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링스톤지가 선정한 세기의 명반 TOP 10

20세기가 저물어간다. 실질적으로 따지자면야 2001년이 되어야 비로소 새천년이 시작되지만 12월 31일 전세계에 생중계되는 '밀레니엄 콘서트' 소식도 들리고 2000년이라는 연도 자체가 20세기의 종언이라는 뉘앙스를 풍기기에 세계는 지금 밀레니엄 신드롬에 휩싸여 있다. 12월 들어 세계의 유력 음악지와 방송가에서도 음악계의 한세기를 정리하는 특집을 소개하며 부산한 모습이다. 이를 테면 20세기 최고의 뮤지션(밴드)은 누구이고 어떤 앨범이 최고의 명반인가 등등.
개중에는 정말 독특한 집계 결과도 있다. 영국의 Q매거진에서 얼마전에 20세기를 빛낸 뮤지션 100명을 선정해 발표한 적이 있다. 비평가가 아닌 독자들의 투표로만 선정되었고 밴드가 아닌 뮤지션 개개인에게 순위를 매긴 것이어서 의외의(?) 인물들도 몇몇 눈에 띈다. 상위 권만 소개하자면 1위 존 레논(John Lennon), 2위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3위 커트 코베인(Kurt Cobain)-너바나(Nirvana), 4위 밥 딜런(Bob Dylan), 5위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 6위 데이빗 보위(David Bowie), 7위 마돈나(Madonna), 8위 노엘 갤러거(Noel Gallagher)-오아시스(Oasis), 9위 리암 갤러거(Liam Gallagher)-오아시스(Oasis), 10위 마이클 스타이프(Michael Stipe)-알이엠(R.E.M) 등의 차례로 순위가 매겨졌다. 영국 잡지라서 그런지 오아시스의 문제아 형제가 나란히 8위와 9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에 약간의 실소를 머금게 된다. 라디오헤드(Radiohead)의 톰 요크(Thom Yorke)도 무려 16위에 올라 있다. 당연히 먼저 거론되리라 믿었던 (사람들이 많을) 로버트 플랜트나 믹 재거, 에릭 클랩튼, 마이클 잭슨, 제프 벡, 짐 모리슨, 스티비 원더, 루 리드 같은 인물들은 20위권에서 눈씻고 찾아봐도 없으니 꽤 재미있는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제 음악팬들 사이에도 확실한 세대 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는 증거일까.
우리 나라의 여러 대중매체에서도 독자들을 대상으로 이런 투표집계가 12월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베스트 아티스트, 베스트 앨범, 베스트 송…. 음악창고도 창고회원들을 대상으로 이런 투표를 벌였으면 재미있었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쉬움을 달래며 대신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대중문화지 롤링 스톤(Rolling Stone)에서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아티스트와 앨범을 살펴보는 것으로 이번 세기의 록음악계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이달 초 롤링 스톤이 발표한 'Best' 리스트는 편집자와 독자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롤링 스톤의 편집인들이 평론가적(?) 입장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아티스트 10(10 Most Influential Artists)】과 【20세기 최고의 록밴드 10(Top 10 Rock Bands Of The Century)】를 선정했고 독자들이 선정한 【역사상 최고의 록밴드(Best Rock Band Ever)】, 【최고의 가수(Best Vocalist)】, 【최고의 앨범(Best Album)】, 【최고의 작곡가(Best Songwriter)】도 각각 10위까지 집계됐는데 일견해서 보더라도 평론가와 대중의 평가 사이에 적지 않은 차이가 드러남을 알 수 있다. 어찌되었든 이러한 결과물에 너무 현혹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참고는 하되 누구든지 각자의 취향과 관점이 있을 테니 자기만의 명반과 아티스트 리스트를 뽑아보기를 권한다.
록음악이란 본래 서구 문화의 산물이므로 보다 직접적이고 능동적인 록음악 수용이 가능한 구미의 음악팬들과 그네들의 눈으로 보자면 제 3세계인 우리나라의 음악팬들 사이에 분명 관점과 평가의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굳이 외국 잡지의 리스트를 소개하는 것은 이런 관점의 차이를 비교해보는 기회가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다.

