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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합창단 - 세상을 바꾸는 불만쟁이들의 유쾌한 반란
김이혜연, 곽현지 지음 / 시대의창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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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타거나 횡단보도를 건널 때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무표정하거나 찡그린 인상이다. 도시생활이라는 것이 그리 녹록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마음의 여유가 그만큼 없는 것이기도 하다. 최근 ‘개그콘서트’라는 코미디 프로그램 중 ‘술푸는 세상’이라는 코너에서 한 개그맨이 ‘1등만 기억하는 이 더러운 세상’, ‘국가가 나를 위해 해준게 뭐냐’ 라며 파출소 안에서 고래 고래 고함을 지르는 장면이 나온다. 개그맨이 내지르는 울분과 고함이 마치 나 자신이 불평, 불만을 털어 놓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어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그 코너를 좋아하고 즐거워한다.

현대인이 가진 병 중 많은 부분이 ‘스트레스’에 의한 것이라는 보도가 있다. 이처럼 마음의 병이 몸의 병으로 전이되는 경우도 있지만, 사회적인 병으로 전이되는 경우다 있다. 신문과 TV등 매스컴에 간혹 보도되는 엽기적인 ‘묻지마’ 식의 범행은 한 개인의 문제라고 치부해 버리기에는 너무 큰 사건들이다.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일 수도 있다. 위 개그 프로그램에서처럼 자신의 불만과 울분을 토로하는 공간이 있다면 그들의 울분과 불만은 가슴속에 독버섯으로 자라지 않았을 수도 있다.

점점 사회가 복잡해지고 경쟁은 치열해져 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고 마음의 병을 치유할 때가 오지 않았나 한다. 불평,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건전한 배출구가 필요하다. 그것이 취미생활이든, 아니면 일에서든 각자 자신의 마음의 병을 치유할 방법을 개발해야 하고 사회에서도 그와 같은 방법 개발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그런 방법으로 소개된 것이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불만합창단’이다.

불만을 노래하는 합창단이라니. 일단 생소하다. 이 책을 통해 이런 합창단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불만합창단’은 핀란드의 예술가인 텔레르보 칼라이넨(Tellervo Kalleinen)과 올리버 코차 칼라이넨(Oliver Kochta-Kalleinen) 부부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저마다 불평을 늘어놓는 상황을 묘사하는 핀란드어 ‘발리투스쿠로(Valituskuoro)’라는 표현에서 착안한 것이라고 한다.

불만을 가진 사람은 자기처럼 불만을 가진 사람에게 자신의 불만을 털어놓고 노래하면서, 자신의 불만을 타인과 공유하고 이를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며 자신의 고민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고, 또한 즐거움과 기쁨을 만끽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역발상’이 아닐까. 불만을 속으로 삭이기 보다는 남들에게 이야기하고 노래까지 부르며 드러내 놓으라니. 신선한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직접 몸으로 체험해보고 싶은 이야기다.

이 책은 2008년 희망제작소에서 열린 불만합창단 페스티벌을 정리한 것이다. 지은이들은 우리에게 전혀 생소한 불만합창단을 알아 보기 위해 베를린에서 현지 답사를 하고, 새로운 창조적 시민활동으로 인식하며, 국내에서 불만합창단을 조직하는 과정과 페스티벌을 개최하기까지의 과정을 사진과 함께 담아 색다른 생활의 기쁨과 즐거움으로 불만합창단을 소개하고 있다. 불만합창단을 알게 된 것도 좋았지만 새로운 창조적 시민활동이 우리 사회에서도 점차 늘어가고 있다는 점이, 각박한 현대 사회에서 우리들이 좀 더 밝고 즐거운 쪽으로 진화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기분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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