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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 - 어려운 시대에 안주하는 사토리 세대의 정체
후루이치 노리토시 지음, 이언숙 옮김, 오찬호 해제 / 민음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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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젊은이들은 많이 힘들다. 대학에 들어가는 것도 힘들지만 대학을 나와서 취업을 하는 것은 더 어렵고, 경제는 더욱 힘들어지다보니 결혼연령이 점점 늦어지고 있다. 미래를 설계할 수 없는 암울한 시대다. 한때 “88만 원 세대’‘ 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을 정도다. 정치인들은 선거철만 되면 반값등록금이니 취업률 보장이니 하면서 젊은이들의 표를 의식한 발언을 할 뿐, 정작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요즘 젊은이들은 패기가 없다, 끈기가 없다, 너무 안일하다는 등의 부정적인 표현으로 싸잡아 그 책임을 젊은이들에게 돌리는 경향이 있다. 이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느 시대에서나 나오던 이야기다. 젊은이들을 이런 식으로 도매금으로 넘기는 것은 이미 그 시대를 지나온 기성세대들의 눈높이로만 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젊은이들에 대한 시각은 왜곡되어 있는 측면이 있고 심지어는 기성세대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방편으로 활용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런 어려운 젊은이들에게 멘토를 자처하며 자신들의 삶을 젊은이들에게 들려주는 책들이 쏟아져 나온 적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책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도무지 현실감이 없고 젊은이들이 계속 아플 것만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아파야 할 것인가?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젊은이들의 마음이나 생각과 달리 현실은 거의 전쟁터나 마찬가지다. 그런 현실을 무시한 채 무조건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미래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너무 안일한 생각이다. 있는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고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사탕발림의 미사어구로 젊은이들에게 장밋빛 미래를 이야기하는 자세가 과연 올바른지 생각해 봐야 한다.

 

이웃 일본은 어떨까? 최근 아베 정권의 극우적인 경제정책으로 경기가 부양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실상 눈으로 드러난 것과 달리 젊은이들은 지금도 마찬가지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즉각적인 경기부양책으로 대기업이나 가진 자들에게는 좋을지 모르지만 사회 초년생으로 발을 내딛는 젊은이들에게는 더 어렵기만 하다. 그런데 어려운 현실과 달리 일본 내각부에서 발표한 “국민 생활에 관한 여론 조사”에 의하면, 2010년도 시점에서 20대 남성의 65.9%, 20대 여성의 75.2%가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고 대답했다(본서 제129쪽 참조). 현실은 힘든데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

 

20대의 젊은 사회학자 후루이치 노리토시는 절망적인 일본 사회에서 행복을 느끼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현상을 분석한다. 전 교토 대학교 교수인 오사와 마사치는 조사를 통해 인간은 지금은 불행하지만, 장차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때, “지금 불행하다.”, “지금 생활에 불만족을 느낀다.” 라고 대답하는데, 이는 미래의 ‘가능성’이 남아 있는 사람이나 장래의 인생에 ‘희망’이 있는 사람은 “지금 불행하다.” 라고 말하더라도 그것이 자신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인간은 미래에 더 큰 희망을 걸지 않게 됐을 때, “지금 행복하다.” 혹은 “지금의 생활에 만족한다.”라고 대답하게 된다는 것이다(본서 제133, 134쪽 참조).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었을 때 지금 현재 상황을 행복한 것으로 인식한다는 연구 결과는 끔찍하다. 거의 자포자기의 모습이다.

 

단순히 일본 젊은이들만의 문제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 일본 젊은이들의 현실에서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모습이 겹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현재의 일본 젊은이들과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모습은 많이 닮아 있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어떨까? 지금 현재를 행복하다고 할까? 아니면 불행하다고 할까? 현재를 불행하다, 아니면 행복하다, 라고 하는 것이 문제는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희망과 미래를 이야기할 수 없는 현실과 그 현실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젊은이들만의 노력만으로 지금과 같은 현실을 바꾸는 것이 가능할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혁명이 아니면 현실을 바꾸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 같다. 과연 젊은이들에게 혁명을 바랄 수 있을까?

 

우리 젊은이들은 절망의 늪 속에 빠져 든 것 같다. 왜 우리 젊은이들은 무기력해지고 있는걸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성세대는 젊은이들을 탓하거나 희망과 미래를 품게하는 달콤한 말로 고통을 세뇌시키며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장벽을 쌓는다. 기성세대가 쌓아둔 장벽은 너무나 높다. 지은이는 지금과 같은 현실을 바꾸기 위한 대안을 적극적으로 제안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은이가 들려주는 일본 젊은이들의 현주소를 읽고 있으면 그 답이 무엇인지는 알게 된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젊은이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미래가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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