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엠 아두니
아비 다레 지음, 박혜원 옮김 / 모비딕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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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아두니가 내게 왔다. 

작가 아비 다레 작가에게 그랬듯이.


이 소설을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비극적인? 해학적인? 박진감 넘치는?

한 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소설이다. 


웃다가 울리고, 울리다가 웃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점점 아두니의 엉뚱한 매력에 빠져들어간다. 

"얜 뭐지?" 이런 캐릭터가 어디 있었나? 생전 처음보는 캐릭터다. 

읽는 내내 예기치 못한 그녀의 인생 파노라마에 손에 진땀을 내며 응원하게 된다.


작가 아비 다레는 여덟 살 자신의 딸과 나이지리아 소녀 가정부 이야기를 하다가

이 소설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집안일 돕기 싫어하는 아이한테 ‘나이지리아에는 너만한 아이들이 

가정부 직업으로 하루 종일 노동을 한다’고 말하자 믿을 수 없어했다는 아이.

그날 밤 작가는 ‘주인이 끓는 물을 부어 심한 화상을 입은 소녀 가정부’ 뉴스를 접하고 그 아이에게 

꼭 목소리를 만들어주겠노라 다짐하고 3년 만에 소설을 완성했다고 한다.


소설을 쓰는 내내 아두니자 자신 앞에 앉아서 이렇게 써라, 저렇게 써라 일러주는 것만 같았다고 하는데,

읽는 내내 아두니가 내 앞에 앉아 <천일야화>의 세헤라자데처럼 도저히 멈출 수 없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만 같았다. 

아두니에게 일어난 모든 일이 너무 생생하고, 그녀가 헤쳐간 경로가 너무나 믿을 수 없이 박진감 넘쳤다. 

분명 비극적인 스토리인데 시종일관 감도는 강한 생명력 같은 게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서아프리카, 중동, 파키스탄은 어린 소녀들이 얼마 안되는 신붓값을 받고 물건처럼 팔리고 있다. 

이른바 조혼.

전 세계 여자아이들의 80%가 18세 이전에 결혼을 하고,

나이지리아 여자아이들의 17%가 15세 이전에 결혼을 한단다. 

결혼을 한 후 여자들은 가정폭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리고 그들의 삶은 담장 안의 일이라고 해서 사회나 국가가 쉽게 개입하지 못한다.


지금도 뉴스를 볼 때마다 정인이, 제2의 정인이 같은 아동폭력 소식에 가슴이 무너지는데,

조혼과 아동 노동 착취, 폭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일상을 겪고 있는 서아프리카 이야기가

이토록 뭔가 기운나게(?) 할 줄이야. 


맞다. 이 책은 잊고 있던 무언가를 떠올리며 다시금 희망의 힘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슬픔에 굴하지 않고, 폭력 따위에 무력해지지 않는 힘.

그래서 작게나마 손을 내밀어 누군가를 일으켜세우고, 

자신만의 삶을 위해 살았던 시간을 벗어나 국경 너머에 있는 누군가를 응원하게 만드는 책.


눈물 속에서 희망을,

절망 속에서 웃음을 기약하게 만드는 책.


오랜만에 참 뜨거운 소설을 읽었다. 

참고로 작가 아비 다레가 여덟 살 딸래미한테 들려주려고 쓴 소설이다.

진정으로 삶에서 가장 중요한 힘인 희망을 놓지 않는 게 어떤 건지 알려주고 싶은 엄마라면 

주저 없이 아이에게 읽어주어도 좋을 것 같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한 권씩 선물하고 싶은 책.

돈만 있다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모두 나눠주고 싶은 책.


영원히 아두니를 응원하는 마음을 간직하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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