을 이야기해 줄 것이다. 그렇다고 이 시가 언어의 표현력에서 뒤떨어진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예전에 인상이 남아 접어둔 페이지의 '달팽이의 꿈'이라는 시는 대상에 대한 깊은 시선을 통해 삶의 본질을 꿰뚫는 시인의 탁월한 문학적 재능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재판되어 나온 책은 사실 내가 보지 못했기때문에 내가 소유한 초판본과 달라진 점이 있을 수도 있다. 책에 대한 소개만으로 알 수 있는 변화는 평론이 첨가되었다는 점이다. 초판본에는 시와 간단한 시인 소개외에는 아무런 글이 없었다. 그리고 검은 철길 위에 어둡게 놓여있는 화물 차와 검은 선으로 빗겨진 하늘이 그려진 표지 그림이 화사한 색으로 새롭게 편집되었다는 것이 눈에 띈다. 그러나 그 내용은 변화가 없을 것이며 아울러 시에서 그려진 어두운 삶의 그림자는 아직도 우리의 삶메 여전히 드리워져있다는 점에서 변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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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물고기 2004-05-08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 마지막 말씀이 섬뜩하군요. 언제까지 그런 도저한 그림자와 함께 맞물려 가야 할까요. 발전을 거듭할 수록 음영 또한 짙어지는 것 같습니다. 사실, 박노해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별 다섯을 주고도 부끄럽다는 말씀과 마지막 문장에 동하는군요. 노란색 표지는 마음에 안 들지만.

stella.K 2004-05-10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시지님의 리뷰 추천하구요, 저의 보관함에 담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