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워낙 2월 18일 금요일엔 출근을 하기로 사무실이랑 말이 되어 있었는데 수요일 저녁 9시가 다 되어서 전화가 왔다. '내일도 출근할수 있냐' 그래서 17일 목요일이랑 금요일 이틀을 출근을 했다.
그렇지만, 출근을 했지만 그렇게까지 바쁜게 아니라서 글도 남기는 여유도 부렸었다. 일이 정신없이 바빠서 불렀다기보다 사무실 직원들이 몽창 교육을 가서 뻥- 뚫린 관계루다 하루 먼저 불렀단다. (아, 역시 난 메꾸기 전문이었던가..;;)
2. 19일 토요일엔 언니네가 이사를 해서 아침먹고 일산 화정으로 가서 저녁 11시가 넘어서 귀가.
왕복 100km에 이르는 거리이고, 가서 그림같이 앉아서 손가락 까딱거리며 일 시키는 버르장머리는 아직 소유하지 못한탓에 쫌 분주히 보낸 시간들이 몸의 피로를 더해 줬달까나..
3. 20일 일요일엔 아침 6시 30분에 기상하여 7시에 집을 나서서 일터에서 빡시게 일을하고 귀가를 하니 저녁 6시 30분.
손꾸락 하나 까딱하기 싫은데 신랑은 삼겹살 먹자 그런다 -_-+++ 날 잡아 잡수~ 하고 치킨시켜 먹었다.
4. 저녁을 먹고 신랑은 잠깐 누굴 만나고 오겠다고 집을 나서고 나는 슬금슬금 집을 정리하고 있는데 전화가 울린다. 어제 이사한 언니다.
'ㅈㅎ(큰 조카)이가 좀 많이 다쳐서 입원했어' 아니. 이게 뭔 소리야?! '어떻게 다쳤는데' 버럭 소리를 지르니 현관 철문에 손가락이 끼어서 손가락이 잘렸단다. ㅠㅠㅠㅠㅠㅠㅠ
전화를 받는 내내 난 제 정신이 아니었다. 언니는 회사 일이 있어서 나갔고 둘째 조카도 나갔고 혼자 집에 있는데 점심 배달 시켜먹은 그릇을 찾으러 온 배달원에게 그릇을 내줬는데 배달원이 문들 쾅- 닫는 바람에 사고가 난거란다.
아이 혼자서 119 불러서 병원에 실려가는 도중 구급대원이 아이 핸드폰으로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서 애가 많이 다쳐서 병원으로 가고 있으니 빨리 오란다. 병원에 가보니 손가락이 절단되어 빨리 봉합수술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응급 수술을 하고 입원실에 올려보내고 전화를 하는거란다.
5. 정말 억장이 무너지고 내 속이 다 끊어지는 느낌이었다. 내 자식이 다친것처럼 가슴이 아팠다. 그 녀석 뱃속에 있을때부터, 태어나면서부터 우유도 먹이고 귀저기도 갈아주면서 18년동안 키운 조카인데 이게 뭔 일인가.. ㅠㅠㅠㅠㅠㅠ
이사한 다음날 사고가 나서 더욱 마음이 안좋았고 혼자서 무슨 정신으로 119까지 불렀을까 생각하니 더 안쓰러웠다.
엄마한테 이야기하면 속상해 할테니 말하지 말라고 언니가 부탁을 해서 혼자만 엉엉 울었다.
6. 21일 월요일엔 원래 출근을 안하는데 엄마한텐 출근한다고 거짓말을 하고 다시 언니네 동네 병원으로 갔다. 아이를 보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다 괜찮아 질거야. 걱정 마' 위로를 해주는데 조카는 네.. 대답만 하고 눈도 안뜬다 ㅠㅠㅠㅠㅠㅠ
언니한테 상처에 대해 들어보니 내가 생각했던것 보다는 훨씬 괜찮았다. 왼손 집게손가락 손톱 밑에서 뼈가 끊겼는데 피부까지 완전 분리된건 아니고 중지쪽으로 붙어 있었고, 사고 위치가 접히는 윗쪽이라서 잘 아물면 접히는것도 괜찮을거라 한단다. 신경이 끊겨서 차고 뜨겁고 아픈 느낌은 모를수가 있을거란다.
