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록의 대명사 스콜피온스는 그 오랜 경력만큼이나 다양하고 끈질긴 음악적 변신을 시도해 왔다. 그룹이 처음 데뷔할 당시인 1971년도에 사이키델릭하고 깊은 음악성을 지닌 데뷔 앨범 LONESOME CROW를 시작으로 이들의 역사는 시작된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사운드인 이 데뷔 앨범은 한때 절판되어 구하기 힘든 앨범이었지만 CD 발매가 일반화된 지금은 수입으로 국내에서도 선보인 바 있다. 데뷔 앨범을 발표하자마자 기타리스트 마이클 솅커는 당시로서는 유명한 필 모그의 그룹 UFO로 이적해 그의 험난한 음악 여정을 시작한다.
그의 탈퇴로 일시 해산되었던 그룹은 ’74년 두 번째 앨범이자 초기 명반으로 꼽히는 FLY TO THE RAINBOW를 발표한다. 이 때 기타리스트로는 향후 리치 블랙모어, 잉베이 맘스틴과 함께 바로크 메탈의 생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로 평가받는 울리 존 로스다. 클래식에 바탕을 둔 독특한 연주를 들려준 그는 향후 자신의 솔로 앨범에서 록과 클래식의 뛰어난 융합을 시도해 주목을 끌기도 한다.
여러 차례의 투어로 이름을 알린 이들은 1976년 세 번째 앨범 IN TRANCE를 발표하고 1977년 독특한 재킷의 4집 VIRGIN KILLER를 발표해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다. 유럽권을 비롯한 일본에서 특히 인기가 높은 이들은 5집 TAKEN BY FORCE를 발표한 뒤 일본에서 공연을 성공리에 마친다. 이 공연은 두 장 짜리 라이브 앨범 TOKYO TAPES에 담겨 지금까지 이들의 초기 사운드를 들을 수 있는 라이브 명반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편 점점 대중적으로 끌려가는 사운드에 반감을 가진 기타리스트 울리 존 로스는 그룹을 탈퇴했고 오디션을 통해 수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친 새로운 기타리스트 마티아스 얍스가 리드 기타 자리를 차지한다. 이어 발표한 앨범이 바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대표작이자 우리에게 잘 알려진 히트곡 Holiday와 Always somwhere를 담은 1979년작 LOVE DRIVE이다. 스콜피온스 사운드에 획기적인 전환점으로 기록되는 이 앨범은 기타리스트 마이클 솅커가 세션으로도 참가했으며 동시에 당시로서는 다소 충격적인 재킷으로 구설수에 오른 문제작이기도 했다.

단 한 장의 앨범으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에 우뚝 선 이들은 최초의 베스트 앨범 BEST OF SCORPIONS를 발표해 팬들에게 보답한다. 이어 비슷한 사운드를 담은 앨범들을 차례로 발표하는데 80년 ANIMAL MAGNETISM이 그 시작이다. 단순한 리프와 듣기 편한 멜로디를 중심으로 비교적 참신한 록 사운드를 들려준 이 앨범 이후 발표하는 앨범마다 일정한 수준의 완성도를 지닌 작품이 차례로 등장한다. 이어 또 하나의 베스트 앨범 SCORPIONS BEST II를 발표하고 1982년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No one like you가 담긴 BLACK OUT 앨범을 발표하는데 포크로 눈이 찔린 재킷이 인상적이었다. 직선적이고 빠른 템포의 곡들이 많은 이 앨범은 LOVE DRIVE와 함께 지금까지 발표한 중반기 대표작으로 꼽히고 있다.
1983년 두 장의 베스트 앨범 ROCK GALAXY와 TAKE OFF를 각각 발표하고 1984년에는 Still loving you를 담은 명반 LOVE AT FIRST STING을 발표한다. LOVE DRIVE에 버금가는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이 앨범에서는 히트곡 Still loving you를 비롯해서 Rock will like a hurricane, Coming home이 히트하는 기염을 토한다. 이 당시를 대중적인 멜로디와 음악성이 어우러진 중반기로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어 발표한 두 번째 라이브 앨범 WORLD WIDE LIVE로 중반기를 마무리한다. LP로는 두장, CD로는 한 장으로 발매된 이 라이브 앨범은 마티아스 얍스의 날카로운 기타 플레이를 인정받은 대표작으로 기록된다.

1988년 새로운 앨범 SAVAGE AMUSEMENT를 발표하고 1990년 CRAZY WORLD를 발표하는데 이때부터는 서서히 팝적인 감각이 두각을 나타내 사운드 자체가 다소 가벼워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경향은 1993년에 발표한 FACE THE HEAT 앨범과 1996년에 발표한 PURE INSTINCT에까지 이어진다. 이 앨범들은 1990년대 사운드 특성을 그대로 담은 작품들로 비교적 팝적이고 가벼운 사운드를 담고 있는데 초기나 중반기 사운드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다소 음악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1999년에 발표한 앨범 EYE II EYE에서는 1990년대의 가장 큰 조류라고 할 수 있는 얼터너티브 사운드를 구사해 많은 팬들에게 색다른 충격을 선사하기도 했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찬반 양론으로 분열된 스콜피온스 팬들에게 2000년들어 새로운 시도를 감행하는 또 한 장의 앨범 MOMENT OF GLORY를 들고 나왔다. 30년이 넘는 활동으로도 아직까지 다 보여주지 못한 그 무엇을 선사하려 그들은 결국 우리 곁에 다시 나타났다.

