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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탄생 - 왜 인간은 음악을 필요로 하게 되었나
크리스티안 레만 지음, 김희상 옮김 / 마고북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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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시디를 보면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 시디를 플레이어에 올리고 음악이 방안 가득히 번져올 때 그 쾌감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예전 LP 시절이 좋긴 했다). 나의 이런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내게 있어 음악은 가장 소중한 것 중의 하나다. 음악이 없으면 내 삶의 의미가 없다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다.

 

인간은 왜 음악을 듣고 음악을 좋아할까?

아마 이 지구상에 살고 있는 수많은 인종과 민족을 불문하고 음악을 싫어하는 인종과 민족은 없을 것이다. 어느 민족과 인종이든 그 민족과 인종에 고유한 음악이 전해져 내려오는 것을 보면 음악은 인류의 보편적인 언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몸에는 음악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음악 유전자’가 각인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클래식 음악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적이 없는 평범한 보통 사람이었던 ‘폴 포츠’나 ‘수잔 베일’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수상하는 기염을 토하며 전 세계인을 놀라게 한 걸 보면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인간의 음악에 대한 사랑과 이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음악에 관한 여러 책들을 탐독한 적이 있었다. 과학, 미학, 진화생물학 등 다양한 방면에서 인간의 음악에 대한 사랑과 이해를 이야기했지만,속 시원한 답을 내려주는 글은 없었다. 음악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인 사랑에 대해 답을 찾으려고 하는 자체가 이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궁금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이 책에서 답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책은 동물이 진화하여 인간이 되었다면 인간 외에 다른 동물도 노래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질문으로 책을 시작한다. 지은이는 행태생물학의 많은 논문과 과학자료들을 인용하며 음악성과 연관이 있는 세 가지 생물학적 능력, 즉 ‘음악 본능’을 형성하는 세 가지 능력인 상대음감을 인지할 수 있는 능력, 박자와 리듬을 인지하고 그에 맞춰 동시 집단행동을 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정밀한 음높이 조절능력과 복식호흡은 오로지 인간에게서만 발견된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음악적 능력들은 왜 인간에게서만 발견되는 것일까. 음악이 언어 외의 소통 체계로 남아 있는 것은 왜일까. 지은이는 진화심리학의 입장에서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음악을 인간의 유대감과 결속력을 높여 인생을 살아가며 그때그때 마주치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채택된 결과라고 한다. 인간의 음악 본능은 일종의 ‘채택’된 행동전략이라는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계 어느 곳에서나 들을 수 있는 엄마의 자장가, 먼 옛날 씨족원들이 무리 지어 부르던 노래, 시칠리아에서 벌어졌던 노래 결투 상황, 그린란드의 이누이트족의 노래 결투, 아이들이 친구를 놀리며 부르는 노래, 랩 배틀 등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인류의 진화와 함께 발전해 온 음악은 문화와 영향을 주고받으며 음악도 진화하기 시작하였다. 지은이는 고대 원시음악부터 현대 팝뮤직에 이르는 음악사를 통해 인간의 진화와 함께 발전해 온 음악에 대해 개괄적으로 살펴보고 있는데, 이 부분은 음악과 관련한 다른 책들에서도 볼 수 있는 일반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다. 인류의 음악사가 문화와 어떻게 영향을 주고 받으며 현재에 이르기 되었는지를 일독할 수 있다.

 

독일에서 음악진화론이라는 학문 분야를 개척한 지은이는 진화생물학, 행태연구, 음악심리학, 음악문화사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음악과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음악학과 생물학, 문학을 전공하고 성악가로 직접 무대에도 서기도 한 이력이 있어서인지 이론과 실제가 잘 조화가 되어 있는 것 같다. 다만 지은이가 독일 출신이어서인지 문체는 아주 딱딱하다. 분량도 많고 전문적인 내용들도 있어서 한 번에 읽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지만, 인간의 음악 본성에 대한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지은이는 음악을 하는 법을 잊어버린 채 음악 애호가만 늘어가는 현실에 대해, 수동적이기만 한 음악 소비 행태에 대해 비판하고 그 대안을 제시한다. 과학적인 증거들을 통해 음악이 환자의 치유에 도움이 되는 이외에 모든 교육의 목표인 전인적 인간 양성에 좀 더 다가갈 수 있게 해 준다고 말한다. 학생의 인지능력뿐 아니라 사회성 즉, 서로 어울리며 상대방을 존중할 줄 아는 능력과 자세를 키워 준다는 것이다. 최근 음악의 이런 점에 주목하여 학생들 뿐만 아니라 재소자들에게도 음악을 교화와 치료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원시시대부터 음악은 공감과 소통의 방식이었다. 그런 음악이 단순히 감상하는 단계를 넘어서서 실제로 우리 삶과 생활 속에서 들어온다면 지금처럼 각박한 현대 사회가 좀 더 부드러워지고 서로간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을까 한다. 오랜 인간의 음악사를 되돌아보면 상당히 의미있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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