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의 논쟁을 넘어서 SERI 연구에세이 15
현승윤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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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자신에게 당신은 진보냐 보수냐고 물어보면 보수라고 대답하기 보다는 진보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많을거다. 그건 아마도 여태껏 보수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이미지때문일 거다. 우리 사회에서는 보수라고 하면 수구세력으로 간주해버리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사회에서의 보수주의자들이 남북 대치상태라는 점을 이용해서 반공세력화 되어 이를 자신들의 이익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이용해왔기 때문에 보수주의자라고 하면 으레히 수구주의와 등식관계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보수주의라는 말과 수구주의라는 말은 다른 말일뿐더러 우리 사회에서 사용되어지는 보수주의라는 말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지은이는 이러한 보수와 진보에 대한 정의를 내리면서 진정한 보수주의자의 모습은 무엇인지, 우리 사회에서 보수주의가 제대로 발을 붙이고 활동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진보주의와 보수주의의 이념 논쟁을 넘어서 우리 사회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보수주의와 진보주의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제1장에서 자본중의 본질은 변화라고 하면서 "자본주의 시대가 도래한 이후 변화는 본질적인 속성이 됐다. 변화에 동의하는지 여부는 더 이상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기준이 되지 못한다. 보수와 진보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방식과 전통을 평가하는 시각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있는 것이지, 변화 자체를 수용할 것인지 여부에 따라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본서 46쪽 참조)라고 하여 진보와 보수의 구별은 변화를 만들어내는 방식에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덧붙여 우리 사회에서 진정한 보수주의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반문하고 있다.

제2장 보수중의와 자유에서는 "중요한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사상의 자유를 침범해서는 안된다는 확고한 원칙을 우리 사회에서 만들어 내는 것이다."(본서 78쪽 참조)라고 밝히고 있듯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융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며, 우리 사회에서의 수구세력에 대해 비판하고 진정한 보수주의가 가야할 길을 제시하고 있다.

제3장 진보의 한계에서는 신행정수도 건설과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등을 실례로 들면서 진보주의가 목표와 방법을 혼돈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목표만을 너무 중시하다보니 그 결과는 의외로 생각한 것과는 너무나 초라한 경우가 많다며, 이 책 서문에서 "진보에 대한 호기심과 신비감은 진보 세력에 대한 정당한 비판마저 마비시킬 위험을 안고 있다. 한국의 보수 정치세력이 형편없다는 이유로 진보 셀겨이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본서 제15쪽 참조)는 지은이의 주장을 되새겨보게 하고 있다.

제4장에서는 사회공동체로서 우리 사회에서 나타난 불평등의 문제를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시각에서 풀기를 권하고 있다.

지은이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화두이기도 한 진보와 보수의 논쟁은 진보주의라고 주장하는 사람이나 보수주의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본래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자각하고 진정 이 사회를 위해서 자신들이 해야할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소모적인 논쟁을 줄여야 한다고 한다.

"우리가 항상 경계해야 할 것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오류다"(본서 154쪽 참조)라는 지은이의 에필로그가 이 책을 가장 잘 대변한다고 본다. 우리는 아직 대화와 타협 그리고 다양성을 인정하는데 있어서는 많이 인색한 느낌이다. 서로를 존중해주고 서로가 다름을 인식하고 서로 도와가며 살아갈 때 좀 더 성숙한 사회를 만들어 가지 않을까. 그리고 건전한 보수와 진보가 우리의 사회에 제대로 뿌리 내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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