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슬 로즈(Axl Rose/보컬), 슬래시(Slash/기타), 이지 스트래들린(Izzy Stradlin/기타), 더프 매케이건(Duff McKagan/베이스), 스티븐 애들러(Steven Adler/드럼), 이 최강 라인업으로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LA 메탈계를 호령했던 건즈 앤 로지스. 그 중에서도 특히 액슬 로즈는 광폭한 공연 무대와 성적인 가사를 통해 '마초(macho)' 이미지를 절정으로 끌어올리면서 남성과 여성 팬들을 모두 열광시켰다.
하지만 1991년 2장의 앨범 [Use Your Illusion I & II]를 연달아 발표한 얼마 후부터 액슬 로즈를 제외한 모든 멤버들의 탈퇴, 그리고 그 후에도 숱한 멤버 교체를 겪으며 오랜 공백을 가졌던 건즈 앤 로지스가 지난 8월 29일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의 헤드라이너로 화려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샤키라(Shakira)와 바인스(Vines), 하이브스(The Hives) 등 록의 새로운 세대들이 연주를 들려줬던 그 행사의 맨 마지막에 등장, 관객들과 동료 뮤지션들 앞에서 노장의 컴백을 당당히 공표했다. Welcome To The Jungle!
무척이나 반가웠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건즈 앤 로지스의 컴백에 마냥 흐뭇해 할 수만은 없었다. 모든게 변해 있었기 때문이다. 날렵하기만 했던 액슬 로즈의 살찐 모습과 (나이를 가리는)짙어진 메이크업은 둘째치고라도 트레이드 마크였던 길다란 모자를 눈까지 깊숙이 쓴 슬래시를 대신해서 기괴한 가면에 우스꽝스러운 KFC 바구니를 뒤집어 쓴 기타리스트 버킷헤드(Buckethead)나 전혀 면면을 알 수 없는 나머지 멤버들, 그리고 그들이 연주한 'Welcome To The Jungle'의 너무나도 달라진 느낌 앞에서, 팬들이라면 분명 격세지감을 느꼈을 법하다. 과연 이것이 우리가 기대했던 건즈 앤 로지스였던가? 그러나 그 한 장면으로 그들을 평가하긴 이르다.
1985년 오랜 친구 사이였던 액슬 로즈와 이지 스트래들린을 주축으로 결성된 건즈 앤 로지스는 1987년부터 아이언 메이든, 머틀리 크루 등 정상급 메탈 밴드의 공연에서 오프닝 밴드로 활약하면서 인지도를 넓혀나갔다. 그 해 8월 발표한 데뷔 앨범 [Appetite For Destruction]은 처음엔 그다지 눈길을 끌지 못했지만 싱글 'Sweet Child O' Mine'이 MTV를 통해 전미에 방송되면서 앨범과 싱글 모두 미국 차트 정상에 올랐다. 이 때부터 'Welcome To The Jungle', 'Paradise City', 'Patience' 등 밴드의 히트 퍼레이드가 시작된다.
1991년 9월 그들은 [Use Your Illusion I]과 [Use Your Illusion II], 2장의 앨범을 동시에 발매하는 초유의 프로젝트를 단행했다. 그 결과, 발매 첫날 그 두 장의 앨범 판매량은 팝 역사상 최고인 420만 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 앨범 이후 작곡과 리듬 섹션에서 커다란 역할을 했던 이지 스트래들린이 액슬 로즈와의 견해 차로 가장 먼저 팀을 떠나고, 계속해서 슬래시도 점차 팀을 이탈했으며 나머지 멤버도 모두 탈퇴해갔다. 제인스 어딕션 출신의 데이브 나바로와 나인 인치 네일스의 로빈 핀크 등이 밴드를 거쳐갔다. 그러는 사이에도 '악동' 액슬 로즈는 기물 파손, 약물 과용 등 끊임없이 사고를 쳤다.
현재 그들은 과거의 건즈 앤 로지스가 아니다. 초창기 멤버는 보컬 액슬 로즈 단 한 명뿐인데다가 최근 'VMA 시상식 깜짝 공연'을 봤을 때 음악 스타일도 많이 바뀌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액슬 로즈의 퍼포먼스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으로 일단 만족해야 할 듯 싶다. 지난해부터 공연 활동을 개시한 건즈 앤 로지스는 11월 7일부터 캐나다 밴쿠버를 시작으로 12월말까지 26개 도시를 돌며 전미 투어를 갖는다. 그들의 새 앨범 [Chinese Democracy]이 그 기간동안 소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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