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논쟁 100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우리는 이전에 비해 더욱 많은 이슈와 논쟁에 휘말리고 있다. 특히 인터넷이라는 마술도구(?)가 발명되고 나서부터는 더욱 이러한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슈화되지 않아도 될 일이 이슈화되거나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점으로 한 사람의 인생이나 아니면 사안에 대해서 마녀사냥식의 글들이 인터넷 여기저기를 떠돌아 다니며 자신들을 합리화하고 있다.

지은이는 최근까지 우리 사회에서 뜨거운 감자로 여겨졌던 문제들에 대해 아주 객관적인 시점으로 서술하고 우리들에게 지나온 시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고 있다. 그간 논쟁거리로 떠올랐던 것들이 100여가지나 된다고 생각하니 "많은 것들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지은이는 "우리 사회에서 논은 없고 쟁만이 존재하는 경향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아주 적절한 지적이라 본다.  요즘 TV방송 토론 등을 보면 토론을 통해 어느 합일점을 찾기보다는 무조건 이기려는데만 치중하고 있다. 토론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의 의견을 존중랄 줄 아는 자세가 아닐까한다.. 물론 토론에 임하다보면 자신의 생각을 강하게 주장하게되고 뜻하지 않게 전투적인 모습으로 다가오는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하더라도 상대방의 이야기에 비웃음처럼 보이는 웃음을 흘리는 태도(?)는 토론자로 나온 사람들이 가장 주의하여야 할 자세라고 본다. 이는 분명히 상대방을 얕보려는 자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나는 지은이가 이야기하는 우리네 토론문화에 대한 생각에 깊은 동감을 느낀다.

지금껏 우리 주위에서 많은 이들의 관심과 논쟁을 불러왔고 아직도 그 진행선상에 있는 것들이지만 우리가 이처럼 많은 부분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고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생각하니 사뭇 뿌듯하기도 하다. 지나온 군부시절과 소위 말하는 양김 시대를 거치면서 우리네의 익숙하지 않은 토론문화가 현재의 참여정부를 통하여 만개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기분좋은 책이기도 하다.

혹자들은 참여정부의 대통령에 대해 그다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물론 사람마다 자신의 주관이 있기에 그럴수도 있을거라고 본다. 그런 생각은 아마도 지금까지 역대 대통령이 심어준 고정관념때문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현 정부의 대통령은 위에서 언급한 각종 다종다양한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들여 국민들이 서로 토론하고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하여 성숙한 토론문화로 접어들어가는 과도기적 현상을 불러 일으켰다는 점에서 역대 대통령들과는 다른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형성하였다고 본다. 물론 대통령 한사람의 생각만으로 되는 일은 아니다. 우리 국민들이 그만큼 성국되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책 내용은 100가지의 사회적 이슈를 소개하다보니 자연히 깊이 있는 이야기는 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위와같은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객관적인 시각을 제공하고 글을 읽는 이로 하여금 다시 한번 이들 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장을 만들어 주었다는 점에서 일방향적인 글쓰기에서 볼 수있는 지은이의 생각을 무조건적으로 강요하는 듯한 글쓰기를 벗어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다양화되고 개방적인 시대적인 조류에 맞추어 조금씩 변모해나가고 있다. 21세기는 문화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고 한다. 토론도 하나의 문화다. 이런 토론문화가 건전하고 그 시회의 통합을 유도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한다면 그 사회가 가지는 힘은 엄청날 것이라는점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무릇 토론이라는 것은 서로 상충하는 주장을 통하여 서로간의 합일점을 찾아내고 그로 인하여 사회적 통합을 유도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모습일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그러한 이상적인 토론문화를 위해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는 중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지금 우리사회의 토론 문화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고 또한 지나온 우리들의 모습을 돌이켜보게 한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좋은 글읽기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예전부터 이런 책이 한번 나오지 않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 가려운 곳을 긁어준 그야말로 시원한 기분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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