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2.0 넘어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미디어 2.0 신세기
2006.11.01 / 허지웅 기자 

<모래시계>를 보기 위해 온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TV방영시간을 기다리던 시절이 있었다. 한 번 놓치면 재방송이나 이미 본 사람들의 입소문을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UCC(사용자 생산 콘텐츠: User Created Contents)개념에 기반을 둔 새로운 미디어 환경, 이른바 미디어2.0 체제 속에서 이런 모습은 구시대의 유물에 불과하다. 권위는 무너지고 권한은 사용자에게 넘어갔다. 이제 누가 만든 콘텐츠를 어디서, 무엇을 통해, 언제 볼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신문방송매체의 편성부장이나 편집장이 아닌 사용자 집단이다. 개인이 작성한 기사, 개인이 그린 만화, 개인이 생산한 미디어 콘텐츠가 넷의 광대한 줄기를 따라 흐르며 전 세계의 미디어 환경을 재편하고 있다. '유튜브'가 전부라고 생각하지 마라. 이 모든 건 사실 시작에 불과하다.

북한의 김정일 정권이 핵실험을 감행했던 지난 9일. 아니 저런, 노무현 대통령은 햇볕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선언했고 신이시여, 동원지정으로 분류돼 있는 7년차 이하 예비군들은 자신의 처지를 생각해 구슬피 울었으며 이제 다 죽었다니까, “전쟁이 난다”는 말의 유희를 즐기려는 직장동료의 설레발에 이제 막 결혼한 새색시는 정말 심각하게 이민을 고민했고 난 살았다, 이미 수년 전부터 지하실 땅 밑에 방공호를 파놓았다는 모 네티즌은 쾌재를 불렀으며 그러거나 말거나, 외국인투자자들은 방어적인 포지션에 치중해 연이틀 동안 14,000건 계약의 선물순매도를 기록했다. 그런데 정작 그 시간, 격변하는 미디어 환경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가장 흥미로운 사건이 변방의 작은 블로그에서 벌어지고 있었다는 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알고 있었을까. 이날 오후 즈음 한 메타블로그 사이트(각 블로그에 새 글이 등록됐을 때 이를 실시간으로 정리해 보여주는 사이트)에 “포항제철 공장 터지는 줄 알았다”는 제목의 글이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며 인기 목록에 올랐다. 포항제철 부근에 거주하는 한 시민이 이날 있었던 포항제철 3고로 공장의 이상 징후를 일찌감치 목격하고 사건의 전모를 휴대전화 동영상으로 촬영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것이다. 총 4분 분량의 이 동영상은 시커먼 먼지와 함께 굉음을 내며 불꽃에 휩싸여 있는 공장 굴뚝을 생생하게 포착했고, 이를 본 어떤 성급한 네티즌은 “핵실험에 이어 드디어 남파간첩들의 활동이 본격화된 것이 아니냐”며 시일야방성대곡을 읇어댔다. 이 동영상은 이리 저리 옮겨져 광대한 넷상으로 퍼져나갔다. 이 사건을 보도한 기존 보도매체의 속보기사는 문자와 사진 같은 단편적인 정보로 구성돼 한 발 늦게 뿌려졌다. 이날 사건은 고로내부압력이 높아져 자동으로 가스가 배출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소란스럽고 흔치않지만 무척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으로 판명됐다. 보도매체보다 먼저 사안에 주목해 이를 뉴스화시킨 네티즌의 순발력과 동영상의 파급 속도는 단연 주목할 만한 성질의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별로 이상할 것도, 조명할 것도 없는 평범한 일임에 분명하다. 개인이 콘텐츠를 생산해 인터넷상으로 이를 공유하는 행태는, 콘텐츠가 어떻고 공유가 어떻고 하며 그걸 말로 풀어놓은 문장이 어려울 뿐 하나도 어색할 것이 없는 일상생활이 된 지 이미 오래다. 이게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다.

미국의 동영상 공유 커뮤니티 사이트인 유튜브닷컴(www.youtube.com)의 거의 혁명에 가까운 성공으로 웹2.0과 UCC(사용자 생산 콘텐츠: User Created Contents)라는 생소한 단어는 IT산업 투자자들에게 “아멘”과 동격이 됐다. 문자UCC나 사진UCC에 비해 웹2.0의 미덕을 일백 퍼센트 격상시키는 동영상UCC는 이 시대의 유력한 화두다. 이는 미디어 산업과 자연스레 연계되면서 미디어2.0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를 열어 젖혔다. 무슨 말인지 몰라도 하나 상관없다. 어차피 당신은 이미 미디어2.0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며, 그것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또 다른 매체혁명의 영역으로 옮겨갈 테니 말이다. 부지불식간에 세상의 모든 것을 재편하고 있는 미디어2.0 신세기. 지금부터 그 전모를 소상히 밝힌다.

