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면 재즈가 생각난다. 재즈는 더운 여름보다는 가을이나 겨울에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물론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지만 내게 있어 재즈는 가을이나 겨울이다. 가을의 문턱에서 재즈의 백전노장 조지 벤슨이 돌아왔다.  

한때 국내에서 재즈가 엄청난 인기를 얻은 적이 있었다. 모 드라마의 영향이 큰 점도 있었지만 당시까지 재즈가 우리에게 많이 생소한 장르의 음악이었기 때문에 순간적인 관심이 폭발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관심은 오래 못가는 법인데, 아니나 다를까 잠시 반짝하더니만 재즈는 우리들의 시야를 벗어나 버렸다. 

이런 문화적인 현상을 두고 음악을 소비하는 소비자들을 탓할 수도 있고 아니면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들을 탓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협소한 국내음악 시장의 여건과 왜곡된 음악 산업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럴때 항상 비교대상으로 등장하는 것이 이웃 나라인 일본이다. 나는 일본과 미국을 우리의 비교대상으로 설정하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비슷비슷한 경제환경과 사회환경을 가진 나라를 비교대상으로 삼아야 하는데 너무 앞서가는 나라들을 비교대상으로 삼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 가깝다보니 일본은 자주 우리의 비교대상으로 등장한다. 

일본은 다양한 음악 장르의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재즈에 있어서는 강국 중의 강국이다. 외국의 유명 뮤지션들이 일본에서 독자적으로 음반을 내기도 하고 일본인들이 외국 뮤지션을 발굴해서 일본에서 음반을 출시하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이는 영화음악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이나 영국 등 서구에서 발매도 되지 않은 사운드트랙을 일본에서만 발매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문화적인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감이 잘 안온다. 

일본인들은 집요할 정도로 자신들의 관심 분야에 파고들어가는 것 같다. 이런 점들은 배워야 하지 않을까 한다. 재즈 이야기를 하다가 일본인들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 버렸다. 다시 재즈 이야기로 돌아오면, 우리나라는 다양한 음악장르를 실험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지 않고 있다. 뮤지션들이 자구책으로 홍대에서 인디음악을 하며 하나의 트랜드를 만들어 낸 것은 좋은 시도다. 하지만 인디 음악도 주로 펑크를 위주로 하다보니 재즈라는 음악이 설 만한 곳은 잘 없다. 

요즘 텔레비젼을 틀어보면 모두 같은 춤에 같은 느낌의 노래에 언제나 등장하는 가수들 뿐이다. 다양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은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문화적인 획일성을 불러 오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까지 불러온다.  

가을이다. 한 번쯤 재즈를 접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물론 재즈가 아니더라도 좋다. 뉴 에이지, 클래식, 월드 뮤직 등 평소 자주 들을 수 없는 음악을 들어보면 내 귀가 모처럼 호사(?)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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