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계절에 따라 듣는 음악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겨울이면 자주 꺼내 듣는 장르의 음반이 있다. R&B나 재즈 음악이다. 요즘 자주 듣는 음악은 팻 매쓰니(Pat Metheny)와 짐 홀(Jim Hall)이다. 재즈 뮤지션은 아니지만 배리 화이트(Barry White) 도 아주 좋다. 

 

 

 

 

 

워낙 유명한 뮤지션들이다보니 그들의 어떤 음반을 듣더라도 실망하지는 않을거라고 본다. 팻 매쓰니 음반 중에는 이 겨울에 듣기 좋은 음반들이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One Quiet Night"을 자주 듣는다. 음반 자켓이나 앨범 제목에서 오는 편안함이 너무 좋다. 짐 홀의  앨범 "Concierto"도 좋다. 아랑훼즈협주곡을 편곡한 음반 중에서 손에 꼽는 몇 안되는 음반 중 하나다. 팻 매쓰니가 존경하는 인물이기도 한 짐 홀의 이 음반에는 론 카터, 폴 데스몬드, 쳇 베이커 등 당대 최고 뮤지션이 참여해 앨범의 완성도를 높여주었다. 배리 화이트의 목소리는 굵직한 남성적인 보이스에 오케스트레이션이 가미되어 시원하면서도 달콤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어릴 적 몰래 보던 AFKN의 성인물에 자주 등장할 것 같은 끈적끈적한 노래다^^ 

그런데 최근에 "블루 노트"에서 새롭게 기획된 음반들을 재발매하고 있다. 이미 많은 대중들에 의해 검증을 받은 재즈사의 명작들을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이 겨울에 야심찬 기획으로 선보이는 음반들이 다시 사랑을 받을지 조금 의심스럽기는 하다. 요즘 팝음악에도 예전에 인기를 얻었던 비틀즈, 퀸, 카펜터스 등 유명 뮤지션들의 음반들이 재발매되고 있고, 유투, 메탈리카 등 현재도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들이 새음반을 낼때 이전의 음반들을 저렴하게 다시 재발매하고 있다.   

 

 

 

 

 

이런 마케팅에 영향을 받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2009년 연말과 2010년 새해를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블루 노트'의 기대에 대중들이 호응을 할까? 비틀즈의 음반은 새롭게 리마스터링 작업을 거치고 디지팩으로 출시가 되어 많은 인기를 얻었다. 그런데 퀸이나 카펜터스는 크게 호응을 얻지 못했다. 퀸은 이미 3장짜리 베스트 음반이 나와 있고 2장짜리 음반이 큰 메리트가 없어서 그들의 명성에 비해 많은 인기를 얻지는 못하는 것 같다. 카펜터스도 이 음반이 나오기 전에 이미 2장으로 된 베스트 음반이 출시되었다. 그리고 홍보도 많이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중년들에게는 인기가 있을 수 있지만 비틀즈나 퀸에 비해 구매력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 패키지가 이번에 국내에만 발매된다는 블루 노트의 음반들이다. 뭐 말할 것도 없이 블루 노트에서 출시된 유명한 재즈 음반은 전부 들어있다. 정말 혹하게 만드는 타이틀이다. 그런데 이 패키지 안에 들어 있는 음반 중에 한두 장을 뺴고는 전부 다 나의 라이브러리에 들어있다. 저렇게 새롭게 재발매가 될 때마다 지름신이 내릴 것만 같다. 

재즈 음악을 시도해보려는 분들이라면 한 번 욕심을 내어볼만도 하다. 일일이 한 장씩 사모을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저 패키지를 구입하는 사람이 있을런지 조금 의문이 든다. 이미 기존에 앨범을 가지고 있는 분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다시 구입하지는 않을 것 같고, 새롭게 재즈를 들으려고 하시는 분들도 양에 일단 주눅이 들지 않을까 한다. 

한동안 우리 사회에서 재즈가 무슨 열병처럼 번진 적이 있었다. 내심 반가워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언제 그런 일이 있기라도 했냐는 듯이 금새 열기가 식어버렸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보컬 위주의 재즈 음반이나 퓨전 재즈 음반이 잘 팔리는 것 같다. 스윙이나 프리 재즈는 귀에 쉽게 들어오지 않는 측면이 있다. 어느 정도 듣다보면 클래식처럼 그 음악이 그 음악 같고 귀에 쏙쏙 들어오지 않아 답답하기도 하고. 그리고 당시 그런 열기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국내 재즈 뮤지션들의 잘못도 있는 것 같고. 여하튼 이런 저런 이유로 재즈 음악은 다시 일부 소수 매니아층 사이로 들어가버렸다. 그래서 블루 노트의 이번 기획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70주년을 기념하여 LP슬리브즈 형태로 덱스터 고든, 아트 블래키, 존 콜트레인, 캐논볼 애덜리의 음반을 출시했다. 개인적으로 LP슬리브즈를 좋아한다. 마치 예전 LP를 꺼내듣는 느낌이 든다. 그래도 큼지막한 LP를 꺼내들을 떄와는 느낌이 달라도 한창 다르다. 일본애들이 이 LP슬리브즈를 좋아하는데, 축소지향형의 일본 사람들에게 잘 어울리지 않나 한다. 

아기자기하게 만드는데는 일본애들이 일가견이 있으니 말이다. 재즈 음악에 있어서는 일본이 강국이기도 하고. 쬐끔 부럽기도 하다. 유명한 재즈 뮤지션들이 일본의 레이블을 통해 음반을 발매하는 경우가 많다.  

여하튼 블루 노트가 70주년을 기념하여 특별히 신경을 써서 재발매한 음반들이 이 겨울 사람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음악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많이 팔려서 재즈 음악이 다시 부흥할 수 있는 기회도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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