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지했다. 그래서 무시했다. 잘 알지 못했고, 아는 게 두려워서 알려고 하지 않았었다. 진작 깨어있어야 했다. 이 책도 읽어야만 한다고 생각했지만, 두려움과 무지함이 이렇게 늦게 책을 펼치게 했다.
 어려웠다. 실제를 옮겨 전해주는 듯한 내용의 책을 읽는 것도, 받아들이는 것도 모두 어려웠다. 어려웠지만, 보람 있었다. 늦게나마 이렇게 문학이라는 텍스트를 통해 기억해야만 하는 역사에 가까워질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더불어 한강 작가의 능력과 노고에 감사와 경의를 표하고 싶다.

 

 

 

‘죽음은 새 수의같이 서늘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그때 생각했습니다. 지나간 여름이 삶이었다면, 피고름과 땀으로 얼룩진 몸뚱이가 삶이었다면, 아무리 신음해도 흐르지 않던 일초들이, 치욕적인 허기 속에서 쉰 콩나물을 씹던 순간들이 삶이었다면, 죽음은 그 모든 걸 한번에 지우는 깨끗한 붓질 같은 것이리라고.‘

‘어떤 기억은 아물지 않습니다. 시간이 흘러 기억이 흐릿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기억만 남기고 다른 모든 것이 서서히 마모됩니다.‘

‘나는 싸우고 있습니다. 날마다 혼자서 싸웁니다. 살아남았다는, 아직도 살아 있다는 치욕과 싸웁니다.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웁니다. 오직 죽음만이 그 사실로부터 앞당겨 벗어날 유일한 길이란 생각과 싸웁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편의점 인간 - 제15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석희 옮김 / 살림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재밌었다. 금방 읽었다. :)
 우리의 모습에 이 책에서 그려낸 것과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다고는 생각했지만, 그리 무겁진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여기는 변함이 없네요."
나는 조금 사이를 두었다가, "글쎄요!"하고 대답했다.
점장도, 점원도, 나무젓가락도, 숟가락도, 제복도, 동전도, 바코드가 찍힌 우유와 달걀도, 그것을 넣는 비닐봉지도, 가게를 오픈했을 당시의 것은 이제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줄곧이긴 하지만 조금씩 교체되고 있다.
그것이 ‘변함없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아직도 이 책이 서점에 처음 놓여지던 날을 기억한다. 그때 민음사에서 책에 걸맞는 디자인으로 표지를 한 젊은 작가 책을 여러권 출간했다. 나는 모두 다 읽고 싶었고 특히 이 책의 표지를 오래 만지작거렸지만, 당시 나는 책 읽는 속도가 너무 느렸고 볼 책들은 너무 많았다. 다음에, 다음에가 몇 번 쌓인 사이 책은 이미 입소문을 타고 베스트셀러가 되어있었다.
  과연 김지영 신드롬이 일어날 만했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았고 다큐보다 더 다큐같았다. (실제 김지영 다큐도 방송되었고, 다큐 느낌이 든 이유는 작가의 이력과 우리 사회의 현실이 잘 설명해줄 것 같다.) 너무 공감이 가서 짜증이 났고 울고 싶어졌다. 나도 결혼하고 애만 낳지 않았을 뿐, 아직도 집안과 사회에서 변하지 않고 박혀있는 사상들에 싸우고 있는 김지영이었다. 하지만 역시 결혼과 출산, 육아를 겪고 있는 우리시대의 김지영들의 이야기에는 견줄 수 없겠지.
  책을 조심스레 넘기며 다 읽고, 이 책을 읽고 싶다 했던 친척동생에게 보내줄까 라고 물어봤다. 이미 책을 샀다고 말하는 동생에게 너무 공감된다고 잘 읽으라고 말하며 생각해봤다. 친척동생도 이 이야기를 자신의 얘기처럼 공감하며 읽을까? ...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잠시 스쳤는데, 점차 이 책이 그렇게 변해갔음 좋겠다는 생각이다. 읽으면서 깜짝 놀랄 정도로, '이럴 때가 있었어?', '하긴 예전에는 그랬지?' 이런 말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사회가 변하고 체제와 생각들이 변하면 좋겠단 바람이다.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그 안의 소소한 규칙이나 약속이나 습관들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웃는 남자 - 2017 제11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황정은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7월
평점 :
품절



