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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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지했다. 그래서 무시했다. 잘 알지 못했고, 아는 게 두려워서 알려고 하지 않았었다. 진작 깨어있어야 했다. 이 책도 읽어야만 한다고 생각했지만, 두려움과 무지함이 이렇게 늦게 책을 펼치게 했다.
 어려웠다. 실제를 옮겨 전해주는 듯한 내용의 책을 읽는 것도, 받아들이는 것도 모두 어려웠다. 어려웠지만, 보람 있었다. 늦게나마 이렇게 문학이라는 텍스트를 통해 기억해야만 하는 역사에 가까워질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더불어 한강 작가의 능력과 노고에 감사와 경의를 표하고 싶다.

 

 

 

‘죽음은 새 수의같이 서늘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그때 생각했습니다. 지나간 여름이 삶이었다면, 피고름과 땀으로 얼룩진 몸뚱이가 삶이었다면, 아무리 신음해도 흐르지 않던 일초들이, 치욕적인 허기 속에서 쉰 콩나물을 씹던 순간들이 삶이었다면, 죽음은 그 모든 걸 한번에 지우는 깨끗한 붓질 같은 것이리라고.‘

‘어떤 기억은 아물지 않습니다. 시간이 흘러 기억이 흐릿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기억만 남기고 다른 모든 것이 서서히 마모됩니다.‘

‘나는 싸우고 있습니다. 날마다 혼자서 싸웁니다. 살아남았다는, 아직도 살아 있다는 치욕과 싸웁니다.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웁니다. 오직 죽음만이 그 사실로부터 앞당겨 벗어날 유일한 길이란 생각과 싸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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