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블로그 푸른도서관 22
강미 지음 / 푸른책들 / 200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길 위의 책> 이후 두 번째로 읽는 강미의 청소년 소설이다. 문학 소녀의 성장기를 다룬 장편이었던 <길 위의 책>과는 달리 <겨울, 블로그>는 네 편의 단편 및 중편이 묶여있는 소설집이다. 앞의 두 단편 '겨울, 블로그'와 '사막의 눈 기둥'은 청소년들의 동성애 문제를 다루고 있고, 뒤의 단편 및 중편 '독이 빠지는 시간'과 '지귀의 불'은 청소년들의 이성교제 및 여학생의 교사에 대한 애정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렇게 쓰고 보니 매우 단순한 이야기같지만, 이 소설은 그리 쉽게 설명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는 아니다. 우선 담고있는 내용이 청소년 소설치곤 꽤 세고 진하다. '겨울, 블로그'에는 여학생들간의 신체적 접촉이 꽤 높은 수위로 묘사되고 있고, '지귀의 불'에는 자신이 사랑하는 교사를 오히려 수렁에 빠뜨리고, 다른 남학생과 첫경험을 하려하는 여학생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이런 내용 때문에 사실 책을 읽으면서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어쩌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혼돈과 절망을 겪으면서도 끝내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당당한 미래를 꿈꾸는 청소년의 모습이 그려지길 바랬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나의 기대를 저버리고 끝까지 방황하고, 혼란스러워하고, 누군가에 대한 증오와 분노를 숨기지 못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줄 뿐이었다.

왜 작가는 어쩌면 숨기고 싶고 감추고 싶은 아이들의 이런 모습을 굳이 이야기로 들추어내는 걸까? 그 대답은 '작가의 말' 속에 있다. 작가는 '청소년에 대한 몇 가지 오해'라는 제목이 붙은 작가의 말을 통해 '과연 청소년은 순수하고 착한가?'라는 질문을 던진 뒤 '청소년은 인간 이하도, 인간 이상도 아닌 인간 그 자체이다.'라는 대답을 하고 있다.

이 말은 청소년이 순수하고 착하며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존재이기도 하지만  미움과 증오, 뒤틀린 욕망에 사로잡히기도 하는 존재라는 뜻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니 나 역시 여고시절, 사내애같은 동급생에게 홀딱 마음을 빼앗기기도 하고, 좋아하는 선생님의 아내가 갑자기 죽어 내가 그 자리를 꿰차고 들어가는 상상을 해본 적도 있는 듯 하다. 현직 교사인 작가는 이런 아이들의 속내를 끄집어내어 이야기의 얼개를 맞춰나간 것이겠지...

'청소년은 인간 그 자체이다.'라는 작가의 말이 머리 속에서 계속 맴돈다. 어린이든, 청소년이든, 성인이든, 인간은 누구나 하루하루의 삶 속에서 사랑과 미움, 증오와 절망을 배우고 맘 속에서 그것들을 잃어버리기도 또는 버리기도 하며 사는 법이다. 일그러진 모습이라 하여 그 모습을 없는 듯 외면하며 살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으로서의 청소년들이 겪는 혼돈과 어두운 그늘을 세밀하게 그려낸 작가의 소설은 우리에게 매우 고마운 존재라 할 만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