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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의 삶 ㅣ 세계기독교고전 7
성 테레사 지음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1999년 9월
평점 :
처음에는 인도의 성녀라고 불리우는 마더 테레사의 기도에 관한 책일 것이라는 근거 없는 확신에 차서 선택을 했기에, 저자가 뜻밖에 정규 교육을 받지 않았으면서도 여성 최초로 교회 박사 칭호를 받은 인물 중 한 분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에, 아빌라의 성 테레사로 불리우면서, 하나님 한 분만으로 족하며 기도의 신비적인 체험을 간증하는 글을 읽어 나가면서는 기도의 구체성과 체계성에 논의는 물론 영과 육, 혼의 균형을 지향하는 지혜로운 서술 때문에 다시 놀라게 되었다.
영적인 기도를 한다는 것의 의미를 세세하고 명확하게 배운 느낌이라고 할까. 고답적이고 유려한 언어로 마음에도 없는 기교를 가득 채우거나 현실의 문제와는 유리된 기묘한 음성으로 채워넣는 기도가 아니라, 기도는 어떤 상태로 나아가는 것인지, 그리고 순간을 넘어서서 어떻게 전 인생과 영원으로 잇대어 가는 과정인지 자세하게 기술했기에, 왜 고전으로 추앙받는지 긍정할 수 밖에 없다.
역자는 테레사 수녀님의 기도를 네 가지 측면에서 조망하는데, 그녀의 기도는 생활 속의 신앙을 보여주고, 겸손이면서 동시에 단순성을 의미한다고 단언한다. 삶의 모든 순간과 장면이 하나님과의 연합이라는 단순한 목적으로 귀결된다는 것. 마지막으로 생활 속의 기도를 통해 내적 존재의 계발한다는 것으로, 단순한 신비주의가 아니라 혀를 가지고 말하는 단계를 넘어서서, 감각과 지식이 무디어지는 하나님의 현존을 인식하는 데까지 진행된다는 데 주목한다.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몸이 병약했던 수녀님의 성장 배경이 기도에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 나아가고자 하는 성숙한 신앙의 형제, 자매, 올곧은 영적 지도자와의 교류 속에서 기도의 폭과 깊이는 더욱 확장된다는 점이 확인된다.
테레사 수녀님은 기도에 필요한 요소로 사랑과 초연, 겸손을 꼽으면서, 영적인 사랑은 잘못된 동기에서 출발하지 않으며 지상의 일과 천상의 일을 분별할 수 있고, 예수님의 사랑을 본받아 모든 사람에게 부드러우며 사심 없는 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고 본다. 주님과의 영적인 교제를 위해서는 초연이 중요한데, 끊임없이 우리의 자아를 포기하면서 지속적으로 초연해야 하며, 인생의 허무함을 항상 묵상하라고 조언한다. 겸손하다는 것은 하나님이 누구신가를 기억하는 것이며, 감사하며 항상 침착하고 하나님을 알아가는 것이 곧 겸손이라고 설명한다. 또 거짓된 겸손을 멀리하며 하나님이 주신 것의 유익함, 그리스도의 수난 등을 기억하라고 안내한다.
기도에 있어서 영적인 성급함이 앞서서는 안되고 하나님을 기다리며 하나님 앞에 자신을 내어놓고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순종 할 것을 촉구한다. 그녀에 따르면 결국 기도는 구체적인 결단을 필요로 하므로 하나님을 최우선시하고 어떤 일이 일어나든 물러서지 않는 대담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테레사 수녀님은 기도 생활을 정원에 물을 주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면서 우물, 물레방아, 시냇물, 주님으로부터의 비를 차용하여 설명한다. 처음에는 우물물을 퍼서 정원에 물을 주는 것처럼 고생스럽다고 표현하면서 혼자서 지난 날의 생활을 반성하는 데서 출발하라고 제안한다. 다만 이때 신체적 건강을 주의하면서 영혼만을 강조해서는 안되다고 주의를 준다. 격렬한 갈증이 있다면 열심을 주의해야 한다는 점도 가르친다.
물레방아 기도에서는 영혼의 회상을 강조하는데, 이 단계에서는 의지가 더욱 더 하나님의 뜻에 가까워지며 영혼이 기쁨으로 가득 채워지고 모든 일이 위로가 되며 열매 맺힌 정원에서 누리는 안식과 새로워짐을 맛보도록 권유한다. 어떻게 하나님께 은총을 받았는지 기억하면서 굴러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알려준다.
