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6월 11일은 탕이 친정아부지의 생신이셨다. 당연히 형제들이 모일테니 뭔가라도 준비를 해야지 싶어 엄마랑 돼지갈비를 해 먹자고 합의를 보고 전날 10일 금요일에 정육점에서 돼지갈비랑 양념장을 사서 집으로 돌아오던 참이었다.
신랑이 전화를 했다. 시아버지께서 위독하시다고.
심장이 쿵-
2. 집에 들어와서 시계를 보니 오후 5시가 다 되어간다. 신랑은 바로 퇴근을 해서 오는 길이라 하고 난 애들은 일단 집에 두고 가서 상황을 봐서 연락을 한다고 엄마한테 말해놓고 이것저것 준비를 하고 다시 신랑 전화를 받고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6시가 조금 못 된 시간에 출발을 해서 가면서 이야기를 들으니,
계속 감기기운이 있던 시아버지께서 점심께에 숨쉬기가 힘들다고 신랑이랑 전화통화를 하다 갑자기 끊어졌단다. 집에서 가까운 임실 병원으로 가니 당장 큰 병원으로 가라해서 119를 불러 전주 전북대학병원 응급실로 가셨단다.
응급실에서의 처치가 효과를 못보고 시아버지께선 인공호흡기를 달아야 했고 우리가 병원에 도착하자 곧 중환자실로 옮겨지셨다.
3. 작년부터 혈액쪽으로 암판정을 받아 계속 항암치료를 받고 계시던 시아버지께선 면역력이 최하로 떨어져 있었고 감기를 이겨내지 못해 폐렴이 와서 폐에서 출혈까지 왔다는거다.
인공호흡기를 달았으니 말씀도 못하시고 가래와 피가 섞여 나오는 상황에 통증이 심하다 호소를 하시니 중환자실에선 진정제를 투여해서 강제로 잠을 재워서 치료를 했다.
금요일 밤을 중환자실 앞 대기실에서 새우잠을 자다 깨다 하며 밤을 보내고 나서 토요일 아침 중환자실 면회를 마치고 시골집으로 갔다가 저녁 면회를 하고 일단 난 먼저 올라왔다.
4. 전주에서 수원오는 막기차를 타고 수원에 도착하니 11시 57분. 군포로 오는 지하철은 이미 끊겼고 하는수 없이 총알택시를 타고 집에 도착하니 12시 30분.
씻고 이것저것 준비하고 2시가 다 된 시간에 잠들어서 일요일 아침 6시 반에 일어나 7시에 출근. 4시 40분즘 퇴근을 해 집에 오니 5시다.
5. 신랑은 시골에 남아서 수요일까지 있었고 난 수요일 저녁 기차로 다시 시골로 내려가 신랑이랑 교대를 했다. 목요일, 금요일을 시어머니와 아침저녁으로 집에서 병원을 왕복하다 금요일 오후에 다시 신랑이 시골로 오고 난 밤기차로 집으로 오고.
아침 면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할 일도 없어서 목요일엔 시어머니를 쫒아 깨밭에 나가 김도 맸다. 난생 처음 해 본 일이다. 밭이 얼마나 크려나..?
여기서 저 끝까지 오리걸음으로 걸어 나가며 풀을 뽑다가 다리가 아프면 일어나서 허리를 구부리고 풀을 뽑아 나가다 다시 앉아서 하다가.. 시어머니랑 둘이서 그렇게 3~4번 반복을 하니 대충 됐다 그러신다. 아이고 허리야... 다리야.. ㅡ.ㅜ
6. 신랑은 토.일요일 시골에 있다가 어제 저녁 면회를 마치고 다시 집으로 왔는데 시아버지께서 인공호흡기를 뗐다고 한다. 중환자실 치료가 다행히 효과를 봐서 최악의 사태를 면했고 좋아지고 계신단다. 다만 암쪽으론 완치가 불가능해 계속 항암치료를 해야한다니 완전 마음이 놓이진 않는다.
문제는 계속 열이나서 일반 병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계속 중환자실 계시니 면회도 간병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게 불편이다.
오늘내일은 시누이가 시골집에 있어서 그나마 시어머니께서 혼자 다니시지 않으니 나은데 수요일부터 어떻하시나.. 신랑이 금요일 저녁에 다시 내려간다니 며칠 고생하셔야겠다.
7. 친정부모님이고 시부모님이고 부디 아프시지 말고 오래오래 건강하게 지내시길 바라는 맘이 정말 간절하다.
네 분 모두 70을 넘기시고 탕이 친정엄마는 내년에 80이신데 70 넘어서 큰 수술을 두 번이나 하셔서 걱정이다. 친정엄마는 동네 체육공원에 가셔서 꾸준히 운동을 하고 계시지만(단순히 걷기와 기구를 이용한 스트레칭만 하시지만 ^^;) 이젠 연세가 있으셔서 어쩌다 하루 외출하고 돌아오시면 그저 눕기 바쁘시다.
한 해 한 해 쇠잔해 지시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것도 참 씁쓸한 일이다.
8. 그 와중에 어제도 탕이는 출근을 했었는데, 어제의 출근 장소는 안산의 모 고등학교.
일을 마치고 마무리를 하고 짐을 챙기고 있는데 학교 선생님들께서 '수고하셨어요~ 먼저 갑니다~' 하며 나가버린다.
흐미.. 뭐 이런 경우가.. -_-;;; 어떻게 손님이 아직 나서질 않았는데 주인들(한 명도 아니고 자그마치 네 명이 모두!)께서 일 마쳤다고 거침없이 나설수 있는건지 참..
9. 어젠 차가 없어서 지하철을 타고 다녔다. (차는 시골에서 신랑이 갖고 있다 어제 저녁에 올라올때 델꼬왔다) 혹시 지하철에서 추울까봐 (아침 7시에 지하철을 탔거덩요) 얇은 긴 팔 겉옷을 입었었는데 상록수에 내려서 학교로 걸어 가려니(당연히 걸으며 겉옷 벗는 신공을 보여 주셨고 ^^) 그때부터 덥기 시작한게 일 마치고 집에 오도록 끝내주는 더위였다.
예약해 놓은 책이 왔다는 연락을 받아서 전철을 내려서 10분을 걸어서 도서관에 갔다 다시 15분을 걸어서 집에 오려니 정말 양산을 안들고 나선게 그렇게 후회 될수가 없었다.
10. 아, 하나 더.
어제 아침에 전철을 내려 학교로 걸어가는데 저 앞에서 멍멍이 한 마리가 걸어오고 있다. 확실히 구분이 될 정도로 다가왔을때 보니 '맹인안내견'이다. 주인님이랑 걷고 있는 중이다. 주인님은 2~30대의 여성분.
누군지도 모르고 처음 보는 주인님과 안내견이었지만 맘속으로 응원을 보내줬다.
씩씩하게 사세요~ 너도 열심히 사람들을 도와줘서 고마워~
맘 같아선 쓰다듬어 주고 싶었지만 안내견이 노란조끼 입고 일하고 있을때는 부르거나 만지거나 하는건 일을 방해하는 행위라는 말을 들어서 멍멍이한테 웃어만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