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주 토요일까지 빡시게(내 수준에선 그래요 ㅡ_ㅡ) 일하고 일요일은 자다 먹다 자다 먹다 자다.. 를 반복하더니 어두컴컴해질 무렵부터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으하하... 놀자!!! 

 

2. 월요일, 방콕의 진수를 보여주듯 집 밖에 한발자국도 안나가고 하루를 보냈다. 정성이가 물었다. '엄마. 언제까지 회사 안 가?' '이번주는 쉴거야'  

좋단다.. 

 

3. 화요일 아침, 아침을 먹는 지성정성에게 '엄마 회사가고 없으니까 준비물 잘 챙겨 가~' 외치니 정성이 약속을 어겼다고 투덜거린다. 쏘리.. 정성이보다 일찍 나서서 출근을 했다가 오전일을 마치고 정성이보다 일찍 돌아와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정성이 엄마가 먼저 와 있어서 좋단다. 초등 4학년, 11살 남자어린이의 엄마에 대한 반응이다 -_- 

 

4. 오늘 아침, 역시 정성이보다 일찍 집을 나서서 출근을 했다. 차 막힐까봐 늦게 출발 할수도없다. 차라리 조금 일찍출발해서 일찍 도착하면 토깽이 구경하는게 맘 편하지..  

오늘도 오전일을 마치고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와서 정성이 교실 청소를 하러 학교로 갔다. 다행히 시간이 맞아서 청소를 하러 갔는데 청소하러 온 엄마는 나까지 3명..;;; 어쩌랴.. 해야지.. 

간단하게 책상의자 뒤로 모두 빼고 쓸고 닦고 다시 앞으로 모두 밀어놓고 쓸고 닦고 제자리 잡아주고 창틀 닦아주고 조금쯤 더 지저분한 바닥은 수세미로 문질러 닦아주고.. 

그렇게 청소를 마치고 반장엄마가 준비해온 간식을 먹고 담임선생님이랑 수다 조금 떨다가 귀가.. 

 

5. 음.. 난생처음 회장 사모님 + 회장 어머님이 되어부렀다. 그야말로 되어부렀다. 

신랑은 나도 몰래 아파트 입주자 대표 회장이 되어버렸고 --+  

정성이는 2학기 임원 선거 전날 내게 의사타진이 들어왔다. 반장을 해도 되겠냐고.. 

에.. 엄마가 일을 다니는데 너 반장해도 되겠니..? 알아서 하겠다는 대답을 하고 다음날 전해들은 결과는 반장은 안하겠다고 사양을 했고 대신 학급회장이 되었단다. 

 

6. '도대체 반장 엄마는 뭘 해야 하나요..'  

몇 년전 학년초 엄마들이 모인 자리에서 처음 임원 엄마를 해 본다는 엄마의 질문에 옆에서 튀어나온 대답이.. 

'돈 만 잘 대주시면 돼요' 

참 할 말 없게 만드는 대답이었다.

 

7. 간혹 일하는 엄마들의 아이들이 임원이 되는걸 뭐라뭐라 말하기 좋아하는 엄마들이 있다.  

울학교는 한 반에 반장1.부반장2, 회장1, 부회장2, 이렇게 임원이 6명이다. 학기마다 뽑는다. 학급에서 이뤄지는 일들은 주로 이 6명의 엄마들이랑 몇몇 엄마들이 주축이 되어 의논하고 실행을 하는데, 일을 하는 엄마들은 그렇지 않은 엄마들에 비해 일하기 힘든건 사실이고, 그렇게 한번두번 반복되다 보면 다른 엄마들의 부담이 커지는거고, 그러다보면 한 마디씩 하게 되는거다. 

'그럴거면 왜 애를 임원을 시켜' 

도대체 이게 말이 되는 거냐구!! 애가 반장이고 회장이지 엄마들이 뭘 어쩌겠다는건지.. 

 

8. 사실 그런 대화를 듣고 짜증도 나고 내 여건도 편안한 여건은 못돼서 그동안 정성이의 '반장이 되고싶어' 라는 요구를 '엄마 회사 가는데 어쩌지?' 하고 미뤄왔던거다. 

