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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루코스 혁명 - 좋아하는 음식을 즐기면서 과학적으로 체중을 줄이는 10가지 방법, 2023 세종도서 학술부문
제시 인차우스페 지음, 조수빈 옮김, 조영민 감수 / 아침사과 / 2022년 7월
평점 :
건강에 대한 관심과 기술의 발전은 뜻밖에도 전문가를 각성하게 하는 도화선이 되기도 하는데, 이 책은 실제 사례로써 좋은 본보기가 된다. 감수자인 조영민 교수가 언급한 대로 의료 서비스의 수요자가 공급자를 능가하는 데이터, 생각, 지식을 만들어 내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좋은 실례.
저자는 뜻밖의 사고와 수술을 경험한 후 건강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강한 신념으로 유전자 분석 스타트업에서 제품 매너저로 일하다가 24시간 혈당 모니터 프로젝트에 합류하면서 글루코스 관련 인스타그램을 운영하게 된다. 이로써 24시간 혈당 모니터를 통해 혈당이 갑자기 상승하는 혈당 스파이크에 관심을 갖게 되고, 일반인이면서 의료인을 선도하는 혈당 전문가로서 변모한다.
저자의 강점은 과학적 사실을 정리하여 이해하기 쉽게 가시화, 구조화하는 데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과학적 사실에 대한 세부적인 천착으로 정확성을 기하다 보니 전체 개념을 도식화하는 데 취약점이 있는데, 이 약지점을 과감하게 뛰어넘어 큰 맥락을 단숨에 짚어낸다.
식물은 스스로 광합성을 통해 포도당을 만들고, 녹말의 형태로 저장한다는 데서 출발하여 인간이 활용하는 탄수화물의 종류를 대담하게 압축한다. 온갖 복잡한 종류와 현학적인 용어들을 물려내고, 혈당과 깊이 관련 있는 포도당, 과당, 자당, 섬유질로 응축해 조직화하는 작업부터 진행한다.
혈당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포도당은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과 글루카곤을 통해 조절되며,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에서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남는 포도당은 간, 근육, 지방 세포 등에 저장이 되고, 과일에 많이 들어 있는 과당은 최종적으로는 과잉될 경우 오직 지방으로만 변환되며, 자당은 과당과 포도당으로 나뉘어 앞선 경로를 따라 대사 과정을 거친다.
우리가 노화하고, 장기가 망가지며, 결국 죽게 되는 이유가 당화 때문이라는 점과 연계하여 혈당 관리가 왜 중요한지 설명한다. 또 알로스타틱 부하 모델을 들어 미토콘드리아가 불필요한 포도당의 늪에 빠지면 자유 라디칼이 분비되고, 이는 해로운 유전자를 활성화시키며 돌연변이를 일으킨다는 점도 제시한다. 일반적으로 적당한 양의 자유 라디칼은 우리 몸이 통제할 수 있으나 너무 많아지면 결국 산화 스트레스 상태로 이어진다는 점도 상세히 풀이한다.
과도한 양의 자유라디칼, 산화 스트레스, 당화 반응의 조합은 우리 몸을 염증 상태로 만들어 결국은 조직과 기관의 손상으로 이어지게 하므로, 자유 라디칼 형성과 당화 반응을 줄이기 위해서 과잉 포도당을 제거하는 일이 생존에 필수적이다. 우리 몸은 테트리스를 하듯 인슐린을 작동 시켜 과잉 포도당을 간, 근육, 지방 등에 저장을 하지만, 간과 근육은 저장 용량이 한정되어 있고, 무제한 저장이 가능한 지방이 늘어나게 된다. 단기적으로는 생존에 도움이 되는 작업이지만, 혈당이 높아지는 상황이 많아질 수록 인슐린 분비가 더 많아지게 되고, 췌장에 문제가 생기면서 더 많은 질병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드러낸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혈당 곡선을 완만하게 만들어야 하고, 지방을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을 연소할 수 있는 몸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간과 근육에 저장된 글리코겐의 비축량을 사용하고, 지방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모드로 변화되어야만 살이 빠지고, 심각한 질환들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3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혈당 곡선을 완만하게 하는 방법, 즉 췌장이 지치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일하도록 돕는 방법을 제시한다. 24시간 혈당 모니터를 활용해 직접 경험하고, 사례자들의 실천을 통해 결과로 창출된 꿀팁은 요즘 의학계에서도 강조하고 있는 제안들이다.
첫째, 위배출 속도와 포도당 흡수를 늦추기 위해 채소를 먼저 먹고,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순으로 먹어야 한다는 것, 둘째, 모든 식사를 녹색으로 시작하는 것인데, 이는 칼로리가 더 적게 흡수되고 포도당이 흡수되는 양을 줄일 수 있다. 셋째, 모든 칼로리가 동일하지 않기에 칼로리 계산을 멈추고 소화하는 분자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기억할 것, 넷째, 건강한 아침 식사를 잘 할 때, 하루 종일 컨디션이 좋을 확률이 높아 혈당 관리에 용이하다는 점이다.
다섯째, 다 같은 설탕이므로 원하는 종류의 설탕을 먹되, 적당한 양으로 즐길 것, 여섯째, 달달한 음식은 간식보다는 차라리 디저트로 먹어서 간식으로 인해 혈당 스파이크를 일으키지 않도록 유의할 것, 일곱째, 식사를 하기 전 식초를 먹을 것, 식초의 아세트산이 근육이 포도당을 효율적으로 흡수하도록 하고 지방 연소 모드로 우리 몸이 전환되는 것을 돕는다고 한다.
여덟째, 식사가 끝나면 움직일 것, 운동은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를 낮추고 근육량을 높여 혈당 수치 감소에 기여한다. 아홉째, 간식을 먹어야 한다면 덜 달게 먹을 것, 열번째, 탄수화물에 옷을 입혀 먹으라는 것으로 어떻게든 단백질, 섬유질, 지방 등을 곁들여 먹는 습관을 갖도록 권고한다.
혈당 관리가 주로 습관의 변화에만 맞추어져 있고, 사회나 문화, 제도와 정책 등의 영향 요인에 대한 언급이 부족한 부분은 아쉽지만, 현대인의 쾌락 추구와 고혈당을 연계하는 시각만큼은 탁월하다.
전문가가 아니기에 과단성 있는 도식화로 일부 정밀성은 떨어질 수도 있지만, 경험과 실험, 연구 근거를 통해 설정한 전체적인 담론은 혈당 관리뿐만 아니라 건강 관리에 대해 큰 변곡점을 제시한다.
나의 목표는 최신의 객관적인 과학적 사실을 실천의 영역으로 가져오고, 편견 없는 연구를 현실적인 도구로 바꾸고, 당신을 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지식으로 무장시키고, 당신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이다. -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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