스콜피온스 하면 대부분 Still loving you나 Holiday를 연상한다. 그러나 이 그룹의 음악은 초기와 후기의 음악이 확연히 다르다. 물론 클라우스 마이네의 보컬과 하드 록 스타일의 음악은 마찬가지지만 울리히 로스라는 걸출한 기타리스트가 있었던 초기와 감각적인 기타리스트 마티아스 얍스가 있었던 후반기의 음악은 분명히 대비되는 구석이 있다. 마티아스 얍스로 기타리스트가 교체된 후 스콜피온스는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은 것은 사실이나 초기의 그들의 음악은 덜 세련되기는 하지만 블루스적인 필링과 실험성에 있어선 단연 돋보이는 연주를 했다. 그리고 이러한 그들의 음악의 근원은 클라우스 마이네도 루돌프 솅커도 아닌 울리히 로스였다. 사이키델릭함과 클래식컬한 섬세함을 동시에 겸비한 울리히의 영향으로 스콜피온스의 초창기 곡들은 특유의 빼어난 멜로디와 함께 대중적인 듯 하면서도 강한 실험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스콜피온스가 어떤 밴드인가 구차한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In trance, When the smoke is going down, Always somewhere, Holiday, Still loving you, Wind of change, You & I 등으로 이어지는 서정성 있는 곡들을 히트시키며 전세계에 걸친 팬들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는 메탈 발라드의 황제라는 데에 의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혹시나 스콜피온스에 대해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서 잠시 밴드의 역사를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64년 독일의 하노버(Hanover)에서 천재적인 형제 기타리스트인 루돌프 쉥커와 마이클 쉥커 (Michael Schenker)를 주축으로 결성된 스콜피온스는 '71년 보컬리스트 클라우스 마이네를 영입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데뷔 앨범 발표이후 마이클 쉥커는 UFO에 가입하기 위해 밴드를 떠나고 스윕 피킹을 대중화시킨 불세출의 기타리스트 울리히 로스(Ulrich Roth)가 가입하여 여러 장의 앨범들을 발표했으나 일본 라이브 앨범 TOKYO TAPES를 끝으로 그 역시 탈퇴하고 말았다. 이어 지금까지 꿋꿋하게 스콜피온스의 리드 기타를 맡아주고 있는 마티아스 잡스(Matthias Jabs)가 가입하여 '79년에 발표한 LOVEDRIVE가 소위 말하는 '대박'이 터지는 바람에 일약 세계적인 밴드로 부상하게 된다. 이 앨범은 Holiday 같은 발라드 외에도 Can't get enough 등의 스트레이트한 메탈 넘버도 다수 수록된 스콜피온스의 최대 히트작에 속한다. 이어 성공적인 앨범들을 발표하다 '84년에 LOVE AT FIRST STING를 발표하고 Still loving you를 다시금 세계를 정복한다. 그리고 '90년에는 Wind of change가 수록된 CRAZY WORLD를 발표했으며, 비교적 최근인 '96년에는 PURE INSTINCT를 발표하여 You & I를 히트시키기도 했다. 물론 이 곡은 예전과 같은 폭발적인 인기에 끌어내지는 못했으나 스콜피온스 특유의 감성적인 연주와 호소력 짙은 멜로디와 보컬로 유럽과 아시아에서 많은 찬사를 받았었다. 그리고 올해 '99년 EYE TO EYE를 발표하면서 세기말에 유종의 미를 거두려 하고 있다. 이번에 앨범은 노장 록 밴드로서의 지난 발자취를 회고해 보는 앨범인 동시에 다음세기를 대비한 다양한 실험과 시도가 어우러진 앨범이다.
이렇게 발라드를 중심으로 이들을 설명했지만, 스콜피온스를 메탈 발라드 전문 밴드로 치부할만한 그런 밴드는 결코 아니다. 이들에게는 마이클 쉥커와 울리히 로스 등과 같은 당대 최고의 기타리스트들의 손에 의해서 만들어진 그들만의 강력한 사운드가 있기 때문이고, 이를 이어서 최고의 리듬 기타리스트인 루돌프 쉥커와 하이 테크니션 마티아스 잡스, 독특한 카리스마의 소유자 클라우스 마이네 등의 삼각 편대가 만들어 내는 다이내믹한 사운드가 지금도 어지간한 신진 메탈 밴드를 능가하고도 남음이 있기 때문이다.

유럽권 록 음악 그룹중 미국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그룹이라면 독일 출신의 스콜피온스를 들 수 있겠다. Still loving you의 스콜피온스야 국내에서도 인기 있는 헤비 메탈 밴드로 정평이 나 있으니 굳이 설명이 필요 없겠다. 리드 기타의 루돌프 솅커(Rudolf Schenker)와 리드 보컬의 클라우스 마이네(Klaus Meine)를 중심으로 5인조로 결성된 스콜피온스는 특유의 애절한 발라드로 특히 인기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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