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의 도전적인 실험>을 리뷰해주세요
다음의 도전적인 실험 - 제주도로 떠난 디지털 유목민, 희망제작소 희망신서 1
김수종 지음 / 시대의창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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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시대라는 말이 나온 지 무척 오래된 것 같다.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이 서울로 향하는 기업과 자본의 흐름을 지역으로 되돌리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서울공화국이 되고 만다는 경고도 자주 했고, 수도 서울의 집중력을 전국으로 분산시키지 못하면 국제사회에서 한국만의 특색을 키울 수 없다는 말도 자주 했다. 우리나라의 역량을 전국으로 분산시킨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이었으면 전 대통령은 정부기관 자체를 지방으로 강제 이전시키기까지 했겠는가. 하지만 말만 무성했지 누구 하나 ‘내가 먼저 서울을 떠날게’ 하는 기업은 없었다. 아무리 지방으로 가라고해도 수도권(서울, 경기도)만큼 기업하기에 편리한 다양한 시설과 서비스를 갖춘 곳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커지고, 지역경제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지방분권이란 경제력이 뒷받침된 자율경영에서만 가능하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즉 중앙정부로부터 경제적인 독립이 이뤄져야만 지역특색에 알맞은 독특한 문화가 형성되고, 이를 바탕으로 진정한 지방분권 시대가 열리게 된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지자체는 기업을 자신의 고향에 끌어들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벌이기 시작했다. 기업이 들어와야 이들 기업을 움직이기 위해 사람을 쓰고,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또 이들이 낸 세금으로 지역경제를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 ‘다음’의 제주도 이전은 이런 상황에서 생긴 것 같다.

나는 이 책 제목을 볼 때 비로소 ‘다음’이 제주도로 이사 갔다는 것을 알았다. 다음과 나는 컴퓨터 화면을 통해 만나는 사이이지 내가 그 회사를 직접 찾아가거나 담당자를 만날 일이 없기 때문이다. 다음 서비스에 큰 문제가 생겨 직원을 만나 따질 일이 없는 한 말이다. 그러다보니 다음이 서울에 있든, 제주도에 있든 나에게는 큰 영향을 없었다. 그러니 당연히 제주도에 갔다는 사실도 모를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나 같은 사용자와는 다를 것이다. 일단 직원들이 자신의 거처를 옮겨야 하고, 그 동안 언제든지 만날 수 있었던 다양한 지원업체들과도 대면이 어려워진다. 무엇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배수기지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많은 기업들이 지방으로 이전하기 꺼리는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이 아니겠는가. 근데 ‘다음’은 전라도나 경상도도 아닌 섬나라로 가 버렸다. 육지에 가려면 반나절을 배타고 나와야 하는 곳 말이다. 어찌보면 대단한 결심이다.

책 내용은 무척 재미있다. 제목이 ‘다음’이라 인터넷 기업인 ‘다음’ 이야기만 있는 줄 알았는데, 저자는 기업 이야기에 제주도의 아기자기한 이야기와 지역문화를 잘 버물려 맛깔난 책을 만들었다. 게다가 자신의 고향을 떠나, 저자는 그곳이 고향이라고 하지만, 타지에서 살아가는 다음 직원들의 모습도 무척 재미있다. 예전 서울과는 다른 곳에서 적응해 나가는 그들 모습에서 ‘역시 사람이란 적응력이 대단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외진 곳에 적응한다고 해서 직원들이 손해본 것도 별로 없는 것 같다. 도리어 책을 읽다보면 다음 직원들이 무척 이득을 많이 본 것 같다. 단지 살던 곳을 떠나 낮선 곳으로 갔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깨끗한 새 건물, 학교 같은 정겨운 시설, 멋진 도서관, 바다가 눈앞에 보이는 뻥 뚫린 회사 전경 등 서울에서는 맛볼 수 없는 멋진 회사를 하나 얻었다.

근데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리고 책을 덮은 지금까지도 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 다음. 온라인 회사로서는 대기업에 속하는 회사이지만 그 회사가 제주도로 내려간 것이 책 한권을 쓸 만한 거리가 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지금까지 수많은 회사가 지방으로 이전했고, 지금도 이전을 검토하고 있는 곳이 많은데 희망제작소는 왜 하필이면 다음이라는 회사를 지적해서 서문에서 본 것처럼 감격하듯이, 대한민국에 새로운 세상이 열리기나 한 듯이 표현하는지 잘 이해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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