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빛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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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처음 봤을 때 끌린 책은 어떻게든 읽게 되는 것 같다. 평소 일본 소설을 좋아하진 않지만, 서점에서 이 책을 마주하고는 꼭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유명인의 추천도 없을 때였고, 책을 많이 읽지도 못했을 때였다. 내내 희망목록에만 있다가 이제서야 읽게 되었는데, 왜 많은 추천을 받았는지 살짝 알 것 같다.
 다른 읽어야 할 도서 목록에 밀리다가 반납 기한이 다 되서 슬쩍 넘겨봤는데, 책이 스르르 읽히는 게 아닌가. 분명 책을 읽었는데, 장면을 본 것 같은 느낌이 책을 읽는 내내 지속이 되었다. '환상의 빛'은 물론이거니와 특히나 '밤벚꽃'은 읽으면서도 그 느낌이 참 좋았다. 죽음이 스며든 삶의 이야기를 하는데도, 쓸쓸한 모습을 말하는데도, 그것들이 거부할 수 없는 빛으로 그려진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희한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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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잘 있습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503
이병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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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률 시인이 읽히는, 비로소 그가 읽히는 시집이었다. 더할 나위 없이 깊어지고 깊어지다가, 이제는 그가 스며 나와 절로 읽혀지는 그런 시집이었다. 더 인간다워지고, 더 안아주고 포용해주는, 그런 시집이었다. 시를 읽는 내내 전해지는 그의 마음들이 나를 감동받게 만들었고, 그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이런 다정한 모습에 나는 늘 마음을 홀리고 만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의 모습이고, 그의 시집이다.  
 
 

 

 

나는 마음의 2층에다 그 소리를 들인다
어제도 그제도 그런 소리들을 모아 놓느라
나의 2층은 무겁다

내 옆을 흘러가는 사람의 귀한 말들을 모으되
마음의 1층에 흘러들지 않게 하는 일

그 마음의 1층과 2층을 합쳐
나 어떻게든 사람이 되려는 것
사람의 집을 지으려는 것

나의 마련은 그렇다

한 사람이 상처를 받는 것은
한 사람이 깊숙이 칼에 찔리는 것은
지구가 상처받는 것
지구의 뼈가 발리고 마는 것

- 이병률, ‘지구 서랍‘ 중 발췌

‘시인은 문장을 다스리는 데에 있어서 가장 능란해야 옳지만, 능란한 문장을 쓴다는 걸로 가장 좋은 시인이 될 수는 없을 것이지만, 문장을 정말로 능란하게 다루려면 그 문장의 깊이만큼 깊이 있는 사람이어야만 한다. ... 자신이 쓴 시와 더 겹쳐지고 더 닮아가는 그가 가장 분명하게 다짐을 해둔 문장을 오래 들여다본다.‘

- 시인 김소연, 작품 해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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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해 줄게요 - 강주은의 소통법
강주은 지음 / 미메시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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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두께가 약간 도톰했지만, 인터뷰 형식의 글이고 함께 수록된 사진이 있어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나는 강주은을 배우 최민수의 아내로만 알고 있다. 그녀가 출연한 방송이나 그녀의 행적들을 전혀 알지 못했기에 왜 이런 책 출간을 했으며 강의까지 하는지 당연히 알지 못했다. 그저 막연하게 최민수가 아내에게는 꼼짝 못한다는 소문 아닌 소문으로만, 최민수의 아내로 살면서 여러 어려움이 있었을텐데 지금까지 별 말 없이 살아온 것에 대해 그녀가 대단하다고 느꼈을 뿐이었다.
 언젠가부터 자기 계발서나 특정 분야에서 빼어난 사람들에 관한 책, 혹은 뭔가를 잘하는 방법을 일러주는 책들은 읽지 않게 되었다. 당연히 이 책도 관심사가 아니었다. 뛰어난 사람들이 책을 통해 아무리 좋은 내용과 방법을 알려준다해도 그건 그 사람들의 방법일 뿐, 꼭 그 방법만이 정답인 것처럼 인식시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 자리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을 다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 만들어버리는 것 같아서 싫었다.
 그런 인식을 가지고 있는 내가 이 책을 읽은 느낌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책으로만 읽어서 체감이 잘 되지 않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녀에게는 그녀가 남다르게 노력해온 소통법이 있는데, 그게 우리가 평소에 잘 하지 못하는 부분일 수도 있고 배워야 할 점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무엇보다 그녀의 인내심이 부러웠다. 어려움이 닥쳐왔을 때, 그 상황을 견디며 상대를 배려하거나 소통하려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소통법'을 배워야지, 라고 했다면, 잘 배울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녀의 소통법은 그녀가 겪어온 특이하게 힘든 상황들 속에서, 그녀가 받은 교육과 살아온 환경 속에서, 부단히 노력하고 애쓴 그녀의 순간순간이 빚어낸 결실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녀는 어떤 사람일까가 궁금했는데, 그녀의 이야기, 그녀가 노력해왔던 이야기를 오래 들은 것 같아서 좋았다.

