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그녀를 다시 찬찬히 들여다 본다. 작은 키에 화장기 없는 얼굴, 선량해 보였지만 결코 매력적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용모였다. 매력적이었다면 애초에 파리 북역에서 그녀를 외면하지 않았을 것이다. 1등석도 기꺼이 포기하고 2등석으로 자리를 옮겼을 것이다. 그녀가 고통스럽게 가슴속에서 밀려나오는 뭔가를 틀어막고 있는 순간에도 나는 그 따위 생각이나 하고 앉아 있었다. -96쪽
"제가 너무 많이 물어대지요?"
돌연 그녀가 그렇게 물어왔다. 그 말은 이렇게 들렸다. 당신은 내게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는군요. 당신은 암스테르담에 대해서 말하고 고흐에 대해서 말하고 쓰려는 소설에 대해서 말하지만 내가 충무를 왜 떠나왔는지, 어떤 병원에서 일했는지, 묻지 않는군요. 그건 내가 별 매력 없는 여자여서이겠지요. 나도 알아요. 그건 사실이지요. 아, 그래도 뭔가 하나쯤은 물어봐 주었으면 좋겠어요. 도시에서 누군가를 만나서 단 하나의 질문도 받지 못하고 헤어진다는 건 너무 우울해요.-9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