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 여인처럼 살고 싶을 때
이주헌 지음 / 예담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보기 전까지 나는 그림이라면 의례적으로 원근이니 아니면 색감이니 하면서 그림을 마음속으로 읽어려 하기보다는 머리속으로 보려고 하였다. 그런데 이 책을 집어든 나에게 있어서 그림은 더 이상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그림 이상의 것이었다.

이 책 글머리에 지은이는 "눈은 마음의 거울이라고 합니다. 그림 또한 마음의 거울입니다. 그림에는 우리의 기쁨과 슬픔, 희망과 원망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눈이 흐르는 마음을 반영하는 거울이라면, 그림은 그 흐름의 한순간을 영원한 추억으로 고정시켜 보여주는 거울입니다"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여태까지 내가 그림을 보아왔던 방식이 너무나 잘못 되었음을 깨닫게 하는 짧지만 무척이나 강한 인상의 글이었다.

지은이는 남성임에도 불구하고 그림 하나하나를 무척 섬세하고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다. 글 자체가 가지는 유려하면서도 감성적이고 낭만적이기까지 한 내용은 이 글을 남성이 썼을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정도다.

지은이는 "사랑합니다, 어머니의 이름으로, 영혼을 위한 일기, 사노라면"이라는 4가지 주제를 가지고 때로는 연인으로서, 때로는 자식으로서, 떄로는 남편으로서, 때로는 부모로서 각각 다른 위치에서 자신이 그림을 보고 느낀 점을 솔직 담백하게 들려주고 있다. 그림을 보고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 뿐이다.

지은이 자신이 오랜 동안 그림과 함께 호흡해왔다고 해서 이러한 내용의 글들이 나오는 것이라고는 보기 힘들것 같다. 이 글들은 분명히 지은이 자신이 걸어온 인생과 그림을 자신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마음의 여유로움이 만들어내는 또 다른 마음의 그림이 아닐까 한다.

우리 선조들은 그림을 보는게 아니라 그림을 읽는다고 했다는데 그 말들이 이 책의 저자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되는 것 같다. 그림을 바라보는 지은이의  눈은 나 자신이 느끼지 못하는 새로운 그림의 세계를 보게 만들었다. 앞으로 그림을 보는 것이 더욱 즐거워 질 것 같다.

책 제목이 "그림 속 여인처럼 살고 싶을때"라고 해서 글 내용 자체가 페미니스트적인 글귀는 아니다. 단지 그림에 나타난 여인들의 모습을 통해서 인생을 그려보고 싶은거다(물론 이건 내 생각이다). 그림의 마지막 부분에 "그림 앞에서"라는 난을 만들어 일반인들이 그림을 보고 느낀 점을 실어서 한층 생동감있는 그림 보기를 하게하고, 또한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몇줄의 여백을 남겨두는 세심함을 아끼지 않는 지은이의 그림에 대한 정성이 놀라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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