 

 

 

‘우리는 참 타인에게만 친절해요. 하지만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이야말로 긍정의 표현이 가장 필요하지요.‘

‘우선 소통을 할 때는 무조건 상대를 이해해 줄 준비를 해야 해요. 상대가 어떤 것에 관심을 두는지 그리고 지금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이 어떤지에 맞춰 언어를 골라야 하죠.‘

‘서로의 삶을 존중하고 거리를 지키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사랑의 방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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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 대하여 오늘의 젊은 작가 17
김혜진 지음 / 민음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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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좋아하는 김혜진 작가의 신작 소설이다. 굉장히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이다. 출간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내용을 듣자마자 바로 사버렸다. 이 책은 엄마의 시선으로 보는 딸에 대한 이야기, 동성연애를 하는 딸에 대한 이야기이다.
 작품은 큰 사건의 흐름 없이 엄마의 감정과 생각, 그리고 딸과 딸의 연인과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자칫하면 지루해질 수 있는 평평한 구성이지만, 김혜진 작가의 필력은 똑같고 똑같고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공감할 수 있게 만들며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나는 모두 이해할 수 있었고, 동시에 모두 이해할 수 없었다. 엄마의 마음이 절절하게 묘사가 되기 때문에, 내가 남성이 아닌 여성, 그리고 딸로써 존재하기 때문에 엄마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꽉 막힌 엄마의 세계와 부모로서의 심정을 모르지 않지만 내가 유지하고 싶은 세계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그 자체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딸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이 대담한 작품을 통해 뭔가 큰 삶의 무게와 공감의 마음과 시선을 던져주고 간 작가의 능력에 또 한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니까 내가 염려하는 건 언제나 죽음이 아니라 삶이다. 어떤 식으로든 살아 있는 동안엔 끝나지 않는 이런 막막함을 견뎌 내야 한다.‘

‘그냥 있는 그대로 그러려니 봐 주면 안 되는 거야? 내가 뭐 세세하게 다 이해를 해 달라는 것도 아니잖아.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며? 각자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다며? 다른 게 나쁜 건 아니라며? 그거 다 엄마가 한 말 아냐? 그런 말이 왜 나한테는 항상 예외인 건데!
넌 내 딸이잖아. 넌 내 자식이잖니.‘

‘그래. 그럼 소꿉장난이 아니라는 걸 어디 한번 말해 봐라. 너희가 가족이 될 수 있어? 어떻게 될 수 있어? 너희가 혼인신고를 할 수 있어? 자식을 낳을 수 있어?
엄마 같은 사람들이 못 하게 막고 있다고는 생각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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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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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유명하고 칭찬이 자자해도 내키지 않으면 책을 읽지 못하는 편이다. 읽을 책들이 넘쳐나기도 했고, 두꺼운 책 두께와 일본 소설이라는 점에서 조금 멀리한 것도 있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추리소설로 많이 알려진 작가인데 어떤 내용을 썼길래 사람들이 이렇게 추천을 많이 할까 궁금하긴 했다. 이제 영화로 개봉한다는 소식이 알려져 더 늦지 않게 책을 펼쳤는데, 역시나 빠르게 몰입해서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최근에 영화로 만들어진 김영하 님의 『살인자의 기억법』은 읽으면서 대단하다고 느끼긴 했지만, 영화로 만들어질거라는 상상이 잘 되지 않았다. 그만큼 김영하 님의 필력으로 전달해준 느낌이 크기도 했고, 영화로 만들기엔 조금 어렵지 않을까 싶은 부분도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읽으면서도 어떤 식의 영화가 될지 머리 속에 바로 상상이 되었다. 영화로 만들기 좋은 이야기였고, 그래서 앞으로의 개봉이 더 기대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살짝 어두운 감의 소설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렇게 따뜻한 느낌의 소설은 재밌다는 느낌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도 내용도 좋고 잘 읽혔지만 큰 감흥 없이 끝날 뻔 했는데, 마지막 부분에 도달했을 때 살짝 짜릿하면서도 오소소한 느낌이 들었다. 끝 마무리가 좋아서 책에 대한 전체 느낌이 살짝 더 좋아진 것 같다.

 

 

 

"인간의 마음속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어떤 것이든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 돼."

‘하긴 이별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고스케는 생각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이 끊기는 것은 뭔가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아니, 표면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서로의 마음이 이미 단절된 뒤에 생겨난 것, 나중에 억지로 갖다 붙인 변명 같은 게 아닐까. 마음이 이어져 있다면 인연이 끊길 만한 상황이 되었을 때 누군가는 어떻게든 회복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이미 인연이 끊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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