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걷는 자의 것이다 - 아홉 번째 인터뷰 특강, 선택 인터뷰 특강 시리즈 9
김진숙.정연주.홍세화 외 지음.서해성 사회 / 한겨레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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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뭘 찾아다니고 하는걸 굉장히 귀찮아 하는 편이다. 꽤나 게으른 편이라서 강연회를 찾아 다닌다거나 하는 일을 절대 못하는 편인데, 딱 하나 가보고 싶은 강연이 있기는 하다. 해마다 봄이 될 즈음이면 하는 한겨례 인터뷰 특강인에 벌써 올해 9회째 그 인터뷰 특강이 책으로 엮여셔 나왔다. 이 책을 처음 읽은게 대학 시절이었는데 벌써 세월이 그렇게 됐나 싶기도 하고 감회가 새롭다. 올해는 효창공원에 있는 김구 기념관에서 진행되었고 강연자는 김진숙, 정연주, 정재승, 한홍구, 홍세화, 조국이며 주제는 '선택'이었다. 그래서 책의 제목이 이렇구나 싶다. '길은 걷는자의 것이다] 


일단 강연자를 보면 이 인터뷰 특강의 성격이 보인다. 그 김진숙에 많많던 언론장악 논란의 시작이었던 정연주 사장, 한홍구, 홍세화, 정재승 씨는 이미 익숙한 분들이고, 올해는 특이하게 조국교수가 들어간 점이 새롭다. 면면을 보면 무슨 이야기를 할 사람들인지 알 수 있을테고, 물론 강연자들의 내용이 기대에서 크게 벗어나는 수준은 아니다. 정확하게 기대하는 만큼을 보여준다.가장 재미났던 강의는 정재승씨의 강연이었고 , 아무래도 과학강연이고 그가 연구하는 분야는 그 자신이 가장 최전선에 있으니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은 장은 조국과 홍세와의  강연이었다. 정재승씨의 작년 강연도 꽤나 재미나게 읽은 기억이 나는데, 정재승씨의 강연이 평균이상의 흥미를 갖게 하는 이유는 항상 그의 연구는 적어도 한국에서는 그가 첫번재이기 때문이 아닐까. 누구도 한적이 없고 그래서 자신이 연구하는게 1호라는 정재승씨의 말을 생각하면 그의 강연은 항상 주제도 소재도 굉장히 재미나고 유쾌하며 곰곰히 생각해볼만하기까지 하다. 그저 그런 과학적 연구만을 이야기하는게 아니라, 그 연구에서 조금 한발 나와 '이런건 어떨까요?'라고 이야기하는 그의 인문학적 아이디어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지 싶다. 

항상 홍세화의 강연은 듣는 사람을 곰곰하게 생각하게 하는데, 이번에도 역시 그의 강연은 읽고 있으면 곰곰히 나를 생각하게 한다. 나의 삶을 기준은 누구여야 하는가, 내 삶을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나는 나에게 잘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홍세화는 각 개인에게 요구하고 있다. 조국의 강연은 자신의 전공을 살려 현재 대한민국에서 법을 집행하는 주요 주체인 검사의 권력과 개혁에 대한 지적은 신문에서 칼럼을 읽는 것과는 다른 생생한 느낌을 전달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수사권과 공소권을 모두 보유하고 있어 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견제는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그의 지적이 꽤 신빙성있게 다가왔다. 

해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올해는 작년보다 조금 더 나아졌다는 이야기를 좀 더 많이 들었으면 한다. 아마 이번 강연집에서 강연자에게 정말 시간이 갈 수록 나아지고 있다는 확신이 있는가, 현실은 변화하지 않는 것 같다라는 질문이 유독 많았다고 생각한다. 아마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해마다 이런 강연을 듣고 고민을 하고 혹자는 현실에까지 실천을 하면서 내년에는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하지만 그들에게는 실망이 더 크게 다가오는건 어쩔 수 없을테니까. 그래서 그들은 강연자에게, 그 긴 관찰을 혹은 투쟁을 혹은 최전선에서 서있던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것이니라. 강연자들은 모두 말했다. 아주 천천히지만 분명 시간을 흐르고 있고, 역사는 나아지고 있다고. 지금 당장 안되는 일에 너무 조급해 하지 말자고. 내년 강연집에는 나아지고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는 질문자의 말고, '올해는 조금 더 나아졌다는걸 느끼시죠'라는 강연자의 대답을 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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