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투게더'때 제대로 양조위에 미쳤다. 감독 왕가위에 대한 관심이라고 착각했었지만, 내가 정작 빠져버린건 양조위였다.
그래도 양조위 영화를 찾아다니며 보지는 않는다. 그래서 '무간도'도 스크린에선 보지 못했다. 개봉될 때 쯤 내 마음이 달리 바빴나보다. 포스터조차 무심히 지나쳤었다.
엊그제 비디오 가게안을 빙빙 돌다 '무간도'를 집어들었다. 아....양조위....한 번 볼까?
아껴 두는 심정으로, 빌려온 그 날은 보지 않았다. 어제 자정에서야 설레는 마음으로 TV채널을 맞추고 비디오플레이어를 켰다. 양조위가.....화면 가득... 차 오른다......
시시한 배우로만 생각했던 유덕화도 달리 보인 영화다. 홍콩 영화에도 내면연기, 오바액션 없는 뛰어난 조연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영화다. 그 모든 것들을 부드럽고도 단단히 감싸 안는 양조위의 뜨끈한 힘이 있다. 영화가 가치로와 진다.
사랑영화가 아닌 영화를 보며, 사랑하는 역할이 아닌 배우를 보며 걷잡을 수 없이 사랑에 빠져든다. 그 고독과 우울이, 그 진정함, 그 진짜다움이 목마른 스펀지처럼 젖은 나를 빨아들인다. 사랑하게 된다. 이 배우를, 이 남자를 사랑하게 된다.
양조위는 왜소하다.
근육질의 양조위는 상상하지 못한다.
그것조차 그의 가치다.
영화 '무간도'는 좋은 배우들을 제대로 써먹은 영화다. 감독이 보여주고 싶었던 그 모든 아픔들은 덕분에 제대로 보여졌다. 고급스럽다. 그러니 감독도 고급으로 인정!
양조위가 없는 '무간도2'를 보아야 하는가 고민이다. 그러나, 다시 양조위가 있는 '무간도3'을 보기 위해서 지나야할 횡단보도 같은 거라고 생각해 본다.
우리 동네 비디오가게는 게으름뱅이. 아침 열시에는 열지 않는다. 나도 그 시간엔 비디오를 빌리러 가 본 적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