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과 연암, 노름에 빠지다
유승훈 지음 / 살림 / 200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산과 연암, 노름에 빠지다 ”라는 책제목이 강한 인상을 남겨준 책이었다.

우리가 알기로 다산 정약용과 연암 박지원은 실학자들로 관리들의 청렴을 강조함과 아울러 노름의 병폐를 지적한 학자들로 유명한데, 책의 제목은 그러한 우리의 통념과 정반대의 것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말이다.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는 제목이다.

호이징가는 인간을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로 정의하여 모든 문화가 놀이로부터 발생했다는 사실을 설파한 바 있는데, 이 책은 이러한 관점에서 놀이를 좋아하는 인간의 본성에서 연원하는 도박이 무조건적으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이 책은 노름 또는 도박이라고도 하는 것이 우리들의 일상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온 시대적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음지의 놀이로 치부되던 노름을 양지로 끌어내어 노름도 우리들의 생활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새롭게 조명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제껏 역사서들이 통치자위주나 인물위주의 서술이었다면 이 책은 그러한 서술을 탈피하여 우리들의 풍속을 통하여 우리 사회를 읽어려고 시도하는데 그 예가 다름아닌 도박인 것이다.

고대사회에서 의식의 수단으로 시작된 도박이 신라시대 귀족들의 주사위 놀이, 백제의 저포, 고려시대의 격구, 조선의 양반과 기생간의 쌍륙판 놀이, 그리고 국민 스포츠가 되다시피한 현재의 고스톱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거치면서 변모해온 우리의 도박의 역사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이러한 도박이 등장한 배경과 당시의 사회상을 연결시켜 서술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러한 도박이 단순한 놀이문화나 사회적 병폐로 단정지어 버리기에는 우리 사회와 너무나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저포니 격구니 하는 것들이 초기에는 경제적으로 풍요한 귀족 사회에서 이루어졌다가, 이후 상업경제가 발전하면서 일반인들에게 보편화되고 그 병폐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서 국가적인 문제로 대두되기도 하였지만, 소위 오공시대라고 이야기하는 군부독재시절을 거치면서 독특하게 변천한 고스톱의 놀이 방법은 도박이라고 하는 것이 우리 민중들과 너무나 가까이 해왔다는 일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놀이도 돈과 결부될 때에는 단순한 놀이의 차원을 넘어서 도박으로 발전하고 급기야는 한사람 더 나아가서는 한 가족과 한 사회를 병들게 하는 마약과도 같은 무서운 것이 된다는 것을 도박의 역사를 통해 이야기 하고 있는데, 현재 정부에서는 강원 카지노랜드, 로또, 경륜, 경마, 경정 등을 만들어 국민적 놀이문화로 만들었지만, 이러한 놀이문화도 일면으로는 도박을 합법화시켜 또 다른 사회적 병폐를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경마나 카지노 때문에 빚을 지고 한 가족이 붕괴되고 급기야는 본인도 자살을 하고마는 안타까운 소식을 매스컴을 통하여 자주 접하는 우리로서는 국가의 조세수입을 위해 위와 같은 놀이를 무조건적으로 합법화시키는 것이 맞는지도 의구심이 든다

물론 성인이라면 자제할 줄알아야 하는게 아니냐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호모 루덴스적 기질은 본능에 기초한 것으로 도박이라는 역사가 보여주듯이 이성적인 판단으로 자제가 가능한 것은 아닌 것처럼 보여서 더욱 안타까울 따름이다.

많은 역사서들 중에서 풍속사를 다룬 책들이 별로 없는데다 이처럼 도박이라는 음지의 문화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이 책이 주는 내용은 신선하였을 뿐만 아니라, 단순히 인물위주나 왕조위주가 아니라 민중위주의 역사가 이루어져왔다는 점에 대해 다시금 한번 생각해보게 한 좋은 글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