20세기 대중음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들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아티스트 10】
편집자 선정
1. 비틀즈 (THE BEATLES)
2. 밥 딜런 (BOB DYLAN)
3.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
4. 척 베리 (CHUCK BERRY)
5. 엘비스 프레슬리 (ELVIS PRESLEY)
6. 프랭크 시나트라 (FRANK SINATRA)
7. 로버트 존슨 (ROBERT JOHNSON)
8. 마일즈 데이비스 (MILES DAVIS)
9. 지미 헨드릭스 (JIMI HENDRIX)
10.스티비 원더 (STEVIE WONDER)
10.아레사 프랭클린 (ARETHA FRANKLIN)
역시 20세기 최대의 사건은 비틀즈의 등장인가보다. 어느 매체의 리스트를 살펴보더라도 대개는 비틀즈의 이름과 그들의 앨범이 첫머리를 장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롤링 스톤에서 발표한 결과도 예외는 아니어서 비틀즈는 편집자, 독자 공히 최고의 록밴드로 선정되었으며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는 최고의 작곡가 부문에서 사이좋게 1,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 외에 포크록의 거장 밥 딜런, 전설적인 소울 매스터(Master) 제임스 브라운이 차례로 거론됐으며 일렉트릭 기타 사운드를 완성시킨 지미 헨드릭스 등장 이전에 이미 로큰롤 기타 연주의 선구자로 기록되는 척 베리와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의 이름이 상위권에서 빛나고 있다.
7위에 랭크된 로버트 존슨은 아무래도 국내에서는 생소한 이름이 아닐까 싶다. 그는 1938년 27살의 나이로 요절한 델타 블루스계의 숨은 천재이다. 베일에 쌓인 짧은 생애와 독살된 것으로 추정되는 의문의 죽음 등 그를 둘러싸고 많은 얘기들이 전설처럼 전해지는데 분명한 사실은 그가 작곡가로서,
가수로서, 그리고 뛰어난 기타리스트로서 (적어도)구미 문화권에서 길이 추앙받고 있다는 점이다. 델타 블루스의 선구자였던 로버트 존슨의 음악은 이후 에릭 클랩튼(Eric Clapton), 레드 제플린(Led Zepplin), 롤링 스톤즈(Rolling Stones) 같은 로큰롤 뮤지션들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최고의 가수】
독자선정
1. 프랭크 시나트라 (FRANK SINATRA)
2. 엘비스 프레슬리 (ELVIS PRESLEY)
3. 아레사 프랭클린
  (ARETHA FRANKLIN)

4. 머라이어 캐리 (MARIAH CAREY)
5. 존 레논 (JOHN LENNON)
6. 밥 딜런 (BOB DYLAN)
7. 재니스 조플린 (JANIS JOPLIN)
8. 마돈나 (MADONNA)
9. 믹 재거 (MICK JAGGER)
  - 롤링 스톤즈(Rolling Stones)
10.로버트 플랜트 (ROBERT PLANT)
  - 레드 제플린(Led Zepplin)

【최고의 작곡가】
독자선정
1. 존 레논 (JOHN LENNON)
2. 폴 매카트니 (PAUL McCARTNEY)
3. 밥 딜런 (BOB DYLAN)
4. 엘튼 존 (ELTON JOHN)
5. 빌리 조엘 (BILLY JOEL)
6. 데이브 매튜스 (DAVE MATTHEWS)
7. 폴 사이먼 (PAUL SIMON)
8. 커트 코베인 (KURT COBAIN)
  - 너바나(Nirvana)
9. 지미 헨드릭스 (JIMI HENDRIX)
10.스팅 (STING)

위에 선정된 인물들에 혹 수긍할 수 없더라도 앞서 밝혔듯이 이것은 어디까지나 롤링 스톤의 견해임을 숙지하시라. 순위상의 견해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최소한 위의 11인은 아티스트(Artist)의 칭호를 받기에 충분하다. 그래도 제 3세계권의 아티스트들이 완벽하게 무시됐다는 사실만은 짚고 넘어가야겠다. 11위 밑으로 올라있으리라 기대만 해본다.


금세기 최고의 록밴드

록역사상 가장 위대한 록밴드를 10개만 꼽으라면 누구를 선택해야 할까. 머리속에 수없이 오가는 이름을 정리하는 데만도 한나절은 걸릴 텐데 거기서 고작 10개의 밴드만을 추려내라니 이것만큼 힘든 일도 없을 것 같다. 롤링 스톤의 편집자와 독자들이 내린 결론은 아래와 같다.


【역사상 최고의 록밴드】
독자 선정
1. 비틀즈 (THE BEATLES)
2. 롤링 스톤즈
  (THE ROLLING STONES)

3. 레드 제플린 (LED ZEPPELIN)
4. 에어로스미스 (AEROSMITH)
5. 그레이트풀 데드(The Grateful Dead)
6. 핑크 플로이드 (PINK FLOYD)
7. 펄 잼 (PEARL JAM)
8. 데이브 매튜스 밴드
  (DAVE MATTHEWS BAND)

9. 메탈리카 (METALLICA)
10.유투 (U2)
【20세기 최고의 록밴드 10 】
편집자 선정
1. 비틀즈 (THE BEATLES)
2. 롤링 스톤즈
  (THE ROLLING STONES)

3. 너바나 (NIRVANA)
4. 레드 제플린 (LED ZEPPELIN)
5. 킨크스 (THE KINKS)
6. 비치 보이스 (THE BEACH BOYS)
7. 후 (THE WHO)
8. 그레이트풀 데드
  (THE GRATEFUL DEAD)