웹2.0과 UCC, 그리고 롱테일

미디어2.0을 이해하기 위해선 웹2.0과 UCC, 그리고 롱테일에 대한 개념을 먼저 바로 세워야 한다.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말처럼 아득하게 들리지만, 사실 누구나 알고 실제 행동하는 일련의 양식들에 이름을 붙인 것에 불과하다. 2001년, 우리 모두가 기억하고 있듯 전 세계는 닷컴 버블의 재앙에 직면해야 했다. IT벤처기업의 도산이 일종의 트렌드가 되고, 신화는 하루아침에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웹은 과도하게 선전되고 있었던 것”이라 자학하며 사업철수를 선언했다. 이는 1980년대의 PC혁명이나 1990년대의 통신혁명이 그랬듯 한 가지 패러다임의 끝자락에 늘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의 등장이 뒤따랐다는 사실을 간과한 결과였음이 곧 드러났다. 그렇다. 구글, 블로그, RSS, UCC, 위키피디아 등으로 대변되는 웹2.0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처음 그 용어가 등장한 지 불과 2년 만에 웹2.0은 거의 성서만큼 유명해졌다. 지금 구글(Google.com)에서 웹2.0을 검색해보라. 무려 천만 건에 이르는 문서가 검색된다.

웹2.0의 사전적 정의는 “플랫폼으로써의 웹”이다. 이른바 인터넷상에서 작동하는 프로그램을 연상하면 이해가 빠른데, 구글, eBay, 냅스터 같은 웹2.0 웹사이트들이 기존 프로그램들이 수행했던 데이터베이스, 공유, 상품등록, 수익분배 같은 기능들을 인터넷상에서 구현하고 있음을 주목하면 된다. 이를 위해 간과할 수 없는 특성이 바로 UCC다. 구글이나 블로그 서비스, 냅스터류의 파일공유 서비스, eBay의 옥션 서비스, 혹은 하다못해 대학 리포트 데이터베이스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모두 사용자가 직접 만들어 등록한 콘텐츠(그것이 장롱 속에 오랫동안 방치됐던 카메라가 됐든,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신곡 mp3파일이 됐든, 혹은 포항제철 3고로 이상증후를 다룬 뉴스기사가 됐든 간에 관계없이)가 없이 존재할 수 없다는 특성을 공유한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웹1.0에 해당하는 것이 브리태니커 닷컴이고, 위키피디아처럼 네티즌이 그 의미를 실시간으로 구축하는 개방형 사전서비스가 웹2.0에 해당한다고 할까. 일방적으로 제공되는 정보나 서비스는 가치절하 됐을 뿐더러, 기본적으로 재미가 없다. 재미가 없으면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시대다. 네티즌이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고, 또한 소비한다. 웹은 단지 그 모든 과정을 중개하는 플랫폼의 역할을 할 뿐이다. 이를 좀 거창하게 표현한 것이 웹2.0이고 UCC인 것이다.

웹2.0의 또 다른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롱테일 법칙’에 대한 관심이다. 롱테일은 와이어드(Wired)의 편집장 크리스 핸더슨이 주창한 것으로 “긴 꼬리(큰 시장)의 끝 부분에 해당하는 작은 시장과 요구들로 이뤄진 사소한 다수”를 의미하는데, 롱테일 법칙이란 인터넷 유통혁명으로 이러한 사소한 다수가 시장의 중심에 서게 됐음을 의미한다. 리포트 과제를 인터넷에 등록하는 사람과, 이를 다운받는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는 거래는 결코 대형 시장이라 할 수 없지만, 이런 식의 소소한 구매가 모여 기록적인 경제를 이룩하고 있다. 웹2.0은 이렇게 작은 구매자들과 시장에 주목함으로써 독특한 수익모델을 창조하고 경제적 이익을 달성하고 있다.

