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세계문학총서 6
밀란 쿤데라 지음, 김규진 옮김 /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 199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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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오직 한 번 우리를 스쳐갈 따름이다. 그것은 전혀 반복되지 않을 뿐더러, 리허설도 없기에 그냥 묵묵히 운명처럼 맞이할 뿐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삶에 대해 어떤 준비도, 상세한 계획도 세울 수 없다. 그냥 아무런 느낌없이 삶을 맞이해야만 한다는 생각때문에 우리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떨쳐버릴 수 없다. 해서 그것은 덧없는 세월 속에 묻힐 따름이며, 점점 우리들의 기억속에서 멀어져 간다. 그렇다면 과연 삶이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벼운 것이며, 우리들이야말로 그런 삶을 유지할 숙명에 처한 회의론자들에 불과한 것일까?

결코 그럴 수 없다. 우리는 분명 삶을 회의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허약한 존재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볍게 느껴지는 존재에 대한 회의야말로 그 무엇보다 우리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리허설이 없는 한 번 뿐인 삶, 어떠한 준비도 계획도 세울 수 없는 삶, 그러기에 허공을 가르는 깃털처럼 가볍게만 느껴지는 우리들의 삶과 존재에 대한 의식! 그러나 그것이 가벼워질수록 존재에 대한 회의 역시 우리를 점점 무겁게 짓누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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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퇴의 귀부인 1
웨난 지음, 이익희 옮김 / 일빛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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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고학에 대해 생각해왔던 기존의 느낌은 헐리웃 영화 '인디아나존스'에 영향받은 것임은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나의 고고학에 대한 동경은 영화의 신비적 요소와 결부된 동경이었을 뿐, 그것이 고고학의 현실을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은 결코 아니었다.

그러나 적어도 이 책을 읽고나서 나는 고고학이 과연 무엇인가를 깨닫게 되었고, 고고학에 대해 품어왔던 막연한 동경 역시 나의 정서와 무관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만약 먼 훗날 고고학자가 되어 있다면, 아마도 이 책이 지대한 영향을 끼쳤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 <마왕퇴의 귀부인>은 중국 남서쪽 장사지역의 고분에서 발굴된 중국 고고학의 기념비적 성과에 대해 다루고 있다. 잘 보존되어 있는 유물과 미이라를 통해 거꾸로 역사적 사실을 역추적해 나가는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보다도 더욱 감동적이었다.

결코 고고학이란 역사학에만 국한된 분야가 아니라 역사학,의학,영상학,지질학,해석학,보존학 등 각종의 분야를 포괄하고 있는 종합학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결코 역사학만으로는 고고학을 지탱해나갈 수 없으며, 각기 제 학문들이 톱니바퀴 돌아가듯 조화를 이루어야만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영화속에서 느꼈던 고고학의 신비는 말그대로 영화에 의해 제조된 것임에 다름 아니엇다. 옛 유물을 발굴해내는 과정이야말로 엄청난 고분을 축조했던 고대의 노예들 못지 않은 노동과 수고를 감내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유명한 고고학자 하내의 말을 빌면, 위대한 고고학적 성과란 어떤 스케일의 유적을 발굴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발굴해냈는가의 문제라 한다. 이 점 역시 고고학의 성과와 힘든 노동이 비례하고 있음을 시사해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고학은 유쾌하고 매력적인 학문임에 틀림없다. 수천년 전의 유적을 토대로 과거의 사실을 재현해낼 수 있다는 점이 얼마나 가슴이 뛰고 흥분되게 만드는가?

이 책에 의하면 2000년 이상된 미이라를 해부한 데이터를 토대로 그녀의 사인을 규명하고 있으며, 그녀의 질병이라든지 식생활 자라온 환경까지도 유추해내고 있다. 물론 그러한 유추와 유물들에 의해 얻어진 데이타를 근거로 2000년 전의 역사를 사실과 흡사하게 재현해 낸다. 그 사실은 물론 과거의 사료를 기초로 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론 사료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즉 고고학이야말로 사료의 빈 공간 즉 역사에서 누락돼 왔던 사실들을 메워줄 수 있는 귀중한 역사의 보고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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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쓴 현대북한의 이해
이종석 지음 / 역사비평사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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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북한에 관한 거의 모든 테마를 다루고 있을 정도로 포괄적인 저작이다. 북한에 관한 연구방법론, 수령체계의 정착과정, 해방직후 북한의 국가건설과정,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 북한사회의 주도세력인 로동당 건설과정, 로동당의 여러 외곽단체들, 북한사회의 전망과 위기의 분석, 주체사상 등 북한에 관한 핵심적인 관심사들을 소개하고 있다.

물론 너무도 광범한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깊이에 있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전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핵심적인 부분을 제대로 캐치해낼 정도로 이종석 교수는 이 분야의 대표적 전문가 중 한분이기 때문이다.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에 관한 주제로 석사학위 논문을 통과한 이종석교수는 조선로동당에 관한 박사학위 논문을 내기까지 북한사에 관한 폭넓은 연구를 해왔고, 이미 나온 기존의 논문들이 그의 탁월성에 대해 입증해주고 있다.