이젠 저학년도 벗어났고 자꾸 아이의 요구를 묵살하는것도 미안해서 이번엔 네 맘대로 해봐라.. 했는데 다행이랄까.. 이번 임원 여섯명의 엄마 모두가 일하는 워킹맘이란다. 으하하하~~~ 

동병상련이라고, 서로 같은 처지니 조금 덜 협조적이어도 구박은 덜 듣겠지..;;; 

 

9. 일터도 민원인 내방이 많은 기관이다. 당연히 화장실엔 비누를, 층 마다 손 소독기를 설치했고, 업무의 형태에 따라 원하는 민원인에겐 마스크까지 지급하려고 비치해 뒀더라.. 

학교에선 모든 행사가 잠정 취소 됐단다. 현장학습도 무기한 연기고, 체육대회도 취소가 됐고.. 애들이 심심한 한 학기를 보내게 생겼다. 

5학년의 수련회와 6학년의 수학여행을 봄에 치룬게 그 아이들의 입장에선 참 다행이라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것마저 취소가 됐다면 이 아이들의 초등학교 추억은 얼마나 단촐해졌을까.. 

 

10. 어제 하늘은 정말 이뻤다. 날마다 그런 하늘을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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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9-09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하늘! 요즘 하늘이 너무 이쁘지요?
저희 애는 부회장이 되었는데 오늘 저만 빼놓고 다른 엄마들은 선생님한테 인사갔다더군요 ㅜㅜ (오라해도 갈 수도 없었긴 하지만..) 애가 임원 수련회 가면 남편과 둘이 맛난거 먹으러 갈려 그랬더니 수련회도 취소..

무스탕 2009-09-09 20:35   좋아요 0 | URL
전국적으로 대규모 이동의 행사는 모두 취소가 대세인가봐요.
울 애들 그자나도 놀러가는거 별로 없는데 그 몇 번 없는 행사가 취소가 되는 사태가 많이 미울거에요.

우리나라 말고 다른나라 가을 하늘은 본 적이 없지만 우리나라같이 이쁜 하늘도 별로 없을거라 생각해요 ^^

마노아 2009-09-09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이가 벌써 4학년이군요. 그런데 4학년도 학부모가 대신 청소해줘요? 초딩 2학년 때도 학교 화장실 청소까지 우리가 다 했구만..;;;;;
점점 주객이 전도되고 있는 교육현장이에요. ㅠ.ㅠ
그나마 모두들 워킹맘이어서 이심전심이겠어요.^^

무스탕 2009-09-09 20:36   좋아요 0 | URL
4학년정도는(그 이상도요) 한 달에 한 번 정도나 청소하러가요.
암만해도 애들한테만 맡겨놔서 그런지 매일 청소를 한다고 해도 교실이 지저분해요. 꼼꼼하게 하긴 아직 어린거지요 ^^;
반장엄마가 '여섯이 모두 일해요' 할때의 안도감이란... ㅎㅎㅎ

프레이야 2009-09-09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들 학교에 봉사하는 걸로 생각하면 긍정적일 수도 있지만
너무하단 생각 들 때가 많아요. 그래서 전 올해 절대 아무것도
하지않게 후보에 나가지도 말라고 했어요. 학교 들락거리는 거
별로인지라.. 그나저나 하늘 참 파랗다!

무스탕 2009-09-10 08:49   좋아요 0 | URL
저도 학교 가는거 그닥 좋아하지 않아요. 공식적인 행사(학부모 총회라든가, 공개수업이라든가)는 참여하지만 그 외엔 솔직히 엄마들 모여서 얼굴 맞대고 수다 떨어봤자 정말 '수다' 거든요.
교실 청소하러 오세요~ 해서 가 보면 엄마들끼리 참 잘 지내던데 전 그런게 왜 그렇게 어려운지 모르겠어요. 성격이 수상한게지요;;;

그나저나 하늘 참 이쁘지요. 요즘 하늘 보면 절로 눈이 ♡.♡ 요래 된다니까요 ^^

무해한모리군 2009-09-09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하늘이 정말로 이쁘네요.
저희 회사에도 소독기를 설치했습니다.
저는 느낌이 신기해서 오가면서 맨날맨날 해봅니다 ^^;;
저도 어머니가 일하시느라 무슨 임원 이런건 한번도 못해보았는데, 아직도 그런 문화가 있다니 속상하네요. 남의 말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디든 있으니 그러려니 하셔야지 어쩌겠습니까 흠..

저도 내일은 하늘 한번 봐야겠네요 ^^

행복한 밤 되세요.

