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화장실이 가고 싶어서 눈을 뜨고 비몽사몽중에 화장실엘 다녀와서 시계를 보니 알람을 맞춰놓은 시간이 15분쯤 남았다.  

아.. 약올라라. 꿀맛같은 아침 단잠을 15분이나 땡겨서 깨워놓은 내 방광이 야속했고 15분 늦게 돌아가는 세상이 미웠다.  

이렇게 된거 15분 먼저 일어날까 15분이라도 더 잘까 잠시 고민하다 누워버렸다. 

 

2. 15분후, 7시 알람 소리에 일어나서 주섬주섬 자리를 개키며 오늘은 뭘 할까 생각해본다.

일단 당장 눈 끝에 잠이 매달려 있으니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애들 학교 간 다음에 잠깐 잠을 잘까? 싶었는데 바로 따라 드는 생각, 아, 오늘 녹색이다 ㅠㅠ 

글구 오늘 엄마네 김장용 절임배추가 배달되어 오는 날이니까 김장할 준비도 도와야 한다.  

얼른 정신 차리고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3. 가족들의 아침 밥상을 차려놓고 잠시 또 생각한다. 아침을 먹고 나가서 녹색을 할까, 다녀와서 먹을까?  

그러다 시간을 보니 먹고 나가도 늦지 않을듯 싶어 간단하게 먹고 나가기로 결정.  후다닥 퍼먹고 세수하고 지성이 먼저 내보내고 정성이 학교갈 준비를 해 놓고 나도 춥지 않게 옷을 챙겨입는데.. 

바지속에 레깅스를 신고 바지는 뭘 입을까? 겨울용 두툼한 츄리닝을 입을까 청바지를 입을까? 밖에서 50분 이상을 있어야 한단 말이지.. 아무리 추워도 츄리닝은 좀 그렇지? 에잉~ 청바지를 입자.  

레깅스 신고 청바지 입고 목폴라티를 입는다. 폴라티위에 반팔 스웨터를 걸칠까 긴팔 가디건을 걸칠까 고민하다 반팔 스웨터를 입고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파카를 입을까 무릎까지 내려오는 파카를 입을까 또 고민하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 파카를 꺼내 입고 목도리를 두르고 장갑까지 챙겨서 집을 나선다. 

 

4. 학교 녹색물품 보관 방에 들어가서 녹색어머니용 초록색 커다란 오리털파카를 보고 또 고민한다.  

내가 입고 온 무릎까지 내려오는 파카 위에 덧입을까 내 옷을 벗고 걸려있는 봄가을 점퍼를 하나 입고 녹색용 초록색 커다란 파카를 덧입을까 생각하다 내 옷은 벗어놓고 녹색용 점퍼와 파카로 갈아입고 깃발을 들고 나섰다. 

 

5. 횡단보도에 서서 매 신호마다 고민을 한다.  

보행자 정지신호인 빨간색에서 보행자가 길을 건너는 초록불로 바뀌는 순간에 보행자를 가로막는 노란깃발을 차량쪽으로 돌려 차량을 세우고 보행자를 건너게 하면 되는 단순한 일이지만 그 타이밍이라는게 마구 날리는 뻐꾸기가 아니다. 

차량 주행 신호인 똥근초록불에서 노란불이 들어올때 미리 왼손을 들어 차량 운전자에게 정지할 몸과 마음의 준비를 하게 만들어 주는 행위도 필요하고 아이들이 신호가 바뀌자마자 튀어나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함에도 소홀해서는 안된다. 

아이들이 횡단보도를 다 건너가도록 차량을 막은 깃발을 거둬들여서도 안된다. 깃발이 해제되면 신호가 초록불로 바뀌지 않아도 차를 출발시키는 운전자들이 엄청 많다. 

보행 신호가 끊어지는 시간을 예보하는 역화살표가 줄어드는 점멸등도 잘 봐야 한다. 3~2개 남았을때 마구 달려오는 아이들이 있는지 뒤도 자주 돌아봐야 한다.

 

6. 8시에서 8시 40분까지가 공식 봉사활동 시간인데 야박하게 바로 돌아설수는 없다.  

학교 등교시간이 8시 40분까지이긴 하지만 늦는 아이들은 항상 있기 마련이고 그 아이들은 급한 마음에 길을 마구 건너기 쉽상이기 때문이다. 

40분 이후로 신호 2~3개는 더 지켜준다. 두 번째 신호 이후로 길을 건너려는 아이들이 없을때 이제 다음 신호에 갈까 한 번 더 볼까 고민하다가 세 번째 신호에도 아이가 없으면 깃발을 돌돌 말아 접고 나도 일을 마칠 준비를 한다.  

