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동적이고 창의적인 편집이란
<영상편집에 대한 조망> 윌터 머치 저/ 윤영묵 옮김/ 예니출판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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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균/ 현장편집기사 | |
현장편집 기사는 매일 촬영을 마치면 그날의 촬영분량을 편집하게 마련이다. 언젠가 숙소에서 함께 편집 중이던 모 감독님께서 나에게 어떤 영화의 편집이 좋은 것 같냐고 물었다. 그때 그 감독님께서 말한 작품이 <지옥의 묵시록>이고, <영상편집에 대한 조망>의 저자는 바로 <지옥의 묵시록>과 <대부>를 편집한 월터 머치다. 저자가 현장에서 일하면서 중요하게 느꼈던 편집의 여러 조건과 노하우를 명료하고 현실적으로 설명하는 이 책에서 말하는 이상적인 편집의 조건은 모두 여섯 가지이다. 감정의 연결, 스토리의 자연스러운 연결, 리듬, 시선의 일치, 평면성, 그리고 공간적 연속성이다.
한때 나는 이 책에서 말한 여섯 가지 규칙을, 내가 편집할 영화 시나리오의 첫 페이지에 적어둘 정도였다. 그러나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그 여섯 가지의 조건이 아니라, 그것을 나열한 순서에 있다. 즉 연속성보다는 리듬이, 스토리의 연결보다는 감정의 연결이 중요하며 더욱 중요한 것을 위해서라면 다른 것을 희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관객은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기 때문에 감정의 연결에 설득력이 있다면 나머지는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MTV식 영상을 보면서 자란 탓인지 이전까지 나는, 정말 잘한 편집은 현란한 리듬감을 지닌 뮤직비디오식 편집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어차피 영화는 관객이 판단하는 것이고, 관객은 영화가 지닌 어떤 울림이 자신의 감정을 자극할 때 만족감을 느낀다. 때로 현장편집 기사가 하는 일이 감독의 요구대로 자르고 붙이는 수동적인 일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현장편집 역시 능동적인 창의력을 발휘해서 매 순간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하는 일이 단지 찍은 대로 자르고 붙이고, 동작이나 시선, 소품의 연결 등을 보는 걸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편집은 그 소스의 조악한 화질 때문인지 때때로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위의 여섯 가지를 적절히 충족시키는 정말 좋은 편집은 소스의 기술적인 문제마저 깨닫지 못하도록 만들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