미디어2.0 이해하기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거주하면서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블로그를 운영 중인 심샛별 씨는 지난 6일 “아프리카의 한국식 정자를 구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남아공 케이프타운에 있는 한국식 정자 ‘성북정’이 관리 소홀로 붕괴 위기에 처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글은 곧바로 미디어다음으로 옮겨져 수많은 블로그에 트랙백이나 퍼 나르기 방식으로 개재됐고, 7일에는 네티즌 서명운동까지 시작돼 9일까지 1,400명의 네티즌이 성북정 살리기에 나섰다. 결국 남아공에서 한국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조창원 씨가 자신이 직접 성북정을 인수해 관리하겠다고 나서는 성과가 있었다. 심샛별 씨는 블로그에 쓴 글을 통해 “나는 블로거 기자라서 너무 행복하다”며 벅찬 감회를 고백했다.

<하우스 오브 데드>의 우베볼 감독이 자신의 영화를 비판한 평론가들을 상대로 권투대결을 신청한 이후, 지난 9월 초부터 실제로 시합 일정에 돌입했다. 지금까지 총 4명과 권투시합을 벌였으며, 우베볼 감독과 대결한 이들은 대부분 젊은 프리랜서 인터넷 평론가들이다. 한 평론가는 우베볼 감독과의 시합 직후 “경기를 하고 나니 그의 영화들에 대한 내 생각이 다소 변화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우베볼 감독은 젊은 시절 아마추어 복싱선수 생활을 한 적이 있다. 대부분의 언론은 이번 권투시합을 일종의 조작된 미디어 플레이로 보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전 세계의 네티즌들은 동영상 공유 커뮤니티 유튜브를 통해 전파되고 있는 우베볼 감독의 권투시합을 보며 매우 즐거워하는 눈치다.

심샛별 씨와 우베볼 감독의 사례는 미디어2.0 시대의 단면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 이 생소한 용어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기자만이 세상을 바꾸는 기사를 쓰지 않고, 동영상 공유는 생소한 비주류 감독의 권투시합을 지구 반대편에 실시간으로 전달해 홍보수단화 시키고 있다. 소비자로 하여금 수백만 원짜리 DSLR카메라를 구매하게끔 고취시키는 동기는 더 이상 비싼 광고모델이 아니라, SLRCLUB이나 블로그에 작성된 매우 주관적인 사용기다. 네티즌은 이 모든 콘텐츠를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편한 방법으로 취사선택해 소비할 수 있다.

미디어2.0은 웹2.0과 UCC, 그리고 롱테일 법칙이 변화시킨 미디어 환경의 새로운 모습을 일컫는 신조어다. 기존 미디어라는 용어가 문자, 사진, 음악, 영상 등의 영역을 광범위하게 포괄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미디어2.0역시 이들 영역에서 벌어지는 웹2.0, UCC, 롱테일 법칙 현상을 의미한다. 즉, 웹2.0+미디어=미디어2.0이라는 도식이 가능하다. 우리가 미디어2.0 시대를 맞이해 뭔가 색다른 행동양식과 태도를 갖춰야 할 필요는 없다. 미디어2.0은 이미 우리 생활을 가득 채우고 있는 공기에 이름을 붙인 것에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 개념은 올해 초 미국의 IT칼럼리스트 트로이 영에 의해 주창됐으며,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공공연하게 사용되고 있다. 트로이 영은 기존 미디어1.0을 브랜드=>콘텐츠=>마켓플레이스=>커뮤니티의 비중으로 다룬 반면 미디어2.0을 플랫폼=>커뮤니티=>마켓플레이스=>콘텐츠=>브랜드로 표현함으로써 매체의 권위에 관계없이 플랫폼과 이용자가 주축이 된 새로운 미디어 환경을 제시했다. 최근 다음미디어의 석종훈 대표는 ’제1회 다음 라이코스 글로벌 포럼’ 토론 행사 발표문을 통해 “웹이 웹2.0으로 발전하는 것처럼 미디어도 인터넷 등장 이전의 ’미디어0.1’, 인터넷 초기의 ’미디어1.0’에서 미디어2.0으로 발전하고 있다, 미디어2.0 환경에 이르러 이용자의 정보 생산ㆍ선택 능력, 정보 소비 욕구가 커지면서 블로거가 만드는 뉴스 등 이용자 생산 콘텐츠와 기존 미디어 생산 콘텐츠의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고 밝혀 미디어2.0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표명한 바 있다.