학교로 돌아와 깃발과 옷을 두고 내 옷으로 갈아입고 두고 가는거 없나 돌아본 뒤 불을 끄고 방을 나선다. 

 

7. 학교에서 집으로 오는 길은 10분이 안걸린다. 어제 내린 비로 길바닥엔 낙엽이 잔뜩이고 예쁜 색깔을 가진 단풍잎들은 절로 허리를 구부려 줍게 만든다. 

빨간색 단풍잎 하나를 들고 오면서 내 차에 붙여 줄까 말까 잠시 생각하다 그냥 갖고 올라왔다. 

요걸 책갈피 사이에 끼워 둘까 고민하다 에잉~ 그냥 식탁위에 냅뒀다. 

 

8. 바빠서 그냥 두고 나간 설겆이통을 보면서 요걸 지금 닦을까, 점심먹고 같이 치울까 생각하다 커피물을 끓이는 동안 손도 씻을겸 설겆이를 한다.  

커피를 타고 컴을 켜고 메세나 콘서트를 제일 먼저 방문하고, 메일을 확인하고 알라딘에 들어와 서재질을 시작하면서 오늘도 정성이표 황당유머를 적을까 말까 잠시 생각하다 일단 마실을 돌기부터 시작한다. 

 

9. 아침이 부실했나 벌써 배가 고파오는 기운이 느껴지면서 아침에 신랑이 남기고 간 빵에 신경이 쓰이 시작한다. 저걸 먹어 치울까.. 밥을 안 먹은것도 아니건만 왜 배는 벌써 고픈거야..

이 고민은 길지 않고 그 결과는 선명하다. 내 앞엔 이미 빵이 놓여 있으니까.. ㅎㅎ 

 

10. 어느새 12월이다. 1일의 해가 떴으니 앞으로 30번만 해가 더 뜨면 올해도 끝이다.  

해 뜨고 해 지는 속도에 놀라고 그 놀람을 수시로 잊고 지내다 또 수시로 깨닫고 왜 이리 빠른거야?! 울부짖는 탕이를 심심찮게 밝견한다. 

자, 모두 멋진 12월을 맞이하세요~ :)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hnine 2011-12-01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스탕님이 이렇게 고민이(?) 많은 분이신 줄, 미처 몰랐어요.

무스탕 2011-12-01 14:24   좋아요 0 | URL
움직이는 갈대가 아니고 움직이는 고민녀에요. ㅎㅎㅎ
가만히 생각해보면 별 생각 없이 움직여도 될것도 한 번 째려보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긴해요 ^^;

하늘바람 2011-12-01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요 그 많은 고민속에 전 언제나 님 페이퍼 보며 웃고 가요

무스탕 2011-12-01 14:24   좋아요 0 | URL
사소한 고민거리들이라 그럴거에요.
밥을 먹고 나갈까 갔다와서 먹을까가 무슨 고민거리겠어요 ^^

마노아 2011-12-01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햄릿이 울고 가겠어요! 고뇌하는 탕이님, 12월 반가워요. 방긋!!!

무스탕 2011-12-01 14:26   좋아요 0 | URL
햄릿이나 로뎅이나 모두 이렇게 고민했을거에요.
항상 문제는 '그 것'이지요. 흐흐흐...
엄청난 눈을 날린 강원도 산간에선 끔찍한 겨울의 시작이겠지만 마노아님이나 제가 있는 이곳엔 아직 겨울 분위기가 덜해요.
12월이라는 제목이 좀 겨울을 느끼게 해 줄까요? :)

순오기 2011-12-01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고민이라기보다 '선택'의 문제였군요~~ ^^
나도 선택의 문제였는데,
11월 영화 한 편 못 본게 억울해서 열일 제쳐두고 조조로 신들의 전쟁 보고 왔어요.ㅋㅋ

무스탕 2011-12-01 14:28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요. 고민보단 선택의 기로에 선 탕이의 결정력 부족이지요. ㅎㅎ
결국 11월은 한 편도 못 보고 넘기고 마셨군요. 저 같아도 억울하겠씁니다 T^T
신들의 전쟁은 잔인한 장면도 있다고 그래서 보고싶은 맘을 접은 영화였어요.
전 잔인한 장면에 약하거든요;;;

소나무집 2011-12-01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간 순간 이렇게 사소한 결정을 하기 위해 큰 고민을 해야 하는 아줌마들은 참 힘들어요.ㅋㅋㅋ
벌써 12월이에요.
원주 시내엔 눈이 없는데 멀리 보이는 치악산엔 눈이 하얗게 쌓여 있더라구요.
오늘 아침에 리얼스틸 보고 왔어요. 아빠와 아들의 이야기, 눈물도 찔끔 났구요... 괜찮았어요.

