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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한 모 경영 - 진정한 차별화는 기본 원칙을 지키는 것!
다루미 시게루 지음, 이동희 옮김 / 전나무숲 / 2007년 6월
평점 :
가내 수공업인 두부를 통해 2000억 원대의 매출을 바라보고, 해외시장까지도 넘보고 있는 다루미 사장. 그가 쓴 책을 읽다 보면 괜히 나까지 신이 나는 것 같다. 마치 동키호테 책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그도 처음 두부사업을 시작할 때는 그 사업이 이렇게까지 성장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두부제조도 돈 벌이가 된다는 어머니의 말에 솔깃하기는 했지만, 사업시작 당시에는 수 많은 두부 업체들이 거의 대동소이한 형태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내수공업으로 두부를 생산하여 슈퍼에 납품하는 것, 그것이다.
그러나 꿈을 꾸는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기회로 작용하는 법. 다른 사람 같으면 장애물로 보였을 여러 가지 상황들이 그에게는 희망으로 작용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기존 두부업계의 상식이나 전통에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두부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인정하는 상식을 깨고 나만의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해 왔다. 사람들은 이런 나의 사업방식을 ‘거꾸로 사업전략’이라고 불렀다. 나는 줄곧 상품개발, 판매망 구축, 사업 확장과 같은 사업 운영방식을 타 업종에서 배워 두부업계에 적용하는 실험을 해 왔다.”
그리고 그는 두부업계에서 강자를 찾거나, 벤치마킹을 한 것이 아니라 다른 업종의 장점 속에서 자신의 갈 길을 발견한다. 자동차 업계, 주류업계, 프랜차이스 업계 등이다. 흡사 김위찬교수가 쓴 [블루오션]에 나오는 방식과 비슷하다.
그러나 그에게는 마케팅적인 기법 개발과 같은 소프트한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이와 같은 사업 구상은 저자가 가진 힘, 즉 자신이 믿는 대로 사업을 밀어붙이는 뚝심 때문에 돋보일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그가 슈퍼마켓으로부터의 독립을 부르짖으며, 기업의 업종을 제조.도매업에서 제조.소매업으로 바꾸는 이야기는 보고 있기만 해도 신이 난다. 폭리를 취하지는 않지만 자신들의 마진을 위해 제조업체를 내리누르는 유통업체에 대한 감정을 그가 대신 해소 시켜 준 것 같아서다.
아무리 많이 팔아도 남지 않은 슈퍼마켓 납품 건. 처음에는 25%의 마진으로 시작한 유통업의 마진이 점차적으로 50%를 넘어가고, 이마저도 안정적이지 못한 상황에서 수 많은 두부 업체들은 유통업체의 말 한마디, “내일부터 납품 안 해도 됩니다.” 에 도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저자는 이를 당연시 하지 않았다. 더구나 그런 상황을 타개하지 않고는 자신의 꿈인 주식상장 자체를 이룰 수가 없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자체 유통망을 찾기 시작했다. 그것도 이전까지 납품하던 유통업체에 대한 상품 공급을 전면 중단하고.
하지만 여기서 그가 선택한 길 자체가 또 기발하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아마도 이런 이유는 저자가 책에서 말한 대로 ‘거꾸로 사업전략’ 때문인 것 같다.
그가 사용한 마케팅 이론은 시모노세키산 복어이론이다. 개인적인 입장에서 볼 때 이런 이론이 실제로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는 이것을 통해 맛이 좋고 값이 싸다면 손님은 반드시 자신의 상품을 찾을 것이라고 믿고 공장 앞에 저가의 무인 판매대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의 생각대로 가판대는 얼마 안되어 일 매출 10만엔 이 넘는 성공 작이 되었다. ‘값싸고 맛있는 두부를 누가 안 사겠는가!’
이 이야기 중에는 저자의 저돌적이고 목표 지향적인 사업운영방식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임원들과의 대화였다.
임원들은 생산량이 작아 제조원가가 올라갈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원래 30엔 이던 두부가 현재 생산량 수준에서는 80엔 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4모를 200엔 으로 파는 것은 적자이며, 한 모를 200엔 에 팔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 가격으로 팔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실제로 직판 점에서 그렇게 팔아보라고. 결론은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원가가 얼마이든지 간에 고객이 살 수 있는 가격은 생각지도 않고, 비싸게 팔아야 한다고 주장한 임원들도 이해할 수 없지만, 적자 상태에서도 아주 기본적인 사고, 즉 적게 만들어 원가가 높다면 많이 만들어 많이 팔면 되지 않겠는가 라고 생각한 저자도 무척 재미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역시 사업을 성공한 사람들은 범인과는 달라도 무엇인가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사업을 준비하고 있거나, 진행하는 사업이 생각대로 안 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가내 수공업종인 두부제조를 통해 주식상장까지 성공한 저자의 모습을 한번 엿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