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후의 명작 - [할인행사]
심광진 감독, 박중훈 외 출연 / 메트로 DVD / 2002년 6월
평점 :
품절


영화라는 매체가 가지는 가장 큰 특징은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어느 정도의 객관적인 점을 유지한다고는 하지만 예술이라는 장르의 카테고리안에 있는 것들이 작가들의 주관을 객관화시킨 것들이어서인지 평가가 엇갈리는 것을 많이 보게됩니다. 존 포드처럼 당대에는 인정을 받지 못하다가 후대의 평론가들에 의해 새롭게 작가주의 시선에서 인정을 받은 사람이 있는 걸보면 말입니다.

그런의미에서 본다면 이 영화의 제목인 '불후의 명작'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고 할 것입니다. 주인공 인기(박중훈)는 불후의 명작을 만들고 싶어하지만 변변한 시나리오 한편 제대로 써내려갈 재간이 없어 보이는데, 이는 어떤면에서는 감독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뭔가 대단한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지만 제대로 되어주지 않는 감독의 애환과 삶을 반추하게 만드는 대목입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기이외에 출판사에 근무하는 여경(송윤아), 에로영화 배우인 진희(김여량)의 캐릭터들은 우리들의 모습과도 많이 닮아 있습니다. 무언가를 성취하고 싶어하지만 현실적인 벽에 부딪쳐 그 안에 안주하며 괴로워하는 모습들은 우리들의 삶의 일 단면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영화는 그런한 주인공들의 모습과 더불어 반딧불, 바나나 우유, 미래소년 코난, 프란더스의 개 등 우리들의 추억을 자극하는 것들을 영화의 여기저기에 배치하고 우리가 익히 보아왔던 영화들의 장면을 빌어와 보여줌으로써 영화에 대한 강한 집착을 그리고 있지만 이 모든 것들은 단순한 이미지의 파편으로만 남아있을 뿐 제대로 된 그림을 그려내고는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러한 이미지들이 범인(凡人)이 나에게는 더 정겹고 따뜻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사에 길이 남을만한 불후의 명작들에서 느껴지는 중압감보다는 그러한 1류에는 이르지 못하였지만 우리 주변을 맴도는 잔잔한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에서 느껴지는 감성이 어쩌면 나 자신에게 '불후의 명작'으로 남아있지는 않을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불후의 명작'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영화는 다분히 주관적인 면을 가진 영화일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 이런 멜로물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상투적인 연기라고 보는 견해도 있을 수 있지만 그 동안 코믹 캐릭터로만 많이 등장한 박중훈의 순애보적인 어딘지 모르게 약간은 어설픈 듯한 연기는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며(이명세 감독이 연출한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 보여준 캐릭터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합니다) 거기에 송윤아의 여성스런 연기는 영화에 잘 녹아들어 있다고 하겠습니다. 

디비디는 가격대비 화질이나 사운드, 서플을 비교한다면 괜찮은 타이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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