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를 바꾼 명장면으로 영화 읽기
신강호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는 이제 단순히 즐기기 위한 대상으로부터 탈피하여 이해하기 위한 대상으로까지 그 위치가 격상되었다. 컴컴한 영화관에서 시간때우기식의 놀이의 대상을 지나 이제는 어엿한 하나의 에술장르로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저런 연유로 해서 영화에 관련된 책들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영화에 대한 신변잡기적인 에세이류에서부터 전공서적까지 그야말로 그 범위의 광범위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책들이 출간되고 있다. 하지만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그 많은 책들 중에 정작 읽으려고 마음 먹으면 눈에 들어오는 책들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을 경험해봤을 것이다.


대부분의 책들이 외국서적을 번역한 것이거나 단순한 영화감상에 대한 글들이어서, 정작 우리들에게 맞는 눈높이의 책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영화비평가들의 책임이 크다고 할 것이다. 너도나도 영화에 대한 비판은 할 줄 알지만 정작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글을 남기고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이니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이 보여준 글쓰기는 특이했다. 이전의 책들이 대부분 영화사에 대한 것이거나 감상에 대한 것이었다면 영화의 장면에 초점을 맞추어 그 장면이 왜 명장면으로 영화사에 남을 수밖에 없는지를 내용과 형식에 연관시켜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2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수많은 장면이 우리들의 눈을 스치고 지나가는데, 그 많은 장면 중에서 왜 이 장면은 명장면으로 남아 있는지를 탐구하고 있는 점에서 그 의도가 신선하고 참신하다는 것이다.


지은이가 1997년부터 1998년까지 영화 주간지인 씨네21에서 ‘영화사를 바꾼 명장면’이란 이름으로 연재되었던 내용을 다시 수정, 보완한 것으로, 책의 성격과 구성상 영화에 대한 약사를 추가하였다고 한다. 책의 성격상 되도록 영화에 대한 줄거리나 설명, 비평을 줄이고 있다. 욜과 마리아 브라운의 결혼을 제외하고는 모두 디비디로 출시된 작품이라고 하는데, 이 두작품도 비디오로 출시되어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이 책에 수록된 영화들은 전부 감상하면서 책을 읽어보는 것도 이 책을 이해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은이는 기본적으로 이 책은 어느 정도 세계 영화사를 꿰고 있고, 이 책에 언급된 영화들을 감상한 적이 있거나 감상하고자 하는 시네필이나 영화학도를 위해 쓰여졌다고 밝히고 있으나, 꼭히 그런 것만은 아니다. 책 내용에서 편집이나 촬영에 관한 전문적인 요어들이 거의 등장하지 않기에 그리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다만 이 책에 등장한 영화들을 감상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글이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을 것이다.


무성 영화 시대, 유성 영화 초기에서부터 1970년대 이후의 세계영화까지 10여개의 장으로 나누어, 각 영화사에 관련된 작품들 중에서 문제된 명장면을 소개하고 참고할 영화를 각 장의 말미에 수록해 두고 있어, 이해를 돕고 있다.


지은이가 우려하는 만큼 이 책에 등장하는 영화들 중에 그리 생소한 영화들은 흔치 않다. 영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들어본 영화들이거나 본 영화들일 것이다. 그리고 소개된 영화들은 대부분 기존의 영화 관련 서적에서 인용되었던 영화들로 헐리웃 영화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리고 히치콕의 작품이 유독 많다.


지은이가 이 책을 출간하면서 간략하나마 영화사를 곁들이면서 관련된 영화를 소개한 것은 이 책의 통일성을 저해한 가장 큰 단점이라고 하겠다. 영화사의 구분도 너무나 작위적이어서 선뜻 수용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그런 점에서 이 책도 기존에 출간된 많은 영화 관련서적들의 조합정도에 머무르는 것만 같다. 명장면에 대한 이야기도 대부분 다른 책들에서 읽은 내용들이고 특별히 그 장면에 대한 독창적인 지은이의 시각이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글쓰기가 우리 영화 서적에 공통된 단점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한다. 물론 명장면에 대한 공통적인 시각이 존재한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나름대로의 독창적인 글쓰기가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을 남겨준다.


“영화사를 바꾼 명장면으로 영화 읽기”라는 제목보다는 “장면으로 영화 읽기”라고 하는 것이 더 나을 듯하다. 장면에 대한 소개에 앞서 장면에 대한 내용을 간략하게 서술한 글들이 본문에서 그대로 인용되고 있으며, 다분히 미국 중심중의의 서술은 가장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었다. 아시아권 영화에 대한 소개는 거의 없었다. 물론 2권을 준비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영화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도 미약하였단 말인가.


지은이는 시네필이나 영화학도가 읽을 것을 염두에 두고 쓴 글이라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영화 이론에 대해 막 알아보고자 하시는 초보자들에게 가장 적합한 책이 아닐까 한다. 책제목을 보고 너무 많은 기대르 해서인지 조금은 실망을 안겨다 준 책이 되버렸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소개된 영화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준 좋은 기회를 만들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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