미디어2.0은 기존 웹2.0의 추상적 개념을 실제 사업모델에 적용할 수 있을 만큼 구체화시켰다는 면에서 좀 더 실용적인 용어라 할 수 있다. 개인이 직접 제작하거나 기존 저작물을 편집해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나 블로거에 의해 작성된 기사, 기존 공중파 방송국에서 자사의 제작 콘텐츠를 오픈소스 포맷의 다운로드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 서평을 작성해 인터넷 서점에 등록하고 판매수익금을 분배받는 시스템 모두가 미디어2.0 시대를 설명하는 모습들이다. 이제 누가 만든 콘텐츠를 어디서, 무엇을 통해, 언제 볼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신문방송매체의 편성부장이나 편집장이 아닌 사용자 집단이다. 우리는 그것을 심야시간 인터넷으로 볼 수도 있고, 대낮에 거리를 활보하며 휴대폰, DMB 등의 유비쿼터스 장비를 통해 소비할 수도 있다. 개인이 작성한 기사, 개인이 그린 만화, 개인이 생산한 미디어 콘텐츠가 넷의 광대한 줄기를 따라 흐르며 전 세계의 미디어 환경을 재편하고 있는 것이다.

유튜브

지난 6월부터 유튜브에서 자칭 15세 시골소녀 ‘브리’의 셀프비디오인 <론니걸15> 시리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브리는 종교적으로 매우 엄격한 가정환경에서 홈스쿨링을 받으며 사는 소녀. 브리의 예쁘장한 외모와 탄탄한 이야기 구성, 여기에 남의 생활을 훔쳐본다는 네티즌들의 관음 심리가 결합돼 브리와 <론니걸15>는 일약 유튜브 최고의 화제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문제는 <론니걸15>가 “지나치게 완벽한” 셀프비디오였다는 데 있었다. 매회 거듭되는 영화적 구성과 완결성에 의구심을 품은 네티즌 수사대는 결국 <론니걸15>가 조작된 프로모션 동영상물 임을 밝혀냈다. 마치 최근 독일 월드컵에서 응원사진으로 유명해졌던 시청녀가 실은 연예계 데뷔를 노린 조작이었음을 네티즌이 밝혀낸 것과 유사한 일이다. 문제의 브리는 뉴욕 필름아카데미 졸업생 제시카 로즈였으며, 이 동영상은 차후 영화화될 목적으로 사전제작된 것이었다. <론니걸15>의 제작자들은 가짜 논란과 관계없이 비벌리힐스의 에이전시와 전속계약을 맺었고, 지난 8월에는 ‘론니15’의 상표권 등록까지 마쳤다. 우리도 즐겁고 그들도 한몫 챙겼으니, 꽤나 영리한 친구들이다.

유튜브는 미디어2.0 시대를 정의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정수와도 같다. 마치 고전적인 이상주의가 실현된 것 같은 동영상 공유 커뮤니티 유튜브는 그 어떤 형태의 동영상이든 업로드 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이 올린 동영상을 자신의 블로그나 인터넷 커뮤니티로 가져갈 수 있다. 그야말로 공유의 신천지다. 2005년 12월 정식 서비스를 게시한 유튜브는 1년도 채 되기 전에 하루 방문자 1천만 명, 하루 페이지뷰 1억 회, 하루 재생 횟수 4천만 회, 하루 등록 동영상 수 6만5천 개의 초대형 웹사이트로 급성장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마테오시 피자가게 2층의 작은 사무실에 세 들어 있는 유튜브의 기업 가치는 바로 어제까지 10억 달러에 이른다고 추정됐으나, 지난 10일 구글에 무려 16억 5천만 달러에 매각되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자그마치 1조 5천억 원이다. 사실 대기업의 미디어2.0 계열 벤처기업 인수는 그리 새로운 사건이 아니다.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이 이끄는 뉴스코프 또한 지난해 미국 최대 인맥구축서비스(SNS) 마이스페이스닷컴을 5억8천만 달러에 인수했으며, 한국에서도 블로그 전문 서비스 이글루스 닷컴이 SK텔레콤에 인수된 바 있다. 하지만 구글의 유튜브 인수는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디어2.0 기업 간의 인수합병인 데다가 서로의 인프라를 이용해 세계 최고규모의 전례 없는 미디어 플랫폼 구축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당장 구글의 비디오검색 섹션이 전폭 개편될 것이며, 구글맵이나 구글뉴스 등에 이은 새로운 플랫폼의 출연마저 예고되고 있다. 이미 에릭 슈미트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구글과 유튜브를 결합할 경우 새롭게 흥미로운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인수 배경을 밝혔다.

