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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인간의 길을 묻다 (보급판) - 사기 130권을 관통하는 인간통찰 15
김영수 지음 / 왕의서재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사마천의 <사기>가 특별한 이유는 뭘까. 사건이나 영웅 중심의 역사에 익숙한 바, 권력가나 세도가는 물론 여성부터 치부한 자까지 다양한 인간 군상에 관심을 두고, 면밀한 삶의 길을 통찰한 방식은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만큼 발군의 면모를 보인다.
사마천의 인생을 한 마디로 압축한다면 '소명'이라고 할 수 있다. 태사령 사마담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젊은 시절부터 전국을 돌면서 지형, 다양한 이야기 등을 수집했고, 위대한 역사서를 쓰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가슴에 새긴다. 이후 흉노족과의 대결에서 투항한 이릉을 옹호하다 궁형을 받고 죽음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명예라면 목숨을 걸던 시대에, 그는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 어떤 죽음은 새털보다 가볍다. 이는 죽음을 이용하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구차하더라도 끝까지 살아남아 역사서를 기술하는 데 천착한다.
<사기>의 가장 큰 특징은 연대순으로, 왕을 중심으로 기술하는 역사 서술 방식을 버리고, 왕은 물론 권력 주변의 다양한 군상과 일반인까지 포집하고 이를 주제별로 엮어 교훈을 뽑아내는 데 주안점을 두는 기전체를 고안함으로써, 특별한 입체성을 옹립했다는 데 있다.
더불어 권력을 지향하는 통찰뿐만 아니라 치부의 길, 비범하지 않았던 여성들의 삶까지 기록하면서 역사가로서의 시선을 권력의 정점에서 민중의 세세한 삶까지 포착하는 데까지 확장시키며 비범한 혜안을 보여준다.
사마천의 지혜는, 자신의 삶은 물론이고 <사기>에 드러난 다양한 인물의 생을 단순한 권선징악의 구도 속에 가두고 있지 않는 데서도 발현된다.
<사기>에서 표현되는 인물과 주제의 특색은 인물이 놓인 맥락 속에서 그 인물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현실을 읽어내고 생사를 넘어서는 바른 방향으로 관계를 맺어가는가를 교차시키면서, 올곧은 함의를 이끌어낸다는 점이다. 이러한 기술 방식을 통해 최선의 노력에도 뛰어넘을 수 없는 인간의 한계도 분명하게 추출하면서, 매 순간마다 달라지는 생의 궤적 속에서 찰나적 존재로서의 인간을 상정하기에, 하나의 교훈만으로 만사형통할 수 없는 것이 인생임을 규명해낸다. 그러므로, <사기>는 늘 가까이 두고 나의 좌향과 정위를 가늠할 수 있는 이정표 같은 책임을 부정할 수 없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은 <사기>연구의 전문가가 직접 집필하면서 자신이 실제 방문하고 마주한 장소의 사진을 수록한 것인데, 사기를 읽고 나서 관련 장소를 임장하는 것도 의미있는 여행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는 하늘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고 과거와 현재의 변화를 꿰뚫어 일가의 말을 이루고자 했습니다. - P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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