무스탕 2009-09-10 08:53   좋아요 0 | URL
요즘 소독기 만드는 회사, 마스크 만드는 회상, 체온계 만드는 회사등등이 아주 호황을 누린다고 하잖아요? 다 우리가 도와주는거라구요 ^^;;

사실, 예전보다 요즘이 워킹맘이 훨씬 많은게 현실인데 그런거 따져가며 애들의 학교생활에 제약을 둔다면 그게 어디 바람직한 풍토라고 말하겠어요?
일부 남의말 하기 좋아하는 못난 입들의 방정이지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 일부가 차지하는 비중이나 퍼트리는 효과가 참 무섭더이다.. -_-)

어제 저녁, 지성이가 숙제해야한다고 프린터기를 쓰려는데 요것이 갑자기 안움직여서 애먹였어요. 결국 그냥 갔는데 오전에 어케든 해결해서 점심시간에 전해주러 가야해요..

무해한모리군 2009-09-10 14:32   좋아요 0 | URL
아 엄마는 정말 못하는게 없어야 되는군요 --;;

무스탕 2009-09-11 13:36   좋아요 0 | URL
못하는게 없어서 엄마가 된게 아니고 엄마가 되는까 많은걸 할 수 있게 되더라구요 ^^

다락방 2009-09-09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엄마로 사는것도 쉽지만은 않네요. 신경써야 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잖아요. 전 남자도 없으면서 애 키우는게 두렵다는 생각은 왜 또 쓸데없이 드는걸까요?

그나저나 정말 하늘 예뻐요. 가끔 하늘이나 구름 사진 찍어서 여동생이 보내주는데, 그럴때마다 저는 놀라요. 너, 하늘 되게 자주 보고 사는구나!

하늘을 본다는게, 그 하늘을 보고 예뻐서 사진기에 담아둔다는 게 너무 사랑스러워요. 무스탕님처럼요.
:)

무스탕 2009-09-10 09:00   좋아요 0 | URL
전엔 디카를 가방에 잘 넣고 다녔는데 지금 핸펀으로 바꾸고 난 다음부터는 디카 챙기는 버릇이 없어졌어요.
무슨 차이냐.. 지금 핸펀은 카메라 기능이 있다는 거지요. 예전엔 단무지 핸펀이었거든요 ^^;;

몇몇 엄마들의 극성이 전체 엄마들의 의사 표현으로 보여질까봐 참 걱정이에요. 몇 년을 두고 봐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활동해 주시는 엄마보다 그저 결정에 따르고 아님 방관하는 엄마들이 훨씬 많거든요 (저도 후자쪽..;;)
그래서 나서서 진두지휘는 못할망정 잘 따라주기나 하자, 그리고 내가 나서서 이끄는 일이 아닌건 되도록이면 이견을 달지 말자.. 그렇게 생각을 하는데 그것 마저도 쉽진 않네요.

순오기 2009-09-10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장 사모님, 어머님~~~ 하하 축하해요.
엄마 일한다고 애들 그런 경험도 못하게 하는 건 일종의 폭력이에요.
워킹맘~~ 화이링!!

무스탕 2009-09-10 09:05   좋아요 0 | URL
회장 어머님까진 어떻게 수용이 될듯 싶은데 사모님은 극구 사양이에요 ^^;
울 동네에서 제가 회장 사모님인지 아는 분들 다섯명도 안돼요. 그러니까 신랑 따로 알고 저 따로 알고 그런거지요. ㅎㅎ
학교가 아이가 주체가 되지 않고 엄마들의 놀이터(;;)로 변질되는 사태는 있어선 안되지요. 정말루..
순오기님도 화이링~!! 입니다. 누구보다 바쁘시지만 항상 아이들 신경써 주시는것도 정말 존경스럽다니까요!!

세실 2009-09-10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이 축하 축하^*^ 엄마로 인해 반장 못하는건 저도 반대합니다! ㅎㅎ
규환이는 1학기에 이어 2학기에 또 반장이 되었습니다.
엄마들도 이젠 그러려니 합니다.
엄마들에겐 점심 한번 쏘고, 아이들에게도 간식한번 쏘고..그게 제 임무입니다.
임원 당연히 못하죠. 히~~

무스탕 2009-09-10 09:10   좋아요 0 | URL
맞아요. 엄마의 조건 때문에 애들의 학교 생활에 제한이 온다는건 있을수 없는 일이지요. 슬픈일이구요..
규환이는 친구들에게 인기가 참 좋은가봐요. 2연패 쉽지 않은데 말입니다 ^^
반장 엄마표 점심이랑 반장 엄마표 간식은 참 맛있을거에요. ㅎㅎ

소나무집 2009-09-10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하늘 예쁘네요.
1학기 때는 반장 좀 나가라고 해도 용돈을 포기하면서까지 안 나가던 딸내미가
2학기 때 덜컥 회장님이 되어 오셨더군요.
어이가 없어서 "우리 이사 갈 거니까 반납하고 와!"
이 동네는 아이가 임원이 되면 의무적으로 10만원을 학급비로 내더군요.
그 돈 다 선생님들 뒷바라지를 위해 쓰이구요.
정말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회장 엄마 됐지만 학교에는 안 갈 겁니다.