이에 따라 유튜브의 경쟁상대인 동영상 UCC사이트들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18일 유튜브에 대항하려는 목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가 선보인 UCC사이트 소프박스(Soapbox, soapbox.msn.com)는 베타버전임을 감안하더라도 실망스러운 완성도를 드러낸 바 있고, 이 분야에서 경쟁할 수 있는 도구가 전무한 야후는 당장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유튜브를 벤치마킹한 국내 동영상 UCC사이트들 역시 긴장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판도라TV’, ‘태그스토리’, ‘아우라’, 다음의 ‘TV팟’, 네이버의 ‘플레이’ 등 UCC사이트들은 구글이 한국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세워 본격적인 시장진출을 노린다는 소식에 “구글의 토착화 전략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연구 중”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저작권 문제와 수익모델 다변화

지난 4일, <스타 워즈>시리즈의 조지 루카스 감독은 더 이상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들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극장가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던 관습이 사라지고 인터넷 사이트만 있으면 사람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난 더 이상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들지 않을 것이며 단막극과 인터넷 배급이 영화산업의 미래라고 확신한다”고 설명했다. 거대한 공룡 할리우드 역시 롱테일 법칙에 기반 한 미디어2.0 추세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음을 상징하는 발언이다. 올해 초, 동료 감독들과 업계의 조롱을 들어가면서 <버블>을 인터넷과 케이블에 대안 배급했던 스티븐 소더버그의 실험도 같은 맥락에서 출발한 것일 테다.

거침없는 미디어2.0 시대의 행보에 가장 큰 걸림돌이 있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저작권 침해와 수익모델의 다변화 문제다. 유튜브의 경우에서 보이듯, 공유되고 있는 절반 이상의 동영상 클립들은 이미 저작권이 존재하는 상업물이다. 유튜브에서 <장화, 홍련>의 영문 제목인 ‘A Tale Of Two Sisters’를 검색하면, 놀랍게도 몇 개 클립으로 나눠진 영화 전편이 등장한다. 워너브러더스가 유튜브와 손을 잡는 등, 영화 업계와 쌍생의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노력도 발견됐으나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유튜브를 인수한 구글은 “유튜브와 우리는 저작권 문제에 대한 심각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으며, 차후 저작권 문제가 제기되는 동영상은 그 즉시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분은 불법 동영상 파일의 음성 공유시장이 큰 규모로 자리 잡고 있는 한국에서도 매우 심각한 문제다. 휴대전화, DMB, PMP 등의 유비쿼터스 장비를 이용하는 미디어2.0 모델 역시 불법 동영상을 소스로 사용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에, 아직 합법적인 동영상 다운로드 시장과 디지털 저작권 모델을 가지고 있지 못한 한국으로서는 매우 큰 위험부담을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수익모델의 확충 역시 시급한 문제다. 요는 UCC체제에서 콘텐츠를 생산하는 네티즌들에게 실수익이 돌아갈 수 있는 체제의 정비다. 현재 블로그 광고네트워크 ‘프리로그’와 동영상 UCC사이트 태그스토리의 수익배분 프로그램 ‘스토리애즈’, 서평을 공유해 작성자에게 수익을 공유하는 인터넷서점 알라딘의 ‘땡스 투 블로거(thanks to blogger)’ 등이 준비 중이거나 현재 지원되고 있지만, 대부분 구글의 애드센스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거나 조금 더 나은 수준에 그치고 있어 형태 다변화가 요구된다. 네티즌에게 수익이 돌아가게 함으로써 제반 산업의 대중화를 꾀하는 전략에는 <론니걸15>의 경우처럼 UCC의 순수성이 의심받을 수 있는 위험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더욱 세심한 기획과 노력이 필요하다.

미디어2.0 사업은 이제야 이름을 찾고 수익모델을 찾아나가는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지만, 높은 잠재 수익성과 문화체험의 새로운 통로를 개발한다는 차원에서 가볍게 다룰 수 없는 분야다. 결국 웹2.0이나 미디어2.0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공유와 공개의 원칙이 현 산업 환경과 어떤 합의점을 찾느냐는 문제에서 판가름이 날 것이다. 구글과 MS 윈도우즈는 똑같은 목적을 위해 활용될 수 있는 플랫폼이지만, 개방과 폐쇄라는 정체성에서 양극단에 위치해 있다 볼 수 있다. 지금까지 폐쇄형 소프트웨어 형태가 유효했다면, UCC 패러다임이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인터넷 기반의 개방형 어플리케이션 형태가 좀 더 유리하다. 권위가 해체되고 모든 권한이 사용자에게 넘어가는 미디어2.0 혁명은 그리 쉽게 그칠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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