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미친 짓이다 - 할인행사
유하 감독, 엄정화 외 출연 / 엔터원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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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이만교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 한 이 작품은  이전에 자신이 쓴 시 ‘바람 부는 날에는 압구정에 가야한다’라는 것을 영화화하여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유하 감독이 오래간만에 연출을 맡은 영화로 전작과는 너무나도 다른 시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많은 시간이 흘렀음인지 감독은 무엇보다도 인물을 그리는 방식이 예전의 영화와는 달리 아주 차분하고 담담하다는 것입니다.두 남녀간의 긴장감을 디테일하게 묘사해나가면서 남자 주인공인 준영의 입을 빌어서 영화의 주제인 결혼에 대한 진실과 거짓을 관객들에게 솔직담백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는 대학강사인 준영과 연희가 맞선을 본 자리에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공식적인 맞선의 경로를 넘어서 여관까지 직행하는 과감성을 보여주며 영화를 보는 이들로 하여금

색다른 것에서 오는 긴장감을 유발함과 동시에 앞으로 전개될 두 남녀의 특별한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합니다.


둘은 그렇게 만남을 시작해서 잠시 헤어졌다가 우연히 친구의 결혼식에서 만나서 자기들만의 신혼여행을 떠나지만 연희의 결혼으로 다시 헤어졌다가 연희가 준영에게 옥탑방에 거처를 마련해주면서 부부행세를 하기 시작합니다.어찌보면 이 부분은 둘의 가상의 부부행세를 통하여 형식적인 것을 통한 결혼의 의미가 우리에게 주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서 되묻게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 영화에서의 포인트는 준영의 나레이션인데 준영은 영화를 이끌고 나가는 화자로서 영화내내 연희와의 대화를 통하여 자신의 특유의 냉소어린 시각으로 결혼에 대한 생각을 내뱉으며 연희로 하여금 가상이 아닌 현실을 선택할 것을 이야기 하는데 이는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결혼이 가지는 낭만과 현실에서 오는 차이를 직시하게 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갈치조림으로 저녁식사를 한 후 키스를 하려는 준영에게 연희가 "이 닦고 오기 전엔 절대 안 돼. 이러니까 결혼하면 서로의 성적 매력이 급격하게 감소되는 거야"라고 이야기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장면이야말로 결혼과 연애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하는 장면이 아닐까 합니다.낭만으로만 가득한 연애시절이 결혼을 하게되면 곧 모든게 현실이 되면서 연애시절의 환상과 낭만은 끝나게 되는 것입니다.결혼을 한 연희가 보여주는 이 대사는 그녀가 겪고 있는 가상의 부부생활과 현실의 부부생활을 오가면서 느끼는 자신의 결혼에 대한 감정이 베어나오는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그러면서도 연희는 들키지 않으면서 이 낭만적인 관계를 계속 유지해 나갈 수 있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호락호락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애정행각은 우리들이 예상했던 대로 파국을 맞이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아주 사소한 것으로부터 일어납니다.콩나물밥을 먹을 것인지 아니면 라면을 먹을 것인지로 서로 다투다가 그들의 가상의 부부생할은 끝이 나게 됩니다.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된 파국이라고도 볼 수 있으나 그들간에 쌓여온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자신들의 생활에 대한 답답함이 이러한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영화는 이러한 둘만의 애정행각을 계속 보여줄 뿐 연희의 결혼생활에 대해서는 카메라를 할애하지 않습니다.그런 연유로 인해서 영화를 보는 이로 하여금 과연 결혼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릴 수 없게 주저하게 만들며 영화에 몰입하지 못하게 하는 하나의 장애요소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이처럼 이 영화는 결혼에 대한 여러 가지 것들을 보여주지만 그 지점에서 더 나아가지 않고 안주해버리고 마는데 그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을 생각했음인지 아주 통속적인 결말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영화는 주인공간의 파격적인 정사씬을 부각시킴으로써 오히려 영화자체가 가지는 메시지를 많이 손상시킨 영화중의 한편이 되었는데 많이 아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원작에서 느껴지는 주인공들의 이미지 특히 연희의 영화속의 이미지에 대한 불만을 가지신 분들도 있으시더군요.디비디의 화질이나 음질,서플등 디비디자체의 질적인 면은 괜찮은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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