 
  각각의 작품들을 꽤 재밌게 읽었다. 보통 단편들이라고 하더라도 책을 순서대로 읽는 편인데, 제 11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 「웃는 남자」는 다른 작품에 비해 꽤 길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수상작을 제일 마지막에 읽게 됐다.
  멋졌다. 처음에는 세운상가에 뭐에 뭐에... 소재들이 별로 와닿지도 않을 내용이라 읽기 부담스러웠고 읽으면서도 재미없다고 느꼈다. 그런데 읽어가면서 점차 세상을 묘사하는 그녀의 글이 대단하다고 생각됐고 약간의 감동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이 글은 그녀의 소설 「백의 그림자」가 주는 느낌과 비슷하다. 아마도 한 작가가 바라보는 세계관이 그대로 투영되고 스며들어 그렇지 않을까 싶다.  
 
  '그들은 무엇에 저항하고 있나.
  하찮음에. 하찮음에.' 
 
  멋지다.

 

 

 

‘d는 dd를 만나 자신의 노동이 신성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사랑을 가진 인간이 아름다울 수 있으며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아름답다고 여길 수 있는 마음으로도 인간은 서글퍼지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몬드 (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단숨에 읽었다. 의외로 너무 재밌었다. 재미없게 생긴 표지인데, 온라인 서점 홈페이지에 꽤 오래 히트작으로 올라있었다. 덩달아 나도 구매해서 읽으려던 책이었는데 잠시 한눈 파는 사이 관심에서 멀어진 책이었다.
  작가 이름은 처음 들었다. 이 작품으로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다는데, 정말 그럴만 한 것 같다. 책에서 주인공 윤재가 겪는 것과 같은 현상을 '알렉시티미아', 감정 표현 불능증이라고 하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상당히 감정적인 인간인 나로서는 감히 상상이 안되는 상태긴 하지만, 주제뿐 아니라 이야기 자체가 너무 좋았다. 덕분에 빠르게 몰입되었다. 청소년들도 쉽게 이해하고 느끼도록 쓰여지기도 했다. 
  중간에 울컥하기도 하고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던 건 단순히 내가 감정적 몰입을 해서였다기 보다, 이 책의 중심에도 결국 '사랑'이 관통해 있어서 그렇지 않았을까 싶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도, 괴물로 만드는 것도 사랑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사실 어떤 이야기가 비극인지 희극인지는 당신도 나도 누구도, 영원히 말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딱 나누는 것 따윈 애초에 불가능한 건지도 모른다. 삶은 여러 맛을 지닌 채 그저 흘러간다.‘

‘어딘가를 걸을 때 엄마가 내 손을 꽉 잡았던 걸 기억한다. 엄마는 절대로 내 손을 놓지 않았다. 가끔은 아파서 내가 슬며시 힘을 뺄 때면 엄마는 눈을 흘기며 얼른 꽉 잡으라고 했다. 우린 가족이니까 손을 잡고 걸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반대쪽 손은 할멈에게 쥐여 있었다. 나는 누구에게서도 버려진 적이 없다. 내 머리는 형편없었지만 내 영혼마저 타락하지 않은 건 양쪽에서 내 손을 맞잡은 두 손의 온기 덕이었다.‘

‘부모는 자식에게 많은 걸 바란단다. 그러다 안 되면 평범함을 바라지. 그게 기본적인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말이다, 평범하다는 건 사실 가장 이루기 어려운 가치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