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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의 기도 - 사도 바울에게 배우는 성경적 기도
D. A. 카슨 지음, 윤종석 옮김 / 복있는사람 / 201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믿음의 도약을 소망하는 일은 얼마나 쓰리며 고통스러운 것인가, 동시에 얼마나 위대하고 영광스러운 소원인지 성찰하게 하는 데 기준이 되는 책이라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데살로니가 전후서, 골로새서, 빌립보서, 에베소서, 로마서 등 바울 서신의 중요한 내용을 개괄하는 일종의 주석서 역할도 훌륭하게 마감한다.
가장 큰 미덕은 아마도 비루한 믿음의 좌표와 엉성한 신앙의 속살을 반추하게 하므로 쉴 새없이 중단하고 싶은 마음을 품게 하면서도, 끊임없는 갈증으로 마지막 장까지 읽어나가게 하는 힘이 있다는 점일 것 같다.
저자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은 단순히 긍정의 마음을 갖거나 인간사의 평안과 복을 구하는 통로가 아니라, 그 분의 부르심을 온전히 깨닫고 그 뜻에 합당하게 나아가는 것임을 바울의 기도를 예로 들어 꼼꼼하게 짚어나간다.
데살로니가 교회 교인들을 위한 바울의 기도에서는 우리의 감사와 바울의 감사가 얼마나 큰 간극이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바울은 교인들의 믿음이 자라며, 사랑이 풍성해지고, 환난중에도 인내하는 은혜의 징후들에 대하여 감사하면서 어떠한 상황이 오더라도 종말에는 성도들을 신원하실 것에 대한 확신에 대해 기도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편안함과 안락을 추구하면서 물질의 풍족으로 채워지기를 간구하는 우리의 기도가 과연 예수 재림을 소망하는 기독교의 본질과 맞닿는 것인지 되묻는다.
바울의 간구는 생경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새롭다. 저자는 그가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의 부르심에 합당하도록 기도하면서, 믿음에서 난 선한 목적을 능력으로 이루어주시기를 소망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또한 바울이 주 예수의 영광을 구하고 이 세상에서 성도도 그와 같은 형상으로 변화하여 영광에서 영광에 이르도록 하는데 기도의 목표를 두고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하나님의 부르심에 합당하도록 간구하는 것이 기도의 핵심이며 믿음의 간구라니 그동안 얼마나 곁길로 엇나가 있었던 것인지.
바울은 데살로니가 교회 교인들과 함께 있고 싶은 열망이 있었지만, 이것이 외로움이나 그들의 칭송을 얻기 위함이 아니라 그들의 믿음과 사랑, 인내, 강건함에 대한 순전한 기쁨에서 비롯되었다는 점도 기록하고 있다.
그는 하나님의 사람들로 인한 감사가 넘치며 바울로 인해 신자들이 더더욱 굳건해지며 신자들간 사랑이 넘치기를 간구하는 등 자신을 통해 하나님 나라가 세워져 가는 그것이 하나님의 부르심에 합당한 삶이라는 점도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바울이 하나님의 뜻을 아는 지식을 채워주시기를 간구하며, 철저히 주 예수 그리스도를 기쁘시게 하도록 기도했다면서 주님이 기뻐하시는 네가지도 성경 본문을 들어 설명한다. 즉 모든 선한 일에 열매를 맺고, 하나님을 아는 것에 자라가며 모든 견딤과 오래참음을 보여주고 기쁨으로 감사하여 아버지를 기억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누리며 안락하게 성공하여 큰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 주님의 기뻐하시는 바로 오도해온 것은 아닌지 통렬한 반성도 잊지 않는다.
바울은 능력을 구하는 기도에서도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구하는 능력의 기도는 성령으로 말미암아 속사람을 강건하게 하시고, 그리스도의 사랑의 무한한 차원을 깨닫게 해달라는 것이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고, 끝끝내 성취하여 오롯이 추앙받는 권력과 권위의 능력이 아니라 낮아지고 깊어지는 능력이라는 점도 명확하게 이해시킨다.
화려하고 달콤한 삽화 없이 성경 본문을 통해 그 의미를 명확하게 조준하는 담담한 서술은 읽는 내내 가슴을 후벼파는 죽비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곁길에서 빠져나와 바른 길로 가도록 종용하므로 위안보다는 불편감이 가중되지만, 그러므로 더욱 가치 있는 책. 참 오랫만이다.
바울은 데살로니가 교인들이 부르심을 받기에 합당하게 해달라고 기도한 게 아니다. 그들은 이미 부르심을 받은 그리스도인이었다. 그래서 이제 바울은 그들이 그 부르심에 합당하게 살기를 위해 기도한다...이를 위해 교인들은 모든 면에서 성장하여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야 한다. 요컨대 그들은 "부르심을 받은 일에 합당하게 행"해야 했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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