무스탕 2009-09-10 11:06   좋아요 0 | URL
의무적이라는 말은 좀 거부감이 오네요.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풍토가 바람직하게 잘 잡혀야 할텐데 말이에요..
울 학교는 행사가 있을때 (체육대회때 아이들이게 아이스크림을 준다거나, 현장학습을 가면 버스안에 음료수를 넣어준다거나..) 의견들을 모아 움직이는듯 싶어요. (안해봤기에 짐작입니다만..)
예전에 애들이 아무것도 안할적에도 청소한다 그러면 제 시간이 맞을때 찾아가서 열심히 청소했고, 체육대회 준비물 준비한다고 할때도 시간 맞으면 같이 일하고 그랬어요.
[임원 엄마여서] 라는 틀은 이제 벗어나야 할텐데 말이에요..

순오기 2009-09-13 21:55   좋아요 0 | URL
어머~ 그동네는 아직도 그런 걸 하고 있어요. 우리는 없어진지 5년도 더 됐어요. 그런거 없애는데 제가 한 역할을 했지만요~ 우리아들 중2때까지 한 엄마가 걷어서 제가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운영위에 올리겠다 해서 중학교도 없애버렸어요. 엄마들이 시간내서 봉사하는 것도 감사하지 금전 부담시키는 건 기필코 막아야 해요.

무스탕 2009-09-14 09:14   좋아요 0 | URL
그래서 공식화를 못시켜요. 반대하는 의견이 분명히 있거든요. 그저 몇몇 엄마들끼리 해치워요(말 그대로 해치우더라구요 -_-)
그래도 울 학교는 선생님 뒷바라지보다 애들 위주로 움직여요.
소풍이나 체육대회나 그런 애들 행사때요.

sooninara 2009-09-10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장사모님과 어머님..축하드려요^^
동대표회장도 일 많은데..옆에서 내조 잘하셔야되겠어요.
학교임원이 전부 워킹맘이면 담임샘이 좀 답답하실지도..ㅎㅎ..청소하러 못오시잖아요.
초등학교는 아직 임원엄마들이 청소 한번씩은 해주더군요.
엄마들이 맘 맞춰서 일잘하시면 더 좋겠어요.
학년이 올라갈수록 엄마들이 약아져서 임원 안하길 바라게 되네요

무스탕 2009-09-11 13:39   좋아요 0 | URL
사실 동대표도 못하게;; 했었는데 어느날 덜커덕 한자리 꿰 차고 들어오더군요;
그것도 제가 하도 뭐라뭐라 하니까 처음엔 말도 못해서 나중에 결재서류들 오는거 보고 알았지요 ^^;;

담임선생님도 포기하셨들듯 싶어요. ㅎㅎ
근데 어쩌겠어요. 투표는 애들이 하는거고 애들 결정에 선생님은 무조건 따라야지요 ^^;;

2009-09-10 14: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11 14: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09-09-11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회장 어머님~~ 축하드려요^^
(사모님은 뺐어요. ㅎㅎㅎ)
역시 우리나라 하늘은 참 이뻐요~

무스탕 2009-09-11 14:3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저도 사모님은 사양이에요..;;;)
이 이쁜 하늘을 올해는 보실수 있으시니 좋으시죠? :D

꿈꾸는섬 2009-09-11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요새 파란 하늘 너무 예쁘다 생각했는데 무스탕님 사진 참 잘 찍으시네요.
더 예뻐 보이는 것 같아요.^^

무스탕 2009-09-12 12:01   좋아요 0 | URL
회장 부인은 생략해 주셔도 괜찮고요, 엄마 부분은 감사합니다. ㅎㅎ
어제 저녁부터 내린 비가 오늘 아침까지 주룩주룩이더군요. 쿠루룽 콰루룽 해대면서요.
그리고 지금은 다시 햇볕이 반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