무스탕 2011-12-02 09:06   좋아요 0 | URL
그렇죠? 아줌마들의 애로점은 역시 아줌마가 잘 이해를 해 주세요. ㅎㅎ
치악산은 결혼전 3.1절에 갔었는데 그때도 눈이 무릎까지 쌓여서 퍽퍽 빠져가며 산행했던 기억이 있어요. 눈도 쌓이고 눈도 내리는 힘든 산행이었는데 그래도 좋았어요.
리얼스틸 가슴을 살살 건들면서도 가슴을 뻥- 뚫어주는 영화였어요.

이진 2011-12-01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의 고민인걸요 ㅋㅋ
저는 요즘 중학교가 초등학교보다 가깝기 때문인지,
아니면 지방이라 녹색이 없는건지
녹색을 본 적이 없어요 ㅋㅋㅋ
무스탕님이 깃발을 들고 서있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ㅎㅎ

무스탕 2011-12-02 09:08   좋아요 0 | URL
지방이라고 녹색이 없을까 싶은데 직접 확인해 본 적이 없어서 자신있게 대답을 못하겠네요.
울 동네는 중학교 앞에도 녹색이 있어요. 왜 그런지는 쫌 이해가 안가기는 하지만 있긴 있어요.
한 겨울에 녹색을 하게 되면 전 오리털 파카를 두 개나 입는답니다. 안 얼어 죽으려고요. ㅎㅎㅎ

프레이야 2011-12-01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무스탕님 그노무 봥광 ㅋ
저도 그런 때 많아요. 더 누워있고 싶은데 화장실 가고싶어 어쩔 수 없이 일어나야하는..ㅋ
암튼 12월의 첫날인데 이래저래 바쁘게 시작하셨네요.
한 해의 마지막 달인데 마음은 초조하고ㅠ 이럼 안 되는 것인데..
님도 멋진 12월 맞이하세요~~~

무스탕 2011-12-02 09:11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제 심정 이해해 주실수 있죠? 어찌하여 쥔님의 단잠을 방해하는건지 모뙨 방광이에요 ;ㅁ;
전 내일부터 당분간 바빠질 계획이라서 야속한 12월.. 그러고 있어요. 조금 덜 추워서 움직이는데 다행이다 싶었지만 내일 비가 온대서 그것도 야속하고요. 운전하고 다녀야 하는데 비는 정말 싫어요.
이 와중에 그래도 뽀독뽀독 빛이 나는 12월을 만들어야죠 ^^

세실 2011-12-01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사소한 고민의 여왕 무스탕님^*^ 귀여우십니다~~~~
탕님은 빵 아무리 드셔도 살 안찔꺼 같아요. 아 부럽다!
행복한 12월 되시길~ 굿 나잇!

무스탕 2011-12-02 09:14   좋아요 0 | URL
세상에 손바닥 뒤집는것도 고민이라니까요. 여기서 내가 손바닥을 내 놓으면 누구랑 짝이 될까.. 그런 사소하면서도 중요한 고민요 ^^
저도 많이 먹으면 살쪄요. 그래서 밤에 늦게 뭔가를 먹었다 싶으면 일부러 늦게 잠들고 그러기도 해요. 서글픈 사실이죠.
12월인데 각종 연말 모임에서 현명하게 살들을 보존하는 방법을 찾아보자구요.ㅎㅎ

울보 2011-12-01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12일날 류의 삼학년 마지막 녹색을 서야 하는날인데,,
어쩜 이리 글을 맛갈나게 소소한일상속에 고민을 담아내시는지,,부럽사와요,

무스탕 2011-12-02 09:16   좋아요 0 | URL
원래 녹색이 14,15일 이틀인데 그때 일을 나가야 해서 다른 엄마랑 바꾼거에요. 것도 한 명이랑 바꾸지도 못하고 이틀을 두 명에게 부탁해서 쪼갰지요.
말 하면서도 미안해 가지고서리..;;;
다른것보다 바꾼 날짜들이 늦어서 더 추울까봐 미안한 맘이 크고 그런거 감수하며 바꿔준 엄마들에게 감사해요. 담에 맛난 커피라도 쏴야지요 ^^

전호인 2011-12-02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늘 선택의 기로에 있지요.
항상 탁월한 선택을 하시길 바랍니다.^^
멋진 12월 맞이하셨죠?

무스탕 2011-12-02 09:17   좋아요 0 | URL
혼자 생각하며 나름 탁원한 선택이었어, 라고 믿으며 결정하고 행하고 있습니다만, 남들이 보기에 어이없는 선택이기도 하겠죠 ^^;
전호인님께서도 맘도 몸도 평안하고 따듯한 연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