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극 바로보기
최응 외 지음 / 북스힐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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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연극은 언제 시작되었을까? 이 물음을 던지면서 불안함을 감출 수가 없다. 혹여 많은 이들이 우리나라에서 연극다운 연극은 개화기 이후에야 시작되었다고 답하진 않을가하는 의구심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연극은 숨을 죽인체 불꺼진 무대의 어두운 막을 처다보는 것으로 시작해서, 경쾌한 음악에 맞추어 커튼콜을 하는 배우들에게 힘차게 박수를 보내는 것으로 끝나야한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안동 하회마을에서 벌어지는 하회별신굿을 연극이라고 하면 이해하기 힘든 표정으로 그것은 탈춤이다, 우리의 전통 놀이라며 수긍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연극이라는 말은 서양의 관점에서 그것도 정통적인 리얼리즘 계열의 연극을 지칭하는 편협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편협된 관점이 지속되는한  훌륭한 극적 장치와 관객과의 열린 만남을 전제로 하는 우리의 전통 연극은 계속 설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우리의 연극은 사실 세계에서도 아직 그 설자리가 약하다. 연극사의 대표적 교과서로 불리는 '세계연극사'를 보아도 동양 연극의 장에는 인도, 중국, 일본의 전통극만이 차지하고 있다. 우리의 전통극은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물론 '판소리'의 세계문화유산 지정은 우리의 전통 연희 장르가 가진 우수성에 대한 인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국내에서의 판소리는 역시나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판소리'에 대한 연구와 연희 방식면에서 한국의 전통극으로 자리매김하려는 노력들이 많아진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물론 판소리의 성격에 대한 논의는 시작된지 얼마안되어서 앞으로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긴하다.)

연극의 개념을 조금 넓혀서, 엄밀하게 말해서 연극에 대한 이해를 더욱 넗혀서, 우리의 연극을 바라본다면 우리의 전통 문화는 훌륭한 연극적 전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개념에서 우리 연극의 역사를 바라보고 거기서 발견되는 우리의 전통 연극의 기원과 발전을 알기쉽게 기술한 책이 "한국연극 바로보기"인 것이다. 우리 연극의 기원과 각각의 전통 연극의 형태들이 어떤 배경 속에서 형성되고 발전되었으며, 현재 어떠한 모습으로 남아있는지에 대한 연구와 기록들이 잘 정돈되어있다. 누구나 쉽게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도록 기술하면서도 학문적인 연구 결과까지도 잘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현대 연극의 흐름과 변화도 기술되어있어서 한국연극사의 교과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장르별로 다루다보니 전체 시대의 흐름 속에서 각 장르들이 어떠한 관련을 맺고 있는가하는 문제와 깊이있는 논의로까지 전개되지 않은 아쉬움도 있으나 이것은 오히려 연극사를 처음 접하는 안내서로서의 장점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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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5-04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연극 안 본지도 꽤 오래된데다 공연한다는 소식도 듣지 못하고 세월이 흐르고 있었거던요. 메시지님께서 소개시켜주시는 정보로나마 접하고보니 반가운뎁쇼. 글고 이렇게 진지하게 우리연극에 관한 자료에 관심을 기울이고 연구하시는 분이 가까이 사시고 계시다니, 무척 흐뭇합니다. 하하하...

바람구두 2004-05-07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인 듯 싶군요.
저도 조만간 한 권 주문하겠습니다.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