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고양이님의 복권 당첨기를 읽으니 내 옛 과거가 생각난다. 

약 15년쯤 전.. 회사를 다닐때 마감을 하는 날이면 현금 5천만원돈을 들고 은행을 드나들던 시절이 있었다. 

수표, 1만원권, 5천원권, 1천원권 등등을 종류별로 분류해서 100장씩 모아서 띠지를 둘러 007가방에 넣어 입도 벙긋 안하고 사무실을 뛰쳐 나가 같은 건물 1층에 있는 은행(사무실은 3층)에서 입금을 하곤 했는데.. 

여기서 잠깐, 왜 입도 벙긋 안하고 뛰쳐 나가나..  

사무실은 마감으로 정신이 없는데 직원은 부장,차장, 아래직원 모두 합쳐아야 6명. 그 중 내가 쇽~ 빠져 나가면 4명 정도가 몇 백명을 상대로 접수를 받는데 몇 천만원을 들고 나가면서 '나 은행가요~' 공고를 하면 분명 보디가드를 한 명 딸려 보낸다. 

그러면 나머지 3명이 죽는다는거.. 그래서 소리소문 없이 뛰쳐나가면 누구도 내가 몇 천만원을 들고 다닌다는 사실을 모르니, 얼른 입금하고 오는게 최상이라 생각했고 직원 누구도 그걸로 시비거는 사람은 없었다. 

5년 가까이 그렇게 입금을 하면서 사고난 적이 한 번도 없었던게 지금도 감사 :) 

자,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렇게 돈을 챙겨 가면서 슬쩍 걱정은 된다. 몇 번씩 헤아려서 묶은 돈뭉치지만 혹시라도 1만원이라도 부족하지 않을까싶어 주머니에 1만원짜리 한 장씩은 더 넣어갔었다. 

그러던 어느날. 입금 금액이 딱 맞았고 다시 사무실로 올라오면 될 상황에서 문득 눈에 띈 것이 즉석복권이었다. 1장에 500원짜리. 주머니에 1만원은 들어있겠다, 갑자기 동한 마음에 2장, 1천원어치를 사서 즉석에서 긁어보니 5천원짜리가 당첨됐다. 

그래서 더 이상의 고민 없이 바로 현금으로 바꿔 사무실로 올라와서 한가해진 시간에 직원들에게 커피를 돌렸다 ^^v  

난 그날 남의 돈으로 꽁돈을 벌었고 그 꽁돈으로 직원들에게 인심을 쓴 마음씨 좋은 여직원이 되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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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8-03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착한 직원 무스탕님, 참 잘했어요!!^^

무스탕 2010-08-04 14:56   좋아요 0 | URL
넹~ ^^ 순전히 남의 돈으로 인심 팍팍 (커피 한잔이 인심 팍팍이라니..;;) 썼어요. ㅎㅎㅎ

프레이야 2010-08-03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거금이었네요.
얼굴 작은 무스탕님의 마음은 더 훈훈했구요.^^

무스탕 2010-08-04 14:57   좋아요 0 | URL
복권을 아주 안사는건 아니고 어쩌다 생각나면 한 번씩 사는데 이렇게 당첨되는건 거의 없었어요. 그러다 그 날 대박(!) 맞은거지요 ^^

마노아 2010-08-03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원한 에피소드에요. 직원분들도 많이 고마웠을 거예요.^^ㅎㅎㅎ

무스탕 2010-08-04 14:58   좋아요 0 | URL
나중에 직원들에게 이야기 해주니 마구 웃더군요 ^^
어차피 당첨이 안됐어도 1천원 메워 넣는건 큰 부담이 아니었으니 객기를 부린거지요.

다락방 2010-08-03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쿠, 이런 아름다운 당첨기라니! 세상의 모든 복권은 다 무스탕님이 당첨되어야 해요!!

무스탕 2010-08-04 14:59   좋아요 0 | URL
저도 세상의 모든 복권까지는 아니더라도 약간의 복권이 저에게 당첨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다락방님께 삽겹살도 맘 놓고 사드릴수 있을텐데 말이에요. ㅎㅎ

카스피 2010-08-03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옛날 이야기하나 해드릴께요.월급장이셨더 아버지께서 늘상 복권을 사셨는데 글쎄 일등과 십자리수 한 자리가 틀리더군요.온 가족이 얼마나 허탈했던지...그 이후 아버지는 다시는 복권을 사시지 않더군요 ㅜ.ㅜ

무스탕 2010-08-04 15:00   좋아요 0 | URL
아버지 복권 하시니 저도 하나 생각나는게..
옛날엔 주택복권이라고 있었잖아요. 아버지가 10만원이 당첨됐다고 엄마에게 복권을 주고 10만원을 받아가셨대요. 그런데 엄마가 은행엘 가니 세금제하고 9만원 조금 안되게 주더라고 분해하셨어요. ㅎㅎㅎ

라로 2010-08-04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복권을 사본적이 없지만 만약 산다면 무스탕님과 같이 상큼한 경우라면,,,ㅎㅎㅎ
상큼하고 깔끔한 무스탕님의 복권당첨기까지 상큼~.^^

무스탕 2010-08-04 15:01   좋아요 0 | URL
전 복잡한거 그런거 잘 못해요 ^^;; 제 생각에 제 뇌는 커다란 하나의 세포일것 같아요. 머리만한 세포..;;;

마녀고양이 2010-08-04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 따뜻한 당첨기인데여~

무스탕 2010-08-04 15:01   좋아요 0 | URL
저도 노력해서(?) 마고님처럼 당첨기 다시 적도록 하겠습니다!! 크크크...

따라쟁이 2010-08-04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즉석복권에서 오천원권 되기가 쉽지 않은데, ㅎㅎㅎㅎ
저는 얼마전에 로또에서 처음으로 오천원이 됐어요. 사진찍어서 막 문자보내고 난리도 아니였다니깐요. ㅎㅎㅎ

무스탕 2010-08-04 15:02   좋아요 0 | URL
같이 근무하던 직원 한명이 즉석복권에서 캠코더가 당첨이 됐었어요.
그래서 큰녀석 돌잔치때 이 직원이 와서 비디오를 찍어줬었지요.
저도 로또 당첨된다면 친구들한테 마구마구 자랑할거에요. 당첨이여 어여! 쫌! ^^

꿈꾸는섬 2010-08-05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스탕님도 복권 당첨기가 있군요.^^ 복권은 사본적이 없어요. 그래도 당첨되면 정말 좋을 것 같긴 해요. 무스탕님처럼 인심도 쓰고 말이죠.^^

무스탕 2010-08-05 16:43   좋아요 0 | URL
소박한 당첨이었지요 ^^ 그래도 사람 기분이라는게 당첨 됐는냐 아니냐의 차이가 엄청나잖아요? 저도 복권 맞아본 경험이 있는 여자에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