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머니 사는 나라 책읽는 가족 20
이금이 지음, 이선주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이금이씨의 <유진과 유진>을 읽고 이 작가의 작품이 궁금해졌다. 동화작가이긴 하지만, 단순히 동심을 그려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동심 속에 담겨있는 아픔, 어른들의 역할까지도 세세하게 묘사해 내는 그의 글솜씨가 대단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런 호기심과 기대를 갖고 읽은 책이 바로 <내 어머니 사는 나라>이다. 솔직히 <유진과 유진>보다는 깊이나 울림이 덜했지만, '통일'이라는 주제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게,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현실감있게 그려냈다는 면에서는 매우 훌륭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할아버지와 함께 금강산 여행을 떠나는 초등학생 수빈이의 시선에서 전개되고 있다. 6.25 전쟁 때 큰할아버지와 함께 남쪽으로 내려온 할아버지는 평생을 북한에 계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죄책감을 가슴에 지닌 채 살아온 인물이다. 이 할아버지와 함께 수빈이는 금강산 여행을 떠나 다양한 인물(함경도 할아버지, 동남아 할아버지, 온정리 할머니 등)을 만나고 통일의 의미와 당위성을 가슴으로 느끼게 된다는 줄거리이다.

어찌 보면 도덕 교과서 같은 줄거리에 식상할 수도 있지만, 이 책은 그런 식상함을 금강산 절경에 대한 상세한 묘사로 상쇄시키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정말로 내가 금강산 한 복판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주변의 경관과 사람들의 움직임이 생동감있다.

그리고 역시 텔레비전을 통해 흔히 듣는 식상한 사연이지만, 전쟁으로 헤어진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마음에 담고 살아가는 다양한 인물의 모습은 마치 내 이웃집 아저씨나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있는 듯, 현실감을 준다. 함경도 할아버지가 북에 두고 온 아내와 아들 이야기를 할 때, 온정리 할머니가 돌아가신 어머니의 사진을 차창에 붙이고 사진으로나마 북녘 땅 구경 실컷 하시라고 오열을 토해낼 때에는 나 역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나처럼 학교에서 도덕을 가르치는 교사의 입장에서 볼 때, 이 책은 통일 단원을 가르칠 때 활용할 수 있는 훌륭한 교육 서적이기도 하다. 요즘 학생들은 통일에 대한 관심이 아예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을 통해 북한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함께, 통일이 경제나 정치의 안정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과 연대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아동문학가 신경건 선생님의 마지막 글과 같이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아이들이 "'나'는 얼마나 큰 '우리'에 속해있는지'를 깨닫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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