9. 소닉 유스 (SONIC YOUTH)
10.핑크 플로이드 (PINK FLOYD)

60년대 당시에도 치열한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던 비틀즈롤링 스톤즈. 브리티시 인베이전의 핵심 주역인 이 두 밴드가 편집자와 독자에게 모두 가장 위대한 록밴드로 꼽혔다. 보다 대중적인 취향이었던 비틀즈에 비해 전위와 혁신은 롤링 스톤즈의 몫이었다. 대중의 인기가 롤링 스톤즈보다는 비틀즈에게 더 많이 쏟아진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결과는 재미있는 사실을 또 하나 말해준다. 비틀즈와 롤링 스톤즈의 이런 구도는 90년대 그런지 밴드인 너바나펄 잼의 사이에서도 비슷한 유형으로 발견되는 것이다. 편집자가 선정한 리스트에는 너바나가 3위에 올라있으나 독자들은 너바나 대신 펄 잼에게 한표를 행사하고 있다. 얼터너티브록을 오버그라운드로 끌어올린 거대한 족적을 남김으로써 비평가들로부터 찬란한 휘호를 얻은 너바나이지만 대중들은 언제나 펄 잼에게 더 친근함을 느꼈다. 그것은 너바나의 대표작 [NEVERMIND]가 7백만장 가량의 판매고를 올릴 때 펄 잼의 앨범은 천만장을 훌쩍 뛰어넘고 있었던 점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지금까지도 이 차이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밖에도 역대 최장수 그룹인 킨크스와 비치 보이스, 소닉 유스 등이 편집자가 뽑은 순위에서 발견되는 것은 아무래도 대중성보다는(대중적인 인기가 적었다는 뜻은 아니다) 시대배경과 상황여건 속에서 독특한 가치를 발하는 그들의 작품성 때문이 아닐까 싶다. 때로 거의 소음처럼 들리는 소닉 유스의 음악은 즐기기에 무리한 점이 없지 않다. 그러나 '반예술의 미학'을 효과적으로 실천하며 메인스트림에 일격을 먹인 소닉 유스의 시도는 현재진행형으로 유효하다. 비치 보이스 또한 서프 뮤직의 기린아로서 역사적인 맥락에서 보았을 때 간과할 수 없는 밴드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독자들은 이들 대신 데이브 매튜스 밴드에어로스미스, 그리고 메탈리카를 선택하고 있다.
두 개의 리스트에 올라있는 이름들간에 우열을 따지기는 몹시 힘들지만 국내 록음악팬들의 선택 역시 이것과는 또 다르지 않을까 싶다.

20세기 최고의 앨범

【최고의 앨범】
독자 선정
1. THE WHITE ALBUM
  - 비틀즈(The Beatles)
2. DARK SIDE OF THE MOON
  -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
3. ABBEY ROAD - 비틀즈(The Beatles)
4.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 비틀즈(The Beatles)
5. THE WALL -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 6. THRILLER
  -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7. LED ZEPPELIN IV
  -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8. THE JOSHUA TREE - 유투(U2)
9. TEN - 펄 잼(Pearl Jam)
10. NEVERMIND - 너바나(Nirvana)
비틀즈의 독주는 과연 언제까지 계속될까. 21세기에는 비틀즈를 능가할 밴드가 나올수 있을까. 지금까지 1억 6백만장을 넘어서는 앨범 판매고를 기록하며 40여년이 지나도록 꾸준한 스테디셀러를 기록하고 있는 비틀즈의 앨범 3장이 1위, 3위, 4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새삼 비틀즈의 저력을 실감케 한다. 세기의 밴드 비틀즈에 이어 프로그레시브록의 거물 핑크 플로이드가 현란한 음의 실험으로 프로그레시브록의 진수를 보여준 [DARK SIDE OF THE MOON](73)과 뛰어난 컨셉트 앨범의 전범이 되어 길이 애청되는 [THE WALL](79)로 2관왕을 차지하며 바짝 뒤를 쫓고 있다. 비틀즈의 숙적(?) 롤링 스톤즈의 앨범이 단 한 장도 눈에 띄지 않는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또 팝음악 역사상 단일 앨범으로 최고의 판매고를 기록했으며 보는 음악의 본격적인 효시라 할만한 마이클 잭슨의 [THRILLER](82)가 6위에 올라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90년대 얼터너티브록의 폭발을 일으킨 펄 잼과 너바나의 대표작들도 9위와 10위에 차례로 올라있다.
위에 거론된 앨범 대부분은 천만장 이상 판매된 다이아몬드 음반이며 발표당시 모두 차트 정상을 석권했던 명반들이다. 별다른 설명이 필요없을만큼 음악팬이라면 낯익은 앨범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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