뼈도 잘 붙을테고 문제는 괴사만 없으면 잘라내야하는 그런일은 없을거라는데 어제 봉합하고 상처가 나아가는게 색으로 봐서 좋다고 한단다.
어휴~~~~ 정말이지 지금 생각해도 얼마나 다행이고 안도의 한숨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언니의 '손가락이 잘렸다'는 표현에 난 최악을 생각했고 직접 보고 설명을 듣기까지 별별 생각을 다 했었다.
퇴근시간에 맞춰 집으로 들어가기 위해 병원에 늦게까지 있다가 집으로 와서 신랑한테 이야기 해주고 엄마한텐 여전히 함구.
7. 22일 화요일에 출근을 해서 오전일을 마치고 퇴근했다가 저녁에 친구들을 만나기로 한 약속이 있기에 일찌감치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데 신랑한테 전화가 왔다. 시골에 가야겠단다.
시골 집 뒷편에 있는 보일러실에서 불이나서 큰일이 날뻔 했단다. 아.. 왜 이러냐규우우~~
시댁에 전화를 해보니 시어머니께서 상황을 설명해 주신다. 조금만 늦게 발견했으면 집 홀랑 다 태워 먹을뻔 했단다. 일찍 발견해서 시어머니랑 조카가 물 뿌려서 껐는데 보일러실은 난리가 났단다. 다친사람 없고 보일러실만 다시 손보면 되니 걱정할거 없다신다.
그래서 난 친구들 만나러 서울로, 신랑은 시골로.
8. 25일 금요일에 다시 출근한다 엄마한테 또 거짓부렁을 하고 조카가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갔다. 역시 아침 8시에 출발. 지하철타고 택시타고 병원에 도착하면 딱 두시간 걸린다.
월요일에 봤을때보다 훨씬 좋다. 밥도 잘 먹고 통증도 없다 그러고 아이도 걱정하는 기색도 없다. (워낙 낙천적인 성격의 아이라는게 참 다행이다) 병원에서도 경과가 무척 좋다고 한단다.
월요일에 손가락 깁스를 하고 퇴원을 한단다. 정말 다행이다.
9. 26일 토요일에 다시 언니네 집으로 갔다. 집 상태는 일주일전 이사 했을때랑 달라진게 없다 -_- 언니는 일요일부터 병원에 매달려 있는 상황이니 누가 집을 정리 했겠는가..
언니네 살림이니 나도 어떻게 내 맘대로 손을 댈수는 없고 눈에 띄는것만 정리만 해 놓고 오후에 신랑이 와서 전등이랑 현관 문 닫히는 속도조절기랑 세탁기랑 이것저것 손을 봐주고 저녁을 먹고 돌아왔다.
10. 28일 다시 월요일. 아침에 엄마한테 '나 어디 갔다올게' 그러고 나서니 엄마는 '어딜가?' 묻지만 제대로 말을 안해주고 그냥 휭~ 나와 버렸다.
병원데 도착해서 이것저것 퇴원준비하고 수속 밟고 언니네 집으로 돌아오니 1시.
언니는 병원에서 바로 일터로 갔고(지난주에 꼬박 일을 안해서 이번주는 더 이상 빼먹을수가 없단다) 난 조카들이랑 점심을 먹고 세탁기 한 번 돌려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에겐 큰녀석이 손가락을 조금 다쳐서 병원에 2~3일 입원했다가 오늘 퇴원해서 그거 봐주고 오는길이라 말해주니 언니랑 내가 우려했던만큼 놀라는 기색이 아니라서 속으로 조금 머쓱.. 그래도 노인네 저만하길 다행이다 생각하니 내 몸고생 맘고생은 싹- 가신 느낌이다.
이제 잘 아물기만 하거라. 이모 놀란거 나중에 다 보상받을테다!!
좋은 일. 오늘 지성이는 고등학교 입학식을 하고, 정성이는 6학년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