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진이다 - 김홍희의 사진 노트
김홍희 글.사진 / 다빈치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예전에는 사진을 한 장 찍으려고 해도 이게 초점이 맞는지, 조명이 맞는지 아니면 노출이 맞는지 여간 복잡한게 아니었다. 그리고 카메라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그다지 많은 편도 아니었으며 가지고 있더라도 자신이 가진 카메라가 니콘이니 캐논이니하며 자랑하던 시절이 잇었다. 그 시절에는 주로 졸업식이나 입학식 아니면 여행가서 친구들이랑 사진을 찍는 게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디지털 카메라가 보편화되면서 자신이 찍은 사진을 즉석에서 확인할 수도 있고 수정도 가능해서인지 많은 곳에서 사진기의 셔터를 누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찍는 대상도 인물사진에서 탈피하여 풍경사진등 자신이 보고 좋다 싶으면 카메라에 담기가 바쁘다. 그만큼 사진찍기에 대한 두려움도 많이 없어진게 현실이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시대로 접어들면서 바뀐  모습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한다. 어떤면에서는 사진찍기가 대중화되면서 사람들이 사물을 대하고 그 사물에서 자신의 감정을 이끌고 나오는 모습들이 좀 더 진지해지고 성숙해졌다고 할 수 있지만, 또 다른 면에서는 사물을 너무 즉흥적으로만 담고 외양에만 치중하는 식의 사진찍기가 되지 않나 하는 우려도 있다.

이처럼 사진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요즘 김홍희의 '나는 사진이다'라는 책은 중견 사진작가가 들려주는 사진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담고 있어서 사진에 대한 기술적인 부분에 치중한 많은 책들에 비해서 일단 호감이 가는 책이었다.

지은이는 많은 비유와 자신이 찍은 사진을 통하여 사진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잘못된 생각들이나 편견을 아주 완곡하게 지적하고 있다. 만약 이 책을 통해서 카메라나 그 촬영기법에 대해서 알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크게 실망을 하게 되는 책이 될거다. 카메라 촬영기법이라고는 "밝은 것은 밝게, 어두운 것은 어둡게 촬영하라"는 정도의 가장 기본적인 것만 이야기 하고 있다.

나는 이런 지은이의 태도가 마음에 든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범하는 가장 큰 실수는 무슨 일을 하든간에 가장 기본이 되는 것들을 차츰 망각해버린다는 것이다. 우리가 호흡하고 살아가는 이 순간 우리 모두가 생활의 기본만 지킨다면, 적절한 표현이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초심을 유지한다면 지금의 사회가 조금 더 밝아지고 살기 좋은 곳이 되지 않을런지.

이 책은 기본적으로 카메라를 사랑할것이냐 아니면 사진을 사랑할 것이냐라는 두 가지 기본명제에서 출발한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지은이는 우리에게 사진을 좋아할 것을 강조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카메라가 가장 좋은 카메라라고 생각하며 그 카메라가 디지털 카메라이든 아니든 자신이 그 카메라를 통하여 전하고자 하는 것에 충실할 것을 권한다. 쉽게 표현하자면 욕심을 버리고 자신에게 충실하라는 것으로 들린다.

지은이는 이처럼 카메라와 사진에 대한 이야기에서 출발하여 보통 일반인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서 가진 생각에 대해 은유적으로 이야기하는데 단순히 사진찍기나 지은이 자신의 작품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카메라 렌즈라는 작은 구멍을 통하여 본 세상에 대한 지은이의 따스하면서도 낙관적인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책의 중간 중간에 담긴 사진과 그 사진에 얽힌 이야기라든지 그 사진에 대한 지은이의 생각을 읽노라면 지으이에게 있어 사진은 단순히 사물을 찍고 보존하는 차원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담아내는 그릇과도 같은 것이었다. 정말 가슴 찡하게 와닿는 구절은 몇 번을 꼽십어보아도 좋았다. 가까운 곳에 두고 마음이 울적하거나 답답하거나 할때 본다면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이 되지 않을까 한다.

사물을 찍을 때 보여주는 정성어린 시선처럼 자신의 삶도 충실하고 알차게 찍는 멋진 인생의 사진작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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