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지 - [초특가판]
루이 말 감독, 제레미 아이언스 외 출연 / (주)다우리 엔터테인먼트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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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애인을 사랑하게 된 아버지와 그 아들, 그리고 아들의 애인. 내용자체만으로도 아주 파격적인 이 영화는 조세핀 하트(Josephine Hart)의 원작 '아주 성공적인(Very Successful)'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제레미 아이언스가 아들의 애인을 사랑하는 아버지 스테판 역으로, 아들의 애인인 안나역으로 줄리엣 비노쉬가 출연하여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 물음을 던지고 있다.

감독은 프랑스의 누벨 바그를 이끌었던 루이 말이 맡고 있는데 그는 이전부터 자신의 영화에서 남녀간의 사랑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비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그렸는데 흑백시대를 거쳐 컬러시대로 접어들면서 그는 자신이 이전 흑백영화에서 보여주던 사랑의 표현방법이 아주 대담하고 직설적으로 바뀌었다. 그 대표적인 영화가 바로 이 영화가 아닐까 한다.

많은 누드씬과 파격적인 내용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는 2년 뒤에 지각개봉하게 된 영화로 당시 루이 말이 직접 이 영화가 개봉되도록 엄청난 노력을 했다는 후문이 들릴 정도로 영상이 보여주는 대담함이 당시 우리의 정서로는 많은 논란이 있었던 영화였다. 물론 그 잣대는 심의위원들이겠지만 ...

아들의 애인을 사랑하면서 맹목적인 열병으로 번져가는 중년의 스테판과 그 사랑을 받아들이면서 도발적인 모습으로 다가오는 안나. 한 가정을 지키는 중견 가장이 뒤늦게 ?아온 사랑의 열병이란 것이 과연 사랑이란 이름으로 용서가 될 것인지. 그리고 그 사랑에 불을 지핀 아들의 애인도 과연 사랑이란 이름으로 이 모든게 아름답게 승화될 것인지.

이 영화는 그러한 물음에 대해 도덕이라는 잣대를 들이대고 본다면 지탄받아 마땅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잘나가던 중년의 정치인이 자신의 아들의 애인과 바람이 난다는 설정은 일반인의 관점에서 볼때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그런데 영화를 보는 우리가 이 영화에 빠져드는 이유는 무얼까. 그건 불륜이라는 설정이 가진 영화의 소재보다도 두 남녀간의 불같은 열정에 매력을 느껴서가 아닐까. 누구나가 한번쯤은 불같은 사랑을 꿈꾸어 본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은 그렇지 못하다, 그 불같은 사랑이라는 것도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사그라들고 삶이라는 문제에 봉착하게 될 때는 그냥 평범한 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우리가 꿈꾸어오던 아니면 우리가 잠시 잊고 지내왔던 사랑에 대한 추억을 들추어낸다는 점에서 영화적인 매력이 느껴지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남녀간의 사랑을 열정적으로 그리고는 있지만 무척 메마른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스테판의 일상에 지친 듯한 모습은 젊음이 발산하는 안나의 모습과 대조되면서 무기력하고 초라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한 느낌을 가지게 하는건 스테판 역을 맡은 제레미 아이언스의 분위기도 한몫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다 즈비그뉴 프라이즈너의 재즈곡은 그러한 메마른 느낌을 배가시키며 파국으로 치닿는 영화의 결말을 보여주며 씁슬한 여운을 남기게 한다.

영화제목이 시사하는 데미지는 무얼까? 아마 그건 각자의 판단의 몫에 맡겨진게 아닐까 한다. 이 영화를 보러가자고 졸랐던 친구가 나보고 이 영화보고 데미지입었다며 투덜거리던게 생각나는건 왜일까?

디비디타이틀의 화질이나 사운드, 스페셜 피처는 감독인 루이 말의 명성에 비한다면 거의 초라한 수준이다. 그의 에로티시즘에 대한 영화의 이력에 관한스페셜 피처를 실었더라면 더 없이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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