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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탄생 - 다빈치에서 파인먼까지 창조성을 빛낸 사람들의 13가지 생각도구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외 지음, 박종성 옮김 / 에코의서재 / 2007년 5월
평점 :
전문가 시대에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갖춘 인물들이 앞다투어 문제를 해결하고 서로 분업, 협력하면서 효율과 생산성을 극대화했지만, 변화무쌍한 사회의 변화는 전문 영역 외에 존재하는 부분을 포괄하여 사고할 수 있는 인재를 요구하고 있고, 이제는 통합과 전인적 역량을 갖춘 종합적인 지를 추구해야 한다는 저자들의 주장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공지능이 제 아무리 발달한다고 해도 한 차원 더 높고, 깊은 사고로 견인하지 않으면 분절적 지식의 한계로 기술 발달과 인간의 역량이 괴리되면서 현재에서 제대로 정진할 수 없으리라, 막연했던 추측을 다시금 저자들로부터 옳다, 승인받은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돌아보면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가는 수도 없이 배우고 들어왔지만,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는 마주한 적이 없었다. 그러므로 생경한 독서는 이질적인 즐거움을 가져다주었다.
저자들은 먼저 '무엇을 생각하는가'에서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로 의제를 바꿀 것을 제안하면서, 느낌, 감정, 직관을 생각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각과는 거리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느낌, 감정, 직관 등이 실제로는 생각의 도약과 통찰을 가져오며,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본다. 통찰은 말이나 숫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상의 영역에서 호출된 감정, 이미지에서 태어난다는 역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역사 속 다양한 분야에서 창조적 결실을 맺은 인물들과 사례를 소개하면서 관찰, 형상화, 추상화, 패턴 인식, 패턴 형성, 유추, 몸으로 생각하기, 감정이입, 차원적 사고, 모형 만들기, 놀이, 변형, 통합 등 13가지 생각 도구를 제시하고, 일상에서 또는 교육 현장에서 훈련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한다.
창조적 성과를 창출한 인물들은 보고, 듣고, 만지고, 냄새를 맡고, 맛을 보고, 몸으로 느끼는 관찰을 통해서 느낀 느낌과 감각을 어떤 심상으로 만들어 형상화하고 곧 몇 가지 원칙을 적용해 줄여나가는 추상화를 시행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단순화는 자주 패턴화와 짝을 이루는데, 법칙, 구조, 운율 등을 발견하는 패턴 인식 또는 어떤 패턴을 형성하게 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달라 보이는 사물이나 대상 속의 중요한 특질, 기능 등을 유추하게 된다는 점을 드러낸다. 또한 언어와 상징을 뛰어넘는 감각, 감정, 느낌 등을 생각의 도약대로 활용하는 몸으로 생각하기 과정을 거치면서 대상과 하나가 되는 데 탁월하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또한 공간적 경험을 극대화하여 평면적 차원의 생각을 보다 고차원적인 사고로 확장하는 다차원적 사고 역시 그들에게서 생각도구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감당해 왔다는 점을 강조하고, 대형 작품이나 결과를 만들기 전에 모형을 만들거나 작업을 놀이처럼 시행하면서 그 안의 규칙, 관습적 절차 등을 뛰어넘기도 했다는 점을 주시한다. 더 나아가 그들은 다양한 생각도구들을 활용하여 자신의 발견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 제시하는 변형, 그리고 수많은 경험 방식, 생각 도구들을 종합하고 연결하여 유기적으로 모든 것이 동시 다발적으로 작동하는 통합에 다다른다고 피력한다.
저자들은 관찰은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의미로 보는 것 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감각을 동원하는 것임을 강조하면서 미술, 음악은 물론 일상에서 수집활동을 하거나 대상의 형태, 선, 색, 소리, 촉감, 냄새 등 모든 것을 머릿 속에 집어넣고 대상을 치운 후 다시 복기하는 등의 연습을 통해서 예리한 관찰력을 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형상화는 시각적 이미지로의 전환을 상상하면서 시각적 사고력을 높이고, 상상의 연주와 실제 연주를 비교하면서 청각적 형상화 기술을 연마하는 것이 중요하며, 일상에서 예술을 하듯 실제 상상하면서 행동함으로써 형상화 기술을 익힐 수 있다고 강변한다.
추상화의 방법으로 활용되는 단순화를 위해 주제를 잡아 현실적으로 생각하고 다양한 특성과 특징을 두루 생각한 후 가장 본질적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잡아 시간 및 공간의 거기를 두고 추상의 결과를 생각해나가는 방식으로 훈련할 것을 제안한다.