관개수로나 시냇물로부터 물을 얻는 기도는 주님이 정원사 스스로 모든 일을 하도록 도우시면서 은총의 바다가 너무 충만하며 주님께만 전적으로 몰입하고 하나님만 찬양하게 된다는 점을 제시한다. 샘으로부터 얻는 기쁨은, 섬김으로부터 오는 열매로 기쁨의 농도가 더 짙어지고 영혼이 확장되어 두려움으로부터의 자유를 구가할 수 있게 된다는 점도 부연한다.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비는 세상의 쾌락을 경멸하게 하고 영혼에 최상의 열매를 남겨 놓아, 마침내 마음은 커다란 부드러움에 휘감기고 영웅적인 결단을 할 수 있게 된다고 간증한다.
테레사 수녀님의 기도와 관련된 견해 중 가장 독특한 부분은 아무래도 내면의 성에 비유한 처소 중심의 접근이 아닐까 싶다. 우리 각자의 영혼은 성이며 그 성은 여러 개의 처소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나님은 우리 생명의 중심에 계시며 오직 하나님만이 우리의 영혼을 참되게 하신다고 확신하면서 첫째 처소는 육신적인 일들에 의해 쉽게 더럽혀질 수 있어 많은 분별력을 통해 불필요한 것들을 버리려고 애써야 한다고 말한다.
둘째 처소는 하나님의 성품에 대한 관상과 순복의 필요성이 있는 곳으로 인내, 이성, 믿음, 생각, 의지와 깨달음의 도움이 필요하며 마음을 굳게 할 것을 강조한다. 셋째 처소에서는 선하며 모범적이지만, 여전히 자기중심적인 삶의 속임수에 놓여 있으므로 양심을 훈련하며 하나님만을 의지하면서 자기 명성을 추구하는 일을 바라지 말 것을 권고한다. 또 하나님의 위로는 겸손함 가운데 나타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넷째 처소는 고요한 기도가 가능하며 살아계신 하나님과의 개인적인 만남이 시작되는 것으로 하나님께만 집중하고 하나님께 동화되어 극단으로 가지 않도록 주의하도록 촉구하면서 우리의 많은 고통은 우리 내면의 삶에 대한 불평 때문에 온다는 점을 깨닫도록 인도한다. 하나님의 신비한 위로를 받을 수록 더 쇠약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오히려 마귀의 방법이며 극심한 금욕적 삶을 경계하도록 일러준다.
다섯째 처소에서는 하나님과 연합된 기도가 가능하며 하나님의 임재를 체험하고 경험하면서 세속적인 것, 마귀는 여기에는 들어오지 못한다고 선언한다. 이때는 분석이 아니라 이러한 경험의 수용이 중요하다는 점도 설명한다. 여섯째 처소는 친밀한 연합의 기도가 가능하며 그리스도와의 약혼과도 같은 것으로, 더 많은 고난을 포함하는 더 큰 영적 은총들이 나타난다고 제시한다. 고통을 견디며 점점 자아에 대해 무관심해진다는 점도 포착한다. 영혼에 상처가 나는 부르심 속에서 즐거운 고통을 맛보게 된며 오랫동안 기억되고, 영혼에 경외심을 주며 영혼에 위로가 되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상상의 음성과 구별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일곱째 처소는 삶의 총제적인 이전으로서의 예수와의 혼인 기도로, 이러한 연합을 훼방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확신한다. 신비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일상의 삶을 계속하며 하나님을 위한 일에 더 열심을 내게 된다고 설명한다.
수녀님은 여러 글들을 통해서 기도가 순간이 아니라 일상에서 평생 지속되어야 하는 것으로, 체험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동시에 신비주의나 극단주의로 치우치는 것을 경계한다. 또, 스스로의 경험을 자랑하거나 만용하는 데 할애하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체계를 세워 누구나 시도할 수 있도록 일종의 이론화를 모색한다. 나아가 기도는 하나님과의 연합을 통해 하늘의 영광이 이 땅에 드러나도록 소명을 확인하는 통로이면서, 주님께 더 나아갈 수록 고통스러우면서도 영광스러운 하늘의 영광에 참예하는 특별 은총의 현시임을 보여준다.
다른 사람의 허물에 신경쓰지 말고 우리 자신의 허물에 신경을 씁시다..중략..항상 침묵과 소망 가운에 살고자 노력하십시오. 우리 주님은 자신이 사랑하는 영혼들을 돌보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만일 우리가 그에게 기도하기를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의 도우심으로 말미암아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의 이름을 영원히 송축합시다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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