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합리성의 심리학 - 왜 인간은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반복하는가
스튜어트 서덜랜드 지음, 이세진 옮김 / 교양인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난 심리학을 좋아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면 아주 싫어하는 편이다. 모든 인문학이 기본적으로 '사람'과 그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을 관심사에 두고 있지만 심리학처럼 노골적인 학문이 없기 때문이다. 너무나 노골적이어서 때로는 정말 '사람'은 이런 존재가 맞는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심리학은 예의가 없는 학문이라 난 그리 생각한다. 하지만 아주 가끔씩은 어쩔 수 없이 순수한 학문적 재미를 느끼곤 하는데 그게 바로 <비합리성의 심리학>과 같은 책을 읽었을 때 그렇다.


학문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학문간 교류를 통해 다른 학문을 통해 좀 더 서로의 활로를 모색하는 것이 인문학의 대세이다. 이런 최근 흐름에서 심리학만큼 여기저기 마실을 다닐 수 있는 학문도 드물다. 예술부터 경영,경제와도 접목되고, 언어학을 제외한 왠만한 인문학과 손잡는 일쯤은 심리학에게는 유도 아니다. 경영학에 심리학을 접목해서 소비자의 심리를 설명하기도 하고, 한창 유행하는 경제학에 심리학을 접목해 비합리성을 설명하는 점이 최근의 소위 트랜드이다. 하지만 그래서인지 제대로 된 심리학의 기본을 설명하는 책은 없는 듯 하기도 하다. 


<비합리성의 심리학>은 사실 기본에 충실한 책이다. 다른 학문과의 교류를 하기 보다는 심리학의 가장 기본에 충실하게 맞춰서 심리학이 설명하는 '인간'에 대해 전적으로 그 중심을 두고 있다. 다만, 이 책이 독특한 점은 심리학이 설명하고 분석하기는 영역이 인간의 소위 '비합리성'이다. 합리적이는 가정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왜 비합리적이고 때로는 설명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지를 다분히 학문적으로 설명한다. 당연히 딱딱한 내용이고 그를 감안해서 각 소재별로 다양한 실례를 많이 설명하고 있다.  


특히 이 책이 사람들에게 공감을 하게 만드는 이유는 이 책이 나도 한번쯤은 겪어봤고 충분히 공감하는 소재들이라는 점이다. 왜 독일 군인들은 유대인들을 그렇게 살해할 수 있었는가, 우리는 왜 학교를 다닐 때는 선생님에게 사회에서는 어떠한 권위에 그토록 쉽게 복종하는가. 합리적인 개인이 모인다고 해서 과연 우리 사회가 합리적일까. 쉽게 사람들의 여론에 쉽쓸리는 군중심리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정말 성과급을 받으면 성과가 나아지는걸까. 성과와 보상은 비례하는 것일까. 당연히 한번쯤은 경험해본 이 경험들을 <비합리성의 심리학>은 하나씩 꺼내서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 성과와 보상이 비례하는지에 대한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다는 건 지금 내 상황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비합리성의 심리학>은 빈말이라고 재미있다고 할 수 는 없다. 책은 너무 투텁고 너무나 많은 내용을 꾹꾹 둘러 담고 있다. 하나도 기억하기 어려운 내용을 꾹꾹 담아서 그토록 많이 넣었으니 농담이라도 재미있다고는 할 수 없다는 말이다. 덕분에 이 책을 쉽게 권하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일단 이 책을 읽으면서 흥미가 붙기 시작한다면 옆에서 누가 말려도 이 책을 끝까지 읽을 거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일단 읽으면 참 재미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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