패턴 인식과 패턴 형성을 위해서 여러 가지 재료로 콜라주를 만들거나 복잡한 배열을 일부러 만들어보면서 패턴을 만들어 볼 것을 권장한다. 또 기계 부품들의 조립을 통해 새로운 패턴을 고안하는 것도 하나의 사례로 제시하고 있다.
유추는 단순히 닮음이 아니라 은유로 배워야 하는 것임을 알리면서 물건을 다른 용도로 상상하게 하고 그러한 유추를 하게 된 이유와 기능적 관련성을 연계하고 나름의 이론을 정립해보는 과정을 통해 은유를 만들어가는 훈련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몸으로 생각하기는 창조적 동작, 율동, 몸으로 느끼는 것 등을 통해서 또는 운동감각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제안을 함으로써, 행함을 통한 이해를 익히도록 해야 한다는 데 방점을 둔다.
감정이입의 본질은 다른 사람이 되거나 대상이 되는 것으로 가장 완벽한 이해는 자신이 이해하고 싶은 것이 될 때 이루어진다고 피력하면서, 차원적 사고를 위해서는 기하학적 모형을 통해서 초입방체의 그림자를 보면서 점, 변, 각, 면의 특징을 고려하며 차원을 높여가는 연습을 해보도록 권유한다.
모형 만들기는 미술이나 수학적 모형 뿐만 아니라 정치학, 역사학, 인류학 등을 배울 때조차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면서 각 학문을 배울 때 물리적, 기능적, 이론적인 모형으로 만들어 학습하는 방식을 권유한다.
상상을 자극할 수 있는 지적 오락은 충분한 어린 아이처럼 몰입할 때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면서, 기계나 물건이 고장나면 바로 바꾸지 말고 분해해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아내고 그 부품들을 가지고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상상하는 등의 놀이를 통해 본능적인 느낌, 정서, 직관, 쾌락 등을 통해 창조적인 통찰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설파한다.
변형은 연극이나 영상물을 제작하도록 하는 것, 다양한 종류의 조리 실습, 컴퓨터 프로그래밍, 연을 만드는 것, 언어로 된 생각을 이미지화 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서 연습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통합은 상상하면서 분석하고 화가인 동시에 과학자가 되는 것, 모든 것이 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못한다는 인식 아래 느끼는 것과 아는 것을 하나로 만들어 가는 과정임을 주지시킨다.
저자들은 마지막으로 현재의 교육을 개혁해야 한다고 일갈하면서, 통합 교육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통합 교육을 위해서 각 과목의 지식을 획득하는 것 외에 보편적인 창조의 과정을 가르치는 일에 중점을 두어야 하고, 창조 과정에 필요한 직관적이고 상상적인 기술을 가르치며 예술 과목을 과학 과목과 동등한 위치에 놓는 다학문적 교육을 수행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또한 혁신을 위해 학문 분야에서 공통의 언어를 사용하여 교과목을 통합하고, 한 과목에서 배운 것을 여러 분야에 응용하도록 하며 과목 간의 경계를 성공적으로 허문 사람들의 경험을 창조적 본보기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모든 과목에서 해당 개념들을 여러 형태로 발표하는 법을 가르치고 상상력이 풍부한 만능인을 양성하는 개척자적인 교육 방법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촉구한다.
교육의 목적은 전문가가 아니라 전인을 길러내는 것이며, 통합 교육의 목적은 오로지 이것이라고 천명한다.
전체적인 체계와 맥락으로 연결되거나 조직화되지 못한 파편화된 지식만으로 덧없이 되풀이되는 생각이 아니라 경계를 뛰어넘고 새로운 연결성과 전체성을 지향하려는 교육철학적 사유, 그리고 구체적인 방법론과 예시는 몇 번이고 읽어도 부족할 만큼 완벽에 가깝다.
우리에게는 박식가와 개척자가 필요하다. 그들은 상상력이 발흥하는 때가 언제인지 아는 사람들이다. 감각적 체험이 이성과 결합하고, 환상이 실재와 연결되며, 직관이 지성과 짝을 이루고, 가슴속의 열정이 머릿속의 열정과 연합하고, 한 과목에서 획득된 지식이 다른 모든 과목으로 가는 문을 열어젖히는, 그런 때를 아는 사람들인 것이다. 그러므로 교육의 목적은 ‘전인‘을 길러내는 데 있어야 한다. 전인이야말로 축적된 인간의 경험을 한데 집약하여 전인성을 통해 한 조각 광휘로 타오르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통합교육이 이루고자 하는 바는 오로지 그것 하나이다. - P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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