근래들어서는 대북정책관련 티브이 토론회에 자주 등장하며, 햇볕정책을 지지하는 등 남북관계개선에 대해 심혈을 쏟아오고 있다. 이러한 경륜이야말로 그의 학문적 깊이와 탁월한 통찰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 책은 왜 우리가 앞으로도 햇볕정책을 고수해야만하며, 그 외의 어떤 대안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깊이있고 광범한 논리전개를 통해 시사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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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의 발발과 기원 1 - 결정과 발발 나남신서 477
박명림 지음 / 나남출판 / 199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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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은 풀리지않고 있는 수많은 수수께끼들을 가진 전쟁중의 하나이다. 가장 기본적인 문제였던 '남침인가 북침인가'의 문제 역시 오랜 논쟁거리가 되어 왔다. 사실 전쟁직전까지만 해도 38선에서의 양군충돌은 늘 지속되는 일상사의 하나였다고 한다. 때문에 비록 국부적인 전투였다 할지라도 남한에서 선제공격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는데, 어느 학자에 의하면 남한측에서 먼저 옹진반도를 공격함으로써 6.25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주장을 한 개진한 바 있다. 물론 그것은 사실이 아님이 이 책에 의해 밝혀지고 있지만, 모든 책임을 북측에 떠넘길 수도 없는 일이다. 6.25가 북한 최고 지도자의 순간적 충동과 그의 결정 및 명령으로 단순하게 일어난 사건은 분명아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너무도 많은 사연이 얽혀 있었다. 통일을 지향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간의 알력이 존재했으며, 또한 이들에 의해 국가수립상의 정통성논쟁이 늘상 개입하는 실정이었다. 불행하게도 전쟁이후의 남한역사는 이러한 진실을 회피하고, 6.25를 단순히 북한의 적화욕과 소련의 팽창정책이 맞아 떨어진 전쟁으로 단순화시키는 오류를 범해 왔다. 이러한 감정적인 대응방식과 접근방식은 도저히 납득이 불가능한 것이었으며, 따라서 일부 사람들은 북한이 남침했다는 견해에 끊임없이 이의를 제기해 왔다.

북한이 남침했다는 것은 분명 사실이다. 그러나 역사적 진실에 의해 이성적으로 한국전쟁에 접근하려는 방식보다, 반공주의적 시각에서 북한을 악의 축으로 내몰면서 감정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에 아이러니컬하게도 남침에 대한 오해의 소지는 더욱 커지게 되었다. 적어도 이 책이 나오기 전까지 상당수의 지식인들과 반체제인사들이 그렇게 믿고 있었다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역사적 접근 방식을 단호히 거부하고 이성적으로 한국전쟁의 진실을 파헤치고 있다. 6.25가 일어나기 전 북한의 최고 지도층 차원에서 어떤 논의가 있었고, 내부적 결정이 이루어진 후 김일성과 모택동 그리고 스탈린간의 회담에서 어떤 결론이 내려지는가에 대해 저자는 치밀한 추적을 거듭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옹진반도를 남측에서 먼저 침략했다는 주장이 허구임을 논증하고 있으며, 6.25가 어떤 과정으로 전개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상세히 고찰한다. 제2권에서 6.25의 기원에 대해 더 심도있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적어도 제1권은 전쟁의 결정과 전개에 대해 탁월한 식견과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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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경제통계자료집 - 1946.1947.1948년도, 자료총서 13
한림대아시아문제연구소 엮음 / 한림대아시아문화연구소 / 199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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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북한경제동향을 파악하는데 있어, 해방직후의 북한경제상황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인 전제이다. 왜냐하면 북한에서 계획경제체제로의 이행은 47년부터 본격화되었기 때문이다. 47년 인민경제계획 수립을 위해 북한내 경제정보에 관한 각종 지식과 통계의 작성은 필수적인 과제로 대두되고 있었다. 이를 위해 46년 말 북한정부는 인민위원회 산하에 기획국을 설치함과 동시에 이 기관에 북한의 경제통계를 작성할 것을 지시하였다. 기획국에서는 북한의 각종 산업상황 즉 공업 광업 농업 등으로부터 인구 기후 토지 호구 물가 등 경제전반에 이르기 까지 46년 말을 기준으로 각종 통계를 작성하였다. 북한 정부는 47년말 이 통계표를 극비서적으로 출간한 바 있는데, 바로 이 책 '북한경제통계자료집'이 그것이다.

한림대학교의 방선주교수가 당시의 극비서적을 발굴해냄으로써, 이 귀중한 통계집이 세상에 재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은 해방직후의 경제통계 외에도, 그 통계를 기초로 북한정부가 어떻게 47년 인민경제계획의 목표를 설정하고 있었는지를 산업전반에 걸쳐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계획경제체제로의 이행과 국가건설의 두가지 목표를 위해 매진하고 있었던, 해방직후 북한정부의 야심찬 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둘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이런 치밀한 계획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현재북한사회가 경제적으로 낙후된 원인을 찾고자 한다면 그것은 여러 학자들이 지적하다시피 현실사회주의의 계획경제체제가 갖고 있는 구조적 모순에 기인하고 있겠지만, 북한에서 47년 시행된 계획경제체제가 한시적인 측면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북한정권의 형성에 관해 연구하려는 학자나, 해방직후 북한의 경제상황을 이해하고 싶은 일반인들에게 이 책은 훌륭한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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