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파도 SE (2disc)
추창민 감독, 김수미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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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상에도 없는 섬 '마파도'
영화 마파도는 이제는 한물간 조직 폭력배의 두목이 칼국수 요리를 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조직 폭력배와 다방 종업원들, 그 똘마니 등이 함께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 첫 장면은 아주 상큼하고 깔끔한 출발이다. 하지만 160억 짜리 로또 복권에 당첨된 조직 폭력배과 그 로또 복권을 구입하러 심부름갔다가 당첨된 걸 알고 도망가는 다방 여종업원, 그녀를 쫓는 조직의 똘마니와 비리 형사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전형적인 조폭들의 이야기 구조로 옮겨가는 듯 하다.

하지만 마파도가 가진 큰 힘은 이러한 전형적인 틀을 가지면서도 다방 여종업원을 쫓아 마파도라는 섬으로 들어간 뒤 조직의 똘마니인 재철(이정진)과 형사 충수(이문식)이 겪는 특이한 상황설정으로 인하여 기존의 조폭영화에서 보여진 개운치 않은 웃음과는 다른 신선한 웃음을 머금게 하며 영화의 대부분은 이 마파도라는 섬에서 벌어지는 가슴 훈훈한 이야기로 카메라가 옮겨간다는 점이다..

마파도라는 섬에 사는 사람이라고는 달랑 다섯 할머니 그것도 전부 출신지가 다른 할머니들. 그런만큼 사연도 많고 눈물도 많다. 하지만 할머니들은 결코 눈물을 머금거나 징징거리는 것 없이 경쾌한 말놀림과 손놀림으로 영화의 전면에 등장하면서 중견배우들이 가진 노련미와 원숙미를 화면 가득히 펼쳐보인다.

과학기술이 초고속으로 발달한 현대 도시의 문화와 달리 모든 것이 원초적(?)인 섬에서의 생활은 두 남자 주인공에게 노동의 의미를 일깨우고, 같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공동체 문화를 보여주고 그런 가운데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감독은 이런 에피소드 중간 중간 잠시 호흡을 가다듬는 듯한 -그림이라고 보아도 좋을- 화면들을 중간 중간에 끼워 넣어 이러한 분위기를 더욱 업(up)시켜 주고 있다.

이 영화의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면 마지막으로 갈수록 여태까지 탄탄하게 이어져오던 이야기 구조가 느슨해지면서 그 구조가 와해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재철과 다방 여종업원과의 관계는 개연성이 떨어지면서 영화를 보는 이들로 하여금 설득력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다방 여종업원이 로또 복권을 잊어 버린 부분이라든지 망망대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남자 주인공들의 모습은 이 영화가 물욕에 찌든 우리들에게 인생의 허무함과 부질없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해주며 마지막까지 웃음을 잃지 않게 만드는 매력을 가지게 한다.

수억원의 개런티를 받는 유명배우가 없더라도 탄탄한 시나리오와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있으면 괜찮은 영화가 나온다는 교훈을 심어준 영화로 엄청난 비용을 들인 블록버스터 못지 않은 수입을 올리며 올 상반기 한국영화의 흥행을 주도한 재미난 영화다.

디비디 타이틀로서의 화질이나 사운드는 괜찮은 편이며 스페셜 피처에도 메이킹 다큐, NG장면 등 나름대로 영화와 관련해서 볼만한 것들을 수록하여 영화 보기의 재미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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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 2005-07-22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영